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 성가게시판에서 나누어졌던 의견들을 모았습니다.
(자료실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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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자: 장경희(c1208) (질문)지휘봉을 쓰는이유는?
게시일: 2003-03-18 17:50:30
얼마전 미사참례때 성가대가 앞에 있어서 유심히 본적이 있습니다. 10명정도 인원의 성가대인데 지휘자님께서 지휘봉을 들고 지휘하시더군요.지휘봉을 들고 지휘하는 경우와 그냥 손으로 지휘하는 차이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후략]
게시자: 오현주(anna1002) 내가 아는 지휘봉을 쓰는 이유는?....
게시일: 2003-03-19 07:46:58
제가 알기로는 보통 합창 지휘는 손으로 할때가 많지요. 지휘봉은 길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손끝의 포인트가 지휘봉 끝으로 연장됩니다.
합창단의 규모가 커서 손으로 힘들 경우, 아니면 오케스트라 지휘 할때, 그 때는 지휘봉 끝이 손 끝보다 가늘어 타점을 예민하게 느낄수 있습니다. 관현의 예민함은 지휘봉이 더 낫구요. <하지만 오케스트라 지휘도 지휘봉을 사용하지 않은 지휘자도 있습니다. 스토코프스키,세르헨, 쿠르트 마주어...>
그러나 손의 섬세함은 지휘봉이 못하지요. 손을 사용한 부드러운 동작이나 <예를 들어 아멘 할때 멘하고 허밍으로 여운을 남기고 끝날때 독특하게 손으로 하는 표현> 등 성악적 호흡을 표현할때는 손으로 하는경우 더 효과가 날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합창은 손으로 많이 합니다.
그렇다고 무엇이 틀렸다고 말하기는...... 지휘자 맘이니까 .ㅎㅎㅎㅎ.< 맞습니까? 맞지요? > 농담.
그냥 아는대로 몇자 적어보았습니다.
다른 이유도 아시는 분은 게시해주세요.
게시자: 방성욱(johnpsw)
게시일: 2003-03-20 01:31:20
찬미 예수님!
지휘봉과 손의 차이라.. 여러가지 차이가 있겠지요? 조금 적어 봅니다.
오케스트라 연주무대를 예로 보자면 조명이 밝은 무대와는 달리 연주자들은 비교적 어두운 객석을 배경으로 서있는 지휘자를 보며 연주하게 되는데 이때 지휘자의 손 끝에서 흔들리는 하얀 지휘봉은 일단, 단원들의 시선을 모으는데 상당한 힘(?)을 발휘합니다, 특히 이끌어야 할 인원이 많을 수록 지휘봉은 지휘자에게는 꼭 필요한 검(칼)이지요.
연주 악기에 따라 어택이 다양한데, 지휘봉은 악기에 따른 다양한 어택을 거의 다 표현할 수 있습니다(믿거나..말거나..--퍽!). 연주자는 소리를 내기 직전에 호흡을 받쳐 소리가 제대로 나오게 하는 예비동작을 취하는데 이를 어택(성악이나 기악의 발성법 중 하나)이라 합니다.
지휘자가 악기에 따른 알맞는 어택을 연주자에게 사인 주지 않으면 결코 좋은 사운드를 끌어 낼 수 없지요(있을수도..스파르타식으로 조련된..).
그런데 지휘봉으로도 표현하기 힘든 어택이 있으니, 바로 성악의 것입니다. 유명한 오케스트라 지휘자들 중 합창곡을 연주할 때면 유독 지휘봉을 내리고 손으로 지휘하는 경우가 있는데 성악을 잘 아는 지휘자이기 때문입니다. 성악의 둥글고 고우면서도 깊은 힘을 지닌 멜로디의 실루엣을, 뾰족한 지휘봉으로 이끈다는 것은 [A]급 지휘자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손으로 아무리 예리한 비트를 주어도 예리한 지휘봉에 비할 수 없고, 지휘봉으로 아무리 부드러운 비트를 준다해도 부드러운 손에 비할 수 없지요. 성악은 기악에 비해 매우 부드러운 음악을 표현합니다. 합창을 손으로 지휘하는 까닭이 여기 있지요. 물론 손으로 하는 지휘 제스추어는 지휘봉의 것과는 방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합창 지휘자들이 지휘봉을 다루지 못해 손으로 한다고 평하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 맞기도 또 틀리기도 한 비판이겠죠?
음~
합창을 손으로 지휘한다 해도 문제는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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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해야 한다는 거..
^^ 사도요한 드림
게시자: 김종기(cantusk) 지휘봉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게시일: 2003-03-20 07:55:04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지휘봉은 지휘자의 권위의 상징입니다.
15,16세기는 어떠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기악곡들이 발전한 17세기 이후에는 많은 연주자들을 통솔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작곡자들이나 악장들 중에서 지휘자로 나섰습니다.
그 당시의 기록을 보면 지휘자의 역활이라는것은 매우 단순하여 음악의 시작과 끝마침 정도를 결정하는 정도였습니다. 당시의 이런 지휘자들에게 지팡이같은 것으로 지휘를 했으니 상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지휘봉을 휘두른 것이 아니고 단순히 땅을 하나 둘 하나둘 두드리는 정도일 것입니다.
그후 지휘봉이 조금씩 작아지는데 19세기 말까지는 지금과 같이 끝이 뽀족한 것은 보이지 않고 손가락 정도의 굵기에 40-50cm 정도의 길이에 끝에는 오케스트라의 상징 문양이나 하프 모양이 조각된 막대기가 사용되었습니다. 정교한 지휘자의 비트를 가르쳐 주기보다는 마에스트로서 음악의 해석을 위주로 하는 신종직업인으로서의 상징인 것입니다.
현재와 같은 지휘봉이 등장한 것은 20세기 초반입니다. 지금은 지휘자의 권위가 다른 사람보다 높고 지휘봉을 이용한 지휘법이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동구권에서는 지금도 지휘자에게 반드시 지휘봉을 사용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지휘봉보다는 손으로 지휘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이로운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연주회가 시작되는 시각이 밤이다 보니 손보다는 햐얀 칠이된 지휘봉이 연주자들이 비트를 보기에 훨신 편하기 때문입니다.
게시자: 유인곤(gongxx) 지휘봉 조심하세요
게시일: 2003-03-20 15:27:12
밑에 김종기님이 쓰신 지휘봉의 역사를 보니 문득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제가 하려는 말은 허접한 우스개니 바쁘신 분은 끝까지 읽지 말아주세요.
뭐 많은 분이 알고 계시겠지만.....
장 밥티스트 륄리라는 작곡가가 있는데요, 아마도 왕의 춤이란 영화에서 이 양반을 소재로 삼았던 것으로 압니다만, 어쨋든 당대 최고 반열에 속해있는 음악가였지요. 이 양반은 애석하게도 자신이 휘두르는 지휘봉에 맞아서 죽은 인물입니다. 마루를 내리찍는다는 것이 발등을 찍었고 상처가 덧나면서 결국 죽음을 맞이했죠. 정말 황당하고도 애석한 사건이 아닐 수 없죠. 하기야 이보다 더 허무하게 죽은 음악가(슈베르트나 안톤 베베른 같은)도 많이 있으니 그나마 위로가 되겠네요
제가 아는 분 중에는 지휘봉에 눈이 찔린 분도 있고, 콧구멍을 찔려 거의 돌아가실뻔한 분도 계시니,
게다가 지휘봉을 들고 지휘하다보면 박자가 심하게 어긋날 때, 지휘봉으로 어딘가를 두드려 박자를 잡고싶은 충동이 일게 되는데, 연습 때의 습관이 가끔 실전에 나올 경우가 있죠. 그러면 그 실전이 음악회이건 미사이건 간에 지휘자에 의해 망가지는 것은 당연지사겠죠. 또 이렇게 두드리다보면 탄소로 된 지휘봉인 경우 눈에 보이지 않게 서서히 탄소 섬유가 끊어지기 시작하죠. 그 부분을 손으로 만지던가 아니면 등을 긁었다가...... 그 탄소섬유 조각이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섬짓함이란.......
부상과 더불어 두드리는 버릇을 예방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데요, 좀 부러지기 쉬운 아주 약한 재질의 나무 지휘봉을 구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끝을 사포를 이용해 밋밋하게 연마해주는 것이죠. 그러면 부러질까봐 두드리지도 못하고 찔릴 위험도 줄어들죠.
허접해서 죄송합니다.
게시자: 류대희(rdamian) 손 지휘와 지휘봉에 대해서...
게시일: 2003-03-21 16:39:03
+찬미 예수님!
성가 가족 여러분 안녕 하십니까? 류대희 다미아노 입니다.
한 동안 우리 성가 게시판이 큰 이슈가 없어서 잠잠_-_; 하더니 지휘봉 문제로 조금의 의견 개진이 있는것 같습니다.다 좋은 이야기 이지요^^* 저도 뭐~~~지휘법을 정석으로 배워오고 있습니다만 손으로 지휘를 하든 지휘봉을 사용 하든 지휘자 각자 개인의 성향과 취향 이겠지요.
한가지 명확하게 짚고 넘어 갈 일은 제가 생각 하기론 첫째 음악을 잘 만들고 소리의 밸런스를 잘 맞춰서 지휘자가 단원(앙상블)들한테서 일치된 소리를 이끌어 내고 지휘를 잘 하는 것이리라 봅니다.곡을 잘 해석 하고 분석하고 그 시대에 걸맞는 음악적 해석으로 소리를 잘 만들고 단원들 알기쉽게 가르치고 하면 되는 것이지 지팡이로 지휘를 하든 손으로 지휘를 하든 지휘봉을 사용하든 지휘자와 단원들간에 의사 소통만 제대로 이루어지면 되는게 아닌가요?????
게시자: 김희창(jeromekim) 지휘봉
게시일: 2003-03-24 23:01:33
저도 지휘봉에 관한 두가지 에피소드가 있읍니다.
소싯적에 몇개의 악기를 곁들인 큰 은악(?)을 할 때는 지휘봉(길이는 길지 않고 균형잡히고 하얗고 어쩌고 저쩌고 - -- )을 써야 하고 합창을 지휘할때는 손으로 - 이런 식으로 공식처럼 알고 있을때
모처럼 악기도 몇분 준비하고 성가대원도 제법많은 성가대서 최종 리허설을 하다가 전체적으로 맘에 들지않아서 지휘봉을 보면대 모서리에 탁 쳣는데 그게 부러져서 앞에 앉은 바이올린 주자의 눈에 맞아서 병원가고
그 뒤로는 죽어도 지휘봉을 안 썼는데 요즘들어 우리 성당이 신축중이라서 상가 건믈을 임대해서 미사를 보는데 저의 키가 좀 짤막해서 미사시 성가대와 신자가 교창하는 부분에서 신자들도 성가대도 나를 보지 못해서 지휘봉을 썻더니 신통방통
언젠가 성가대가 교중뒤에 (특히 2층 뒤에) 서는 것보다 주례신부 옆즘에 위치하면 좋겠다는 다른 지휘자의견도 여기게시판에서 보았는데 지금 저희 성당이 그러해서 적어도 성가만큼은 확실하게 교중과 성가대가 상호 교창과 보완을 하고 있어서 흐믓 (실제로 필리핀에 갔을 때 200년도 더된 성당의 성가대석이 제대 옆에 딸린 2 층 회랑에 있었는데 음향학적으로 별로 무리가 없어 보였음. 단 양쪽회랑에 2 개의 성가대가 서도록 되어 있었는데 힌쪽에만 서 있고 현재 우리나라 실정으로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쩝)
어쨋거나 요점는 지휘봉이 있으나 없으나 지휘자의 자신의 해석을 성가대 또는 교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