제목 | [메시아 감상(1)] 들어가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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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봉섭 | 작성일2001-12-07 | 조회수2,840 | 추천수6 | |
[메시아 감상(1)] 들어가며
오늘부터 제가 올리고자 하는 글은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Messiah)>와 그 연주에 대해 제가 알아보고 생각한 것을 정리한 것입니다. 원래의 글은 1995년 6월에 제가 몸담고 있던 잠원동성당 라우다떼성가단에서 감상용 자료로 크리스토퍼 호그우드(Christopher Hogwood) 지휘의 <메시아> 음반을 구입했을 때, 단원들을 위해 작성한 안내글이었습니다. 감상하면서 단원들이 배울 점들이 많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쓰기는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길어서 몇 사람이나 읽었을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글인데(세상에 벌써 6년 반이 지났다니...) 주님께서 오신 달 12월에 성가 가족 여러분과 나누고자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사실 미국 유학 이후 이곳 성당들에 대한 글을 쓰려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지만, 새로 글쓰는 것이 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 계속 미뤄 왔으니, 1년 중 메시아를 가장 많이 듣는 때에 맞추어 예전에 쓴 메시아 감상을 약간 수정, 편집해서 이곳에 올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메시아> 자체가 전례의 일부로 작곡된 것은 아니지만(실제로 많은 부분은 전례에 적당하지 않아 보입니다만) 종교적 영감이 절절하게 넘치는 명작으로, 그 감상 또는 연주는 주님의 생애를 더욱 감동적으로 묵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 글을 통해서 <메시아>의 각 부분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안내와 그리고 원전연주 또는 정격연주로 불리우는 연주 형태에 대한 생각을 담아 보고자 합니다.
원래의 글은 성가대에 막 들어온 분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눈높이에서 쓰고자 노력했으며, 가능한 친근한 느낌을 주기 위해 구어체를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새로 편집하겠지만 처음에 Hogwood판의 감상 안내로 쓴 글이다 보니 그 연주에 치우친 면을 지울 수 없다는 점, 비전문가의 글인 만큼 엄밀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라토리오
먼저 <메시아>가 따르고 있는 형식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메시아는 ’오라토리오(Oratorio)’라는 음악 형태에 속합니다. 초기의 오라토리오는 성서의 여러 장면을 음악과 함께 연출한 일종의 음악극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종교적인 내용의 오페라 정도였다고 생각하셔도 될 겁니다. 그러나 얼마 후 연기를 하지 않게 되었고, 따라서 무대장치나 의상도 쓰지 않습니다. 결국 오라토리오란 독창과 중창, 합창, 관현악에 의해 연주되는, 종교적인 소재를 가진 서사시적인 악곡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헨델의 <메시아(Messiah)>, 하이든의 <천지창조(Die Schoepfung)>, 그리고 멘델스존의 <엘리야(Elias; Elijah)>를 흔히 3대 오라토리오라고 말합니다. 연기는 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오라토리오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목소리의 배역도 정해져 있습니다. 하이든의 <천지창조>에서는 다섯 독창자가 세 천사와 아담, 에와의 역을 각각 맡아서 노래하고, 멘델스존의 <엘리야>에서는 바리톤(또는 베이스)이 엘리야역을 노래한다는 식입니다. 헨델의 <메시아>는 특이한 경우로, 플롯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고 독창자의 배역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종교적이며 관현악과 독창, 합창 등이 등장한다는 면에서 다른 오라토리오와 마찬가지 형태를 가집니다.
<메시아>의 내용 및 구성
우선 ’메시아’란 ’구세주’라는 말로, 히브리어로 ’기름부음을 받은 자’를 뜻합니다. 그리스어로는 Christos라고 하는데 이것이 ’그리스도’라는 말의 어원입니다.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예언과 탄생], [수난과 속죄], [부활과 영원한 생명]의 3부로 되어 있으며, 대본은 전체가 성서에서 인용한 것으로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이 대본의 교리적 핵심은 예전에 이스라엘 예언자들이 말해 왔던 ’구세주’가 바로 ’예수’라는 것입니다. 이는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을 통해 나타납니다. 신약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구약에서의 예언자들이 말한 것과 연관되며, 그 예언으로써 설명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본의 많은 부분은 신약성서 저자들이 예수가 구세주임을 보이기 위해 인용했던 구약성서 대목들로 되어 있습니다. 제 1부에서, 제 12곡 [우리를 위해 태어날 한 아기(For unto us a child is born)]까지는 일종의 프롤로그로 구세주가 오실 것이라는 예언을 다룹니다. 탄생에 대한 예언과 함께 메시아의 자애로운 모습과 두려운 모습이 같이 제시되며, 또한 그의 왕국이 전 인류를 포용할 것이라는 약속이 나옵니다. 그 다음으로, 천사가 목동들에게 주의 탄생을 알린다는 해설이 나오고, 주님의 은혜에 관한 내용이 예언서와 복음서에서 같이 인용되어 나옵니다. 제 2부의 앞부분은 주님께서 인류의 죄를 대신 속죄하기 위해 당하신 고통과 죽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주님의 수난을 절절하게 노래하고 있는데, 이 가사들의 출전은 놀랍게도 첫 곡을 제외한 모두가 구약의 이사야 예언서와 시편입니다. 신약의 사건을 구약만을 사용해서 그렇게 호소력있게 나타내고 있는 것이지요.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곧 신약의 사건들이 구약의 예언과 긴밀히 연결된다는 것이며, 따라서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이 작품의 교리적 핵심을 보여 줄 수 있게 됩니다. 그 다음에 그리스도의 부활과 승천, 사도들에 의한 복음 전파와 그에 대한 어리석은 자들의 저항을 다루게 되고, 마지막으로 궁극적인 승리의 상을 그려냅니다. 이 마지막이 바로 [할렐루야]합창입니다.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제 3부는 주님께서 죽음을 이김으로 해서 온 인류에게 열린 부활과 영원한 생명을 이야기하는 부분입니다. 부활과 영원한 생명을 말하는 서간문들이 나온 후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돌리는 장엄한 합창으로 끝납니다.
메시아의 주요 녹음들에 대해
<메시아>는 유명한 만큼 그 녹음의 수도 많습니다. 연주자도 연주 스타일도 매우 다양합니다. 저도 그다지 많은 녹음을 잘 들어 본 것은 아니라서 주요 녹음을 정리한다는 것은 섣부른 감도 있고, 개인적인 견해 차이도 많을 것입니다. 예전의 녹음으로 우선 유명한 것은 칼 리히터(Karl Richter)의 연주와 토머스 비첨(Thomas Beecham)의 연주 등이 있을 것입니다. 칼 리히터의 메시아 녹음은 먼저 나온 독일어판과 나중의 영어판이 있습니다. 독일어판이 처음 나와서 좋은 반향을 일으킨 이후, 리히터가 다시 영국 음악인들과 함께 영어판을 녹음했다고 합니다. 제가 처음 들은 메시아 전곡판이 리히터의 영어판인데, 템포가 느리고 장식이 매우 절제되어 깊은 종교적 감동을 가지고 있습니다. 합창이 위력이 대단한데, 특히 2부 수난 부분의 그 절절함은 정말 일품입니다. 토머스 비첨경의 지휘로 된 1959년 판을 최고로 꼽는 애호가들도 많다고 합니다. 저는 부분적으로만 들어 보았지만, 대단히 장대한 연주로, 템포도 느리고 연주 규모도 큽니다. 이 연주에서 오케스트라를 크게 확대시켰을 뿐 아니라 몇 차례 심벌즈까지 사용한 것이 과연 적당한 선택이었는지에 대해서는 한참 논란이 일었습니다. 최고의 찬사에서부터 ’희대의 코미디’라는 혹평까지 엇갈립니다. 콜린 데이비스(Colin Davis) 지휘의 판도 많이 유통되는데, 합창이 호소력있게 와 닿지만 큰 합창단과 현대 악기를 사용하면서 원전연주처럼 템포를 가져간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느낌도 개인적으로 가졌습니다 그리고 1970년대 이후 정도부터 크리스토퍼 호그우드(Christopher Hogwood), 존 엘리엇 가디너(John Eliot Gardiner), 앤드류 패롯(Andrew Parrott) 등이 원전연주 양식의 메시아를 선보입니다. 작곡자 당시의 연주 규모, 당시의 악기와 연주법을 고증하여 연주하는 것으로, 1990년 정도에는 이미 전세계적인 경향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라디오에서 한번 듣고 큰맘먹고 구입했던 호그우드판은 저에게 새로운 충격이었고 바로크 음악 연주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준 것으로, 지금도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연주입니다. 가디너판 및 패롯판 역시 많은 호평을 받고 있으며, 이후 많은 원전연주 형태의 녹음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원전연주에 대해서는 다음번 글에서 좀더 다루고자 합니다.
<메시아>의 많은 판본들
<메시아>는 그 악보가 한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초연은 1752년 4월 12일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이루어졌는데, 그 이후의 공연들에서 헨델은 그 때의 독창자 사정 등에 따라서 약간씩의 개작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알토 가수가 훌륭하다 하면 다른 파트가 맡았던 노래를 알토에 맞게 고쳐서 시킨다든지 하는 식이었고, 이렇게 하여 <메시아>는 수많은 판본(version)이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현대에도 연주자마다 상황에 맞는 판본을 선택하여 연주하다 보니, 연주마다 독창자의 파트나 곡 모양이 보통 조금씩 다릅니다.
메시아 전곡 악보 및 연주 샘플 듣기
인터넷 사이트 http://www.vadu.com/nwc/messiah.html에는 여러 사람이 나누어서 작업한 <메시아>의 악보 전체가 nwc 형태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그 페이지 아래쪽에 보면 ’zipped nwc files’라 해서 압축된 형태로 전체를 쉽게 다운받을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물론 템포 등에 많은 이견이 있을 것이며 없는 판본도 있지만, 아주 유용한 자료임에 틀림없습니다. 한편 CD 판매 사이트인 http://www.cdnow.com에서는 많은 음반의 샘플도 제공하며, 보통은 각 트랙의 처음 1분 정도를 들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여러 메시아 음반을 검색하고 맛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Hogwood 녹음은 다음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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