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가톨릭 성가 487번: 동방의 세 박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01-02 조회수5,460 추천수0
[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487번 “동방의 세 박사”



성탄의 기쁨과 임진년(壬辰年)의 희망이 가득한 새해를 맞이하였습니다. 각자 삶의 자리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보람찬 삶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새해 벽두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은 가장 소박한 모습으로 보잘 것 없는 목동들에게 처음으로 드러났으며, 선택된 민족 이스라엘이 아닌, 동방의 세 박사에게 처음으로 공적으로 드러났습니다.

교회는 1월 2일과 8일 사이의 주일을 ‘주님 공현 대축일’로 정하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 세상에 공적으로 드러난 사건을 기념합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구세주로서 당신 자신을 공적으로 드러내신 예수님을 묵상하는 의미에서 가톨릭 성가 487번 ‘동방의 세 박사’를 이 달의 성가로 선정하였습니다.

3/8박자 리듬과 마단조의 이 성가는 A-B-C 형태로 진행됩니다. 이 성가는 머리말에 적혀 있듯 “마디마디 힘주어” 노래하기를 권고하는데, 이는 쉽게 생각하여 각 마디의 첫 박자에 강세를 두는 느린 왈츠의 느낌으로 노래하라는 뜻입니다.

성가 진행 B부분 마지막에는 ff(포르티시모, 아주 세게), 늘임표, a tempo(아템포, 본디 빠르기로) 등의 다양한 악상 기호가 표기되어 있습니다. 이는 ff(포르티시모)를 Subito forte(갑자기 세게)로 힘주어 강하게 노래하다가, 늘임표에 따라서 여유 있게 끌어주고, a tempo(아템포)에 따라 성가의 본래 리듬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곡에 긴장감을 불어놓고자 하는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성가 진행 C부분은 반복되는 화음으로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화성 진행을 통해 성가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또한 성가의 끝부분에 늘임표를 충분히 살려서 여운을 남기듯 서서히 사라지는 느낌으로 노래하면 좋을 것입니다.

예쁘게 꾸며진 성탄 구유에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동방에서 표징의 별에 이끌려 베들레헴에 당도한 가스파르, 멜키오르, 발타사르가 바로 그들입니다. 유다인의 새로운 왕이 탄생하였다는 표징의 별을 따라 걷는 여정에서, 아마도 동방의 박사들은 수많은 기대와 희망을 품고 걸음을 재촉하였을 것입니다. 그들은 여정 중에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유다인의 위대한 왕이 탄생하였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며 용기를 얻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에 당도한 그들은 자신들의 여정이 그 곳에서 끝날 것이라 생각했을 테지요. 그러나 정작 예루살렘은 유다인의 새로운 왕의 탄생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결국, 표징의 별에 이끌려 초라한 시골 동네에 불과한 베들레헴의 한 마구간에 이르게 됩니다. 유다인의 새로운 왕을 향한 여정이 겨우 이 초라한 마구간에서 끝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그들은 당황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성경은 동방의 세 박사가 기쁜 마음으로 아기 예수님께 경배와 예물을 드렸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세 동방 박사의 여정을 이끌었던 표징에 대한 믿음, 세상의 가치와 상반된 모습으로 탄생한 유다인의 왕에 대한 놀라움, 그들이 마구간 문을 열었을 때 전해지는 새로운 희망을 우리는 공감할 수 있습니다. 화려함, 위엄, 권위가 아니라 소박함, 겸손, 온화로 가득 찬 마구간에서 그들은 분명히 자신들의 여정이 옳은 길이었으며, 자신들이 경배하고 있는 왕이 진정한 왕임을 확신하였을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 역시, 각자의 삶을 통해 동방의 세 박사가 걸었던 예수님을 향한 여정에 동참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동방의 세 박사가 마구간 문을 열었을 때 느꼈던 감동과 새로운 희망이 우리의 가슴에도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희망합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2년 1월호, 황인환 신부(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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