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속의 하느님] 나는 굳게 ~ 믿나 ~ 이다, 가톨릭 성가 1번
세례성사를 거행할 때 종종 세례를 받는 큰 기쁨에 예식 내내 눈물을 흘리시는 분을 볼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좋으신 예수님을 왜 진작 만나지 못했을까, 왜 내가 신앙을 가지려 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마음 속 깊이 밀려들면서 예수님께 대한 죄송함과 감사의 마음이 범벅이 되어 감동을 주체할 수 없는 벅찬 마음으로 예식에 임하게 되는 것이지요.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제자들에게 다시 나타나셨을 때 토마스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뵈었다는 제자들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났다는 말이 황당무계하게 들렸을 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죽음 앞에서 줄행랑을 쳤던 마치 오합지졸 같았던 그 제자들에게서 들은 말이었으니 토마스는 더더욱 믿을 수가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예수님께서 다시 나타나셔서 자기가 했던 말 그대로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에 손가락을 넣어보고 그분의 옆구리에 손을 넣어보라고 말씀하실 때 토마스 사도가 느꼈을 그 가슴 벅참을 우리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종종 세례 예식에 벅찬 감동을 느끼며 줄기차게 눈물을 흘리시는 새 신자들을 볼 때마다 토마스 사도를 떠올리곤 합니다.
「가톨릭 성가」 1번 ‘나는 믿나이다’는 바로 이와 같은 믿음과 신앙의 가슴 벅참을 노래하는 성가입니다. 외국에서 가지고 온 이 성가의 본래 제목은 ‘예수,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나의 모든 것(Jesus my Lord, my God, my all)’입니다.
그리고 이 성가를 만들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가사에 맞추어 선율을 작곡하지 않고 이미 전해오던 선율에 새로 만든 가사를 꿰어 맞추는 일들이 관례로 되어있던 시기였기에 선율에 따로 이름이 붙어있곤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가사의 제목과 선율의 제목이 서로 다르게 각각 붙여지곤 하였습니다. 이 성가의 선율의 이름은 성체성사를 의미하는 ‘사랑의 성사(Sweet Sacrament)’였습니다.
이 성가의 작곡자는 슈타인(Albert Gereon Stein, 1809-1881년)이라고 나와있습니다. 그는 1809년에 독일 쾰른에서 출생하여 1833년에 사제가 되신 분이며 여러 해 동안 쾰른에 있는 성요한성당에서 사목하면서 신학교 음악교사로 활동하셨던 분입니다. 특히 교회음악가로서 쾰른 지역의 가톨릭 성가계에 큰 업적을 남기며 여러 권의 성가책을 펴내기도 하였습니다.
이 성가는 1956년에 나온 「정선 성가집」에서부터 실려있는데 여기에는 단순히 본래 독일말로 성가 선율이라는 뜻의 코랄(choral)이라고만 표기되어 있습니다.
같은 선율이 실려있는 1965년 판 「성공회 성가집」에는 작곡자는 미상이며 독일의 트리어(Trier)에서 1872년에 나온 선율로 소개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의 악보에 따라서 작자 미상이며 1826년에 나온 「로마 가톨릭 소성가집」이라고 표기해야 더 정확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이 성가의 본래 가사는 페이버(Frederick W. Faber, 1814-1863년)가 만든 ‘예수,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나의 모든 것’이라는 시였습니다. 페이버는 가톨릭 성가 286번 ‘순교자의 믿음(Faith of our Fathers)’이라는 성가의 본래 가사를 만들기도 한 사람인데, 그는 영국의 시인이며 신학자로서 1814년에 영국에서 출생하여 옥스퍼드의 발리올 대학(Balliol College)을 졸업한 뒤 성공회의 사제가 됩니다.
그러나 그는 1845년에 당시 영국에서 벌어지던 ‘옥스퍼드 운동’의 주역인 뉴먼(Henry Newman) 추기경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어 로마 가톨릭으로 개종하게 됩니다. 그 후 그는 다시 새롭게 태동된 영국 가톨릭교회에 신자 대중을 위한 성가가 턱없이 부족함을 느끼고 많은 성가 가사를 썼는데 49세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약 150여 편을 썼다고 합니다.
‘예수,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나의 모든 것’이라는 찬미시는 1849년에 출판된 「예수님과 마리아 : 노래와 독서를 위한 가톨릭 찬미가들(Jesus and Mary : or Catholic Hymns for Singing and Reading)」이라는 책에 실렸는데 여기에는 286번 성가 ‘순교자의 믿음’의 본래 영어 가사인 ‘우리 선조들의 신앙(Faith of our Fathers)’도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이 시의 제목을 성체성사를 의미하는 ‘그리스도의 몸(Corpus Christi)’이라고 표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페이버의 가사는 모두 9절로 이루어진 시였는데 가톨릭 성가 1번의 본래 영어 성가에서는 첫 두 줄만 쓰이다가 후대에 새로 3절이 덧붙여지게 됩니다. 한편 9절 가운데 나머지 가사들도 ‘기쁨으로 거룩한 종을 울려라(Ring Joyously, ye solemn bells)’와 ‘노래하라, 노래하라, 그분께 더 높은 찬미 드려라(Sound, sound His praises higher still)’라는 성가의 가사로 각각 사용됩니다.
세례 때 우리가 주님께 신앙을 고백하면서 가졌던 굳은 맹세, 그리고 마치 토마스 사도가 벅찬 가슴으로 예수님께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요한 20,28) 하고 외쳤던 그 감동을 담아 불러야 할 노래가 바로 이 성가인 것입니다.
* 이상철 안드레아 - 서울 마장동본당 신부, 주교회의 성음악소위원회 위원이다.
[경향잡지, 2011년 11월호, 이상철 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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