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톨릭합창단 연주회 참관기
유빌라테 데오!
2002년 12월4일(수) 저녁 7시 30분, 부산시 문화회관 대강당에서는 부산 가톨릭합창단 제23회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부산가톨릭합창단은 그 명성이 높은데 2년전 서울 예술회관에서 종교음악합창제 때 연주를 보고 이번에 두번째이다. 더우기 금년 부산에서 개최된 세계합창올림픽에서 (무반주 종교음악분야) 은메달을 획득했다고 하여 더욱 보고 싶어서 부산으로 내려갔다.
부산가톨릭합창단은 창단 20년을 맞이한 전통이 있는 합창단이다.
지휘자 계보를 보면 대부분의 부산음악계 중진들이 거쳐갔음을 알 수 있다.
박종혁-박헌일-이창룡-유영철-이철수-변선호-양종모-그리고 현 지휘자 이성훈.
이 중 대부분이 2-3회식 중임했고 한 두명을 제외하곤 똘똘 뭉쳐서 음양으로 합창단을 지원한다.
그 이면에는 가톨릭음악계의 대부로 볼수 있는 박헌일 선생의 헌신적인 노력과 음악감독 윤용선신부의 포용, 관용, 평신도 존중의 철학이 배어있다.
연주장인 문화회관은 유엔 묘지 근처 풍치 좋은 산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오늘 전석(약 1,300석)이 꽉 찼고 교구장 정명조주교님도 참석하셨다. 정 주교님은 군종교구장 출신이라 필자가 해군장교시절 대전 계룡대 삼위일체 성당과 서울 주교좌 성당에서 여러번 모신 바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반가왔다. 그래서 대축일 미사때 성가대를 지휘한 연고로 잘 아는 분이다. 성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어서 미사 후 성가에 대한 코멘트를 자주 해 주셨다.
"오늘 헨델의 할렐루야가 좋았다" 든가, "선곡이 잘 못된것 같다" 등등...
각설하고,
프로그람에는 제1부와 제2부로 되어있으나 필자는 무대별로 정리하고자 합니다.
오늘 출연자는 합창단 54명(남성 20명)으로 베이스가 튼튼하고 성부간 균형이 좋아서 일단 여건은 최적!
그런데 합창단 손에 악보가 없다. 모두 외워서 부른다는것인데...참 대단하다.
제1무대.
제1곡 :합창을 할 때처럼- 유명시인인 이해인 수녀가 부산가톨릭합창단을 위하여 작시하고 윤용선신부가 곡을 붙인 축가형식이다. 먼저 이수녀의 시 낭송이 있었고 합창이 있었다.
곡은 부드러운 선율이다. 종교음악가인 윤신부님의 곡이 거의 그렇듯 급격한 도약과 부딪치는 화성을 피한 흔적이 연연하다. 이런 노래를 들으며 문득 고 이문근신부와 최민순신부 생각이 났다. 당대 성서 번역가이며 문필가였던 최신부님이 작사하고 이문근신부가 곡을 쓰니 얼마나 좋은가? 가톨릭성가집에 "순교자찬가/원제:복자찬가"가 그 대표적 예이다. 이런 콤비가 없었는데 이제 좋은 콤비를 이루려나...하는 소박한 마음이다.
제2곡: 아베마리아-윤용선곡
이 곡은 전통 그레고리오 성가 선율 전체를 한 소절씩 노래하고 그 다음에 모테트로 합창을 하는 특이한 노래이다. 한 선율만 따온것이 아니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런 곡은 Falsobordone 형식이라고 하며 Palestrina 같은 작곡가의 곡이 여러개 있다. 특히 Magnificat 곡이 선법별로 있다.
제3곡: Jubilate qua hodie natus est-V. Miserachs 곡(현 로마 성음악대학 학장신부)
돌림노래형식으로 매우 유쾌한 곡이다. 뜻은 "우리의 구세주 오늘 나셨도다, 찬미하여라(또는 기뻐하여라)...:.
피아노 반주를 붙였다.
제2무대
제4곡 , 5곡, 6곡 무반주 다성음악
아베마리아 3곡인데 이번 합창 올림픽에 출연하여 은상을 받은 앵콜곡들이다. 두 곡은
Vittoria와 Bianchi(로마 성음악대학 교수)의 한국 초연 곡이고 한 곡은 윤용선신부 곡이다.
합창은 출연했던 24명(남11명)인데 매우 절제되고 소리와 쉼의 배열이 좋은 연주였다.
이 팀은 개최국이라 손해를 보았겠다는 느낌이 든다.
제3무대 혼성합창
제7곡: 남촌, 제8곡 천안삼거리
두 곡 청중에서 선사하는 노래이다. 가곡과 민요를 저렇게도 부르는구나...하고 감며을 받았다. 특히 천안삼거리 종지가 극적이다. 악상기호로 표시하면 ppp>> ff 이다.
제4무대 남성합창
남성20명에 오비 단원 8명이 합세하여 선, 후배간 유대를 높인 좋은 모습이었다.
제9곡: 평화의 기도-성 프란치스코의 기도문에 김영자수녀가 곡을 붙안 유명한 노래이고 개신교 합창단에서도 애창하는데 정작 작곡자가 가톨릭교회의 수녀인지는 모르고 있다 (알려고도 안하고...).
제10곡 :독일민요 소나무, 제11곡 꽃파는 아가씨.
역시 합창은 남성합창이라야...하고 끄덕일 정도인데 옥의 티가 있다.
경상도 사나이들의 발음이 그 것인데 "변함이 없는 거빛(그 빛), 산넘어 남천(남촌)서 남풍..."
남천동에 주교좌성당이 있기는 하다...
(본인들은 제대로 발음했다고 항의 할지 모르겠다).
제5무대 소녀의 집, 오케스트라와 협연무대
약 60여 명의 1관편성이지만 첼로9명에 더불베이스3명인 현악 막강팀이다. 소년의 집은 미국사제인 소알로이시아 신부가 운영하는 학교인데 소년 축구로도 유명하다. 참으로 보람있고 좋은 일을 하신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 이태리 비빌디신부도 이런 학교를 운영하며 음악가를 키운사실이 있다.
제12곡: Stabat Mater----------------------Rossini
합창과 2중창, 4중창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곡이다. 무반주나 오르간 반주에 비해 풍성한 느낌.
제13곡 :Gloria----------------------------Mozart
이 곡은 대관미사곡 중 대영광송이다. 음악 분류상 전례음악이라기 보다는 광의의 종교음악인데 카라얀이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대관미사곡을 연주한 적이 있어서 사람들이 전례미사곡으로 오해하는 곡이다. 이곡을 교황님이 연주를 허락한 이유는 카라얀이 독일인으로서 제2차대전중 유태인 압박의 회개 차원에서 연주를 간청하였고 이를 허용한 예외적 조치로 알려져 있는 곡이다. 4명의 독창자 역할이 두드러지는데 잘 소화해 냈다.
박기영, 윤매숙, 구원모, 정희석.
연주 템포가 무척 빠름을 느꼈다. 음반에서 듣는 카라얀의 곡은 대성전의 음향 때문에 템포를 늦추었는지도 모를일이지만....
제14곡 :오케스트라 Pomp and Circumstance March.....Elgar
위풍당당이라고 번역된 신나는, 유명한 행진곡이다. 소년 오케스트라가 용케도 잘 연주한다. 지휘자 이성훈은 합창만 지휘하는줄 알았더니 오케스트라 지휘도 일품이다. 그런 분이 드믄데.....지휘자용 악보도 없이 외워서 지휘하는것을 보니 외우는 머리가 비상한 듯.
제15곡: Lacrimosa-------------------------A.Mozart
유명한 레뀌엠중 백미인 부분이다. 그 날이 오면...... 남성파트의 고음이 힘차게 치 솟는다.
제16곡:IN Paradisum-----------------------G.Faure
역시 레뀌엠중 마지막 장.... 지휘자가 이 곡을 억울하게 죽은 두 여중생에게 바친다고 하여 더욱 숙연한 분위기 였다. 승용차를 타고 가다가 실수로 한 사람이 다쳐도 형사처벌을 받거늘, 두 명이나 깔아 죽이고도 아무도 책임이 없다니... 약소국의 비애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법무장관은 미국 법무장관 대변인 같은 소리만 하고.... 결국 여론이 나빠지니 대통령이 나서서 소파(SOFA)를 재검토하라니까 이제서야 법석이다.
두 시간.....감동과 놀람의 연속이었다.오늘 레파토리는 무척 다양하여 순수 종교음악에서 부터 준전례음악, 민요, 국내외 가곡, 기악합주 등 백화점같은 다양한 장르를 선 보였다.
이성훈...그는 2년전 지휘를 맏은 성악가 출신인데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실력이 (내가 보기에도) 수준급이다.
이 연주회를 기획, 감독, 연출한 모든이와 합창단 여러분게 감사와 격려를 보냅니다.
(부산가톨릭합창단은 발음만 좀 고치면 한국을 대표해도 되겠습니다).
사족-13년간 반주자로 봉사하던 강선화씨가 이별을 하게되어 공로패를 증정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이별이다.
영빈관에 마련된 뒷풀이장을 나오며 저는 이렇게 독백했습니다.
내년이 걱정된다. 올 해처럼 이렇게, 또 잘 할 수 있을까?
대구에서 김빠뜨리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