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하양성당(대구) 미사 참례기
작성자김건정 쪽지 캡슐 작성일2002-03-10 조회수2,842 추천수11

성가가족 여러분!

 

오늘은 사순 제4주 주일입니다.

부활대축일을 앞두고 지휘자들은 기대와 걱정이 함께 있을것입니다.  부활대축일에 임박하여 본당에서 가장 바쁜사람이 누구일까요? 혹자는 전례담당 수녀라고도 합니다. 더욱이 영세식까지 겹치면 이리 뛰고 저리 구르는 바쁜 모습을 보게됩니다. 제대 꽃 꾸미기에서부터 성가대와 복사단까지 신경을 써야하고 부활 계란 삶고, 그림그리기까지 하려면 경험 많은 평신도들이 알아서 한다고 해도 무심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임무를 맡은 봉사자들이 완벽하게 책임지고 나아가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특히 성가대는 한 치 틀림 없이 물 흐르듯한 음악으로 봉사해야 힙니다. 지휘자는 살 빠지는 시기이지요.

 

오늘 저는 대구대교구 하양성당에서 미사참례한 소감을 싣습니다. 약 2년간 참례기는 국,내외로 다니며 많이 써서 이제는 특별한 것이 없다고 보았는데 좀 색다른 면을 보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본론에 들어갑니다.

 

행정구역은 경상북도 경산시 하양읍 동서리에 위치한 작은 성당이다. 지금은 경산시이지만 옛 경산군이고 사과밭(과수원)이 많아 사과미인이 많기로 소문난 곳이리라.

 

서울을 비롯한 도심성당의 숨 막히는 공간에서 지내다가 탁! 트인 시골성당에 와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시원~해서 좋다. 지은지 75년 된 종탑이 있는 적벽돌 성당은 당시 조선에는 기술자가 없어서 중국인들이 와서 지었다고 하며 45년 전에 약간 증축하여 오늘에 이른다니 역사적인 사적이 되겠다. 요즘 도시성당은 겉 모양은 달라도 내부 구조는 비슷하다. 지하는 주차장이나 교리실, 1층은 소성당과 사무실, 성물판매소, 만남의 방...그리고 2층이 대성전인 구조이다. 인조 대리석과 원목을 써서 깨끗하게 보이는 면이 있다. 그러나 늘 차가운 느낌....

 

하양성당은 대지가 수 천평에 이르고 옆에는 대구 가톨릭대학교 부속 무학 중 고교가 함께있고 본당, 사무실, 교리실, 회합실 등이 독립건물로 되어있다. 한 마디로 공간이 넉넉해서 산책을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더구나 다른 교구에는 없는 소 신학교 학생 기숙사가 반듯하게 들어서있다. 무학고등학교는 남자학교인데 성소가 있는 학생을 선발하여 소 신학교로 운영한다고 하니 영원히 없어진줄 알았던 소 신학교가 이곳에 있는 것을 누가 알았으랴? 현재 10 여명이 있다고 하며

당연히 대 신학교(대구 가톨릭 신학대학) 진학률이 높다고 한다.

 

봄을 재촉하는 봄비를 약간 맞으며 본당에 들어서니 신발을 벗고 들어가게 되어있다.

신발장에 신발을 넣고 들어서니 길죽-한 구조로 장의자가 두 줄인데  좁혀 앉으면(6명씩)

약 5백명은 앉겠다. 천장은 둥근 돔 형태에 목재와 석회 구조이고 성가대석은 2층에 약 20석 규모이다. 그래도 전자 오르간이 양 쪽에 한 대씩 있다. 바닥은 마루지만 카펫을 깔아 소음을 줄이고 발이 덜 시리다. 음향학적으로는 카펫이 좋은 것이 아니지만......

 

미사 때 보니 장년 성가대는 남자가 두 명 , 여자가 열 한 명, 합 13명 규모이다.

부활대축일이 되면 많이 늘어나리라......   

 

입당성가는 성가책 122장(구원의 십자가) 1절로 끝!.

노래가 두 소절짜리로 짧은 노래임을 감안하면 노래하다가 만 느낌이다. 주례사제가 아직 제대에 서기 전이라 2절을 제창해도 될 시점으로 보았거늘...

 

미사곡은 손상오 신부의 미사곡이다. 서울신자는 생소하지만 대구, 안동 교구에서는 많이 부른다. 특이한 것은 성가대 선창/ 제창인데 하양성당은 성가대 여성 독창자(깐또르)가 독창으로 첫 구절을 먼저 부른 후 성가대와 신자가 다음을 교창으로 받는다. 신자들은 악보가 없이도 잘 하는 것으로 보아 부른지 오래된 듯하다. 단조이고 국악풍이라 셋 잇단음 가사가 많다.

 

화답송도 역시 손상오 신부의 시편성가를 제창, 독창으로 잘 부른다. 주보에도 후렴이 나와있다.

다만 옛 가사를 수정없이 부르다 보니 매일미사 책과 달라 분심이 든다는 것이다.

성가대는 "야훼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를 후렴으로 부르는데 "주님께서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가 맞는 가사이다. 라틴어로 부르면 이런일이 없는데 지방어는 늘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필자의 조사자료에 의하면 약 20-30년 마다 성서나 전례문이 바뀐다.

가사 뿐 아니라 시편의 절 수도 시편 성가책과 매일미사 책의 구성가 달라서 헷갈린다.

 

복음전 노래도 좀 이상하다. 원래 사순시기에는 복음전 환호 노래로 "알렐루야" 대신 "말씀이신 그리스도님, 찬미 받으소서" 또는 "그리스도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를 부르고 시편가사를 노래한다. [이들 노래는 가톨릭 성가책에 있는 그레고리오 성가 악보 391-398 중 393번(3번 선법)에 맞춰 부르면 좋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복음 환호 없이 바로 "나는 세상의 빛이니......" 하고  노래한다. 앞 뒤 환호가 없어진 것이다.

 

대부분의 성당은 사순시기가 되면 분위기를 고려한답시고 복음환호송을 낭송으로 하는데

잘하는 것은 아니다. 환호송이란 말은 환호하는 노래라는 뜻이다. 무엇을 환호한다는 말일까?   이 노래는 제2독서에 대한 화답노래가 아니라 곧 있을 사제의 "복음" 낭독을 기쁘게 환영하고 맞이하는 노래이다. 그래서 일어서서 노래한다. 그러니 기껏 평소에는 알렐루야를 잘 노래하던 성가대/신자가 사순시기라고 하여 환호송을 시무룩하게 읽고 말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월드컵 축구같은  경기에서, 사순시기라고 하여, 우리가 16강에 올라가는 결정적 골을 터트렸는데 환호하지 않고 점잖게 "기분 좋다..." 고 말로 할 것인가?]

 

성가대 노래는 아주 잘한다.

템포도 알맞고 반주자도 전주와 반주가 매끄럽다. 여성 2부 합창 형상이고, 남자 목소리가 화답송 이외에는 안들리다 시피 했으나 이 성당만의 문제는 아닌 한국 천주교회 전반적인 현실이고, 필자는 속으로"시골 본당인데 성가대 수준이 높네....." 하고 생각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휘자, 반주자, 여자독창자, 남자 독창자, 모두 대구 가톨릭대 음대 출신이거나 재학생이란다.  어쩐지..

 

오늘 하양성당 교중미사의 전례음악은 그냥 (세속)음악적으로 보면  잘 했지만 전례음악 측면에서 보면 아쉬운 면이 많았다. 입당성가에 이어 퇴장성가도 6장(찬미 노래 부르며)을  1절씩만 부르고 .....끝!...

 

동작 느린 노인신자는 성가 번호 찾다가 입도 벙긋 못해보고 노래를 마친 모양새였다. 입당성가와 퇴장성가는 최소한 2절씩 부르는 성당이 대부분이다. 신자 입장에서는 퇴장(파견)성가를 충분히 부르므로써 미사를 마무리를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복음을 전하러(또는 집에)갈 것이다. 사순시기만 아니라면 오르가니스트의 오르간 후주는 금상첨화라고 할 것이다.

 

아무려나 넓고 인심 후해 보이며 고색 창연한 하양 성당은 정감이 가는 주님의 집이었다.

 

대구, 경산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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