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속의 하느님]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 멘델스존의 시편 42편

내 목마른 영혼의 갈증을 풀어주는 생명수와 같은 음악, 멘델스존의 모국어인 독일어 “Wie der Hirsch schreit nach frischem Wasser(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로 시작하는 이 곡은 시편 42편의 본문을 가지고 작곡한 음악이다.

이 시편은 부활 성야 미사 제7독서의 화답송으로 부르며, 또 연중 제23주일의 영성체송으로 노래한다. 가톨릭 신자라면 첫 구절 정도는 암송하고 있을 것이다. 멘델스존은 이 시편에서, 추방된 레위인이 하느님 현존의 감미로움을 맛보려고 하루빨리 성전에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소망을 너무나도 경건하게 표현하고 있다.

고전음악에 심취하여 여러 작곡가의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섭렵하던 청년 시절, 나는 멘델스존을 부유한 유다인의 아들로 태어나 길지 않은 생을 유복하게 살다간 전기 낭만 시대의 작곡가로 인식하고 있었다.

교회 합창활동을 쉬고 있던 시절 구입한 멘델스존의 음반에서 처음으로 듣게 된 시편 42편은 나의 나약하고 움츠린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어, 기쁨에 넘쳐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가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멘델스존은 19세기 낭만파 음악의 창시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멘델스존은 독일 함부르크의 유다계 집안에서 태어났고, 우아한 용모와 세련된 사교성 때문에 귀족 모임에 다투어 초대되었고, 그의 연주회는 늘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바흐, 헨델, 베토벤의 감화를 강하게 받았으면서도 자신만의 진가를 유감없이 표현했다. 멘델스존의 음악에서는 혁신적인 모습이나 치열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멘델스존의 아버지 아브라함은 유다교에서 그리스도교로 개종하였지만 베를린 음악계는 멘델스존을 유다인의 아들이라고 차별대우했다. 베를린을 떠나 유다인에게 관대한 라이프치히로 활동 근거지를 옮겨야만 했던 그는, 그곳에서 게반트하우스 관현악단의 지휘를 맡아 라이프치히를 유럽 음악의 중심지로 끌어올렸다.

시편 42편은 소프라노 솔로와 혼성합창, 여성합창, 남성합창이 시편에 맞추어 총 7곡으로 어우러져 있으며, 색감이 풍부한 오케스트라의 반주와 함께 작곡된 연주 시간이 25분 걸리는 큰 곡이다.

이 곡은 1837년 그가 신혼여행에서 구상한 작품으로, 부드럽고 온화하며 깊은 애수의 정서를 가지고 있다. 멘델스존은 이 작품 전체를 통해 하느님에 대한 온전한 믿음과 자신의 절대적인 복종을 서약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제1곡 : Wie der Hirsch schreit nach frischem Wasser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혼성합창 부분으로 가슴을 저미는 듯한 알토의 주님을 그리워하는 염원으로 시작되며, 이어지는 4성부의 간절한 대화에는 주님의 모습이 잘 나타나고 있다.

제2곡 : Meine Seele durstet nach Gott

(제 영혼이 하느님을 목말라합니다)

느리게 연주되는 소프라노 독창곡으로 애잔한 반주에 “하느님을 언제나 뵈올 수 있겠습니까?” 하는 바람이 녹아있다.

제3곡 : Meine Tranen sind meine Speise

(제 눈물이 저의 음식이 됩니다)

소프라노의 독창과 여성합창이 응답 형태로 어우러져 빠르게 진행되는 선율은 “네 하느님은 어디 계시느냐?” 하고 사람들이 빈정거리는 듯 현악기군과 목관악기군이 재잘댄다.

제4곡 : Was betrubst du dich, meine Seele

(내 영혼아, 어찌하여 녹아내리느냐)

혼성합창곡으로서 오케스트라 큰 울림의 첫 박에 이은 남성 파트의 처절하고 깊이 있는 울림과 이어지는 혼성합창에서 “나의 구원, 나의 하느님!” 외침은 금관악기의 웅장한 울림과 어우러져 시편의 표현을 극대화하고 있다.

제5곡 : Mein Gott, betrubt ist meine Seele

(제 영혼이 안에서 녹아내리며)

소프라노 독창의 짧은 곡으로 현악기와 목관악기의 반주로 진행된다.

제6곡 : Der Herr hat des Tages verheissen seine Gute

(낮 동안 주님께서 당신 자애를 베푸시면)

소프라노 독창과 남성4부 합창의 5성부의 곡으로 주님께 찬양과 기도를 드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경건한 화음의 펼침이다.

제7곡 : Was betrubst du dich, meine Seele

(내 영혼아, 어찌하여 녹아내리느냐)

제4곡의 시작 부분과 가사와 선울은 같지만 반복되는 시편의 내용을 더 강조하려는 작곡가의 의도가 담긴 듯 5성부의 합창으로 편성하여 더욱 웅장하게 시작하며, 이어지는 4성부의 합창은 이 곡 전체 프레이즈의 끝을 향하여 결코 흔들림 없이 절도 있게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이 시편을 묵상하면서 만나게 된 하느님을 찬미하면서 요한 복음의 한 구절을 떠올려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울며 애통해하겠지만 세상은 기뻐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너희를 다시 보게 되면 너희 마음이 기뻐할 것이고,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요한 16,20. 22).

* 신호철 베드로 - 트리니타스 챔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트리니타스 합창단 지휘자, 서울 청파동본당 쌍투스 성가대 지휘자, 목5동본당 그라시아 성가대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1년 10월호, 신호철 베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