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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전례 음악의 선택 기준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5-04-13 조회수2,893 추천수2

미사 전례 음악의 선택 기준들

 

 

1. 여는 말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거룩한 공의회」는 “주교들과 영혼의 다른 사목자들은 노래로 거행되는 어떤 거룩한 예식에서든지 모든 신자 집단이 자기 고유 부분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힘껏 돌보아야 한다.”(114항)라고 하며, 아울러 “신자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질 수 있도록 종교적인 찬송을 적극 장려하여야 한다.”(118항 참조)고 한다. 이렇게 우리의 첫 번째 임무가 회중들이 기도하고 노래하게 하는 것이라면 미사 전례 때에 사용할 음악의 선택은 지극히 중요한 것이 된다.

 

그러면 전례에 필요한 음악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다행히 5-6년 전부터 한국교회에서도 미사 전례 때에 부를 노래를 선곡하는 기준이 알려지기 시작하였다고 본다. 그 기준이란 주일이나 축일 또는 미사 전례 거행 당일의 독서들을 살펴 주제어를 찾고 그 주제에 맞는 가사를 가진 노래를 선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사 독서의 주제가 선교이면 선교, 사랑이면 사랑이란 가사를 가진 노래를 성가집에서 찾는 정도이다.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이런 시도는 허구한 날 주제를 찾는 것에 집중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근본적으로 주제가 없는 경우에도 음악 봉사자들은 주제 만들기에 고심하게 된다. 미사 전례의 거행은 무엇보다도 찬미와 감사를 나타낸다. 따라서 이런 자세를 표현하는, 곧 찬미와 감사를 표현하는 노래는 언제나, 특별히 연중시기에, 적합하다.

 

다음 호에서 우리는 미사 음악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요인들을 살펴보면서 전례시기에 따른 미사 전례 음악의 선곡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고, 이번에는 좀 더 전문적으로 음악을 선곡하는 기준을 알아보자.

 

 

2. 전례 음악 선곡을 위한 판단 기준

 

1) 음악적 판단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거룩한 공의회」가 반포된 뒤 현재까지 오직 미국 주교회의의 전례위원회에서만 음악과 관련한 두 개의 문헌(Music in Catholic Worship, 1972년; Liturgical Music Today, 1983년)을 발표하였다. 특별히 Music in Catholic Worship은 교회 음악인들이 훌륭한 문헌으로 추천하는 것으로, 여기서는 전례에 사용하는 음악의 가치에 대한 판단은 음악적, 전례적, 사목적인 것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음악적인 판단은 한마디로 전례에 사용할 음악은 훌륭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교회가 하느님께 바치는 최고의 경배 행위인 전례에 사용할 음악은 기교적으로, 심미학적으로 그리고 표현상으로 대단히 훌륭해야 한다. 이 음악적인 판단은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것으로 자격 있는 음악가가 해야 한다고 문헌은 가르친다(26항). 만약 전례에 사용할 노래가 선율적으로 평범하고 지루한 것이면 전례에 합당한 것이 될 수 없으며, 텔레비전 광고나 대중가요에 알맞은 음악이면 거룩한 전례 행위에 사용할 수 없다. 이런 음악은 세속적인 것을 초월하여 영원한 것으로, 곧 하느님과 통교를 이룰 수 있도록 신자들을 초대할 수 없다.

 

미사 때에 사용할 음악을 만들거나 선곡하는 사람들은 전례에 사용하려는 음악이 곡 전체를 통해 일관된 구조와 형태를 가지는지, 선율과 화성은 잘 어울리는지, 화성은 완벽한지, 가사와 음악적인 리듬이 억지로 끼워 맞추어진 것은 아닌지, 사용하는 리듬이나 선율의 진행이 가사와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지, 음악이 가사의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는지, 매력 있는 음악인지 아니면 빈약한 리듬이나 평범한 멜로디를 가진 음악인지, 음악이 단순히 청각적인 것을 넘어 신자들을 일치시키는 하나의 전례 상징이 되고 있는지, 과장되거나 정도가 지나친 악기 편성을 요구하는 음악은 아닌지 하는 등의 질문을, 사용하려는 모든 음악에 적용해 보아야 한다.

 

다른 어떤 예술보다 음악은 예배의 중심이 되는 말씀을 강조하고 이 말씀에 봉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음악은 노래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 서로를 결합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교회가 전례 때에 사용하는 음악은 노래 부르는 신자들을 노래의 원천이며 그 내용인 그리스도와 결합시키기에, 전례 음악을 단순한 음악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전례 상징으로 보는 것이다.

 

2) 전례적 판단

 

이는 하느님 백성의 공적 기도인 전례는 그 본성상 음악을 요구하며, 이 음악은 바로 전례 행위에 봉사하고자 존재한다는 관점에서 음악 작품을 살펴보는 것을 의미한다. 전례에 사용할 음악을 단순히 음악적인 측면에서 작품의 완성도나 미적 아름다움만으로 판단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미사 전체를 이루고 있는 여러 예식들의 구조가 요구하는 음악의 기능과 형태를 생각하는 전례적인 판단이 뒤따라야 한다. 모든 좋은 음악이 전례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교회 음악가는 전례의 어떤 부분에 반드시 음악이 필요한지, 전례의 어떤 부분이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 이 음악이 공동체의 기도를 도와줄 것인지 아니면 방해할 것인지, 전례 행위와 함께하는 이 음악이 그 행위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 것인지 아니면 약화시키거나 애매하게 만들어버릴 것인지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런 전례적인 판단을 위해서 음악 봉사자들은 먼저 전례 신학, 특히 미사 전체 구조에 익숙하여야 함은 물론이고 미사의 각 부분이 미사 전체 안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 흐르는 시냇물이 빠르게, 느리게, 그리고 장애물이 있을 경우에는 굽이쳐 돌아가듯이, 미사의 구조는 존중되어야 할 예배의 어떤 리듬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미사 전례가 전체로 보아 하나의 예식이라 하더라도, 이를 구성하는 여러 예식들 모두가 똑같은 중요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미사 전례 전체의 흐름은 일관성을 가지지만 미사에는 핵심적인 예식과 부차적인 예식이 있다. 이런 것을 알 때 음악 봉사자는 미사 전체의 균형과 일치를 이룰 수 있는 음악을 만들거나 선택할 수 있으며, 이것을 모를 경우에는, 미사 중 꼭 노래하여야 할 부분에서 침묵하거나, 노래로 하지 않아도 될 부분에서 거창한 음악을 연주하여 미사 전체의 균형과 일치를 잃게 하면서 신자들에게 영적인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예를 든다면 미사의 시작 예식은 말씀 전례를 준비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미사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기보다 부수적인 부분이다. 따라서 ‘자비송’, ‘대영광송’ 등은 노래로 하면서 말씀 전례의 ‘화답송’이나 성찬 전례의 ‘거룩하시도다’를 그냥 읽는다면 미사 예절이 균형을 잃게 된다. 또 시작 예식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대영광송’인데, 한국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교중미사가 아니라 하여 이 ‘대영광송’은 낭독하면서 입당송은 거창하게 노래하는 것은 전례적인 판단이 잘못된 경우이다. 마찬가지로 중고등학생 미사 또는 청년 미사에서 ‘하느님의 어린 양’을 동작과 함께 과장되게 노래(action song)함으로써 이 부분이 마치 미사 전례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같이 느끼게 만드는 것도 아주 잘못된 것이다. 전례 음악적으로 노래로 하지 않아도 무방한 이 부분을 과장된 동작과 함께 시간을 끄는 것은 전례적 판단이 잘못된 또 하나의 예가 되겠다.

 

① 무엇부터 노래해야 하는가?

 

미사 전체를 통해서 가장 중요한 노래는 바로 환호송(acclamation)이다. 복음 환호송, 거룩하시도다, 성찬 환호송, 기억 환호송과 마침 영광송은 평일에도 노래하도록 요구되는 환호송인데, 이런 환호송은 그냥 읽고 말거나 빈약한 노래를 사용하면서, 미사 중 다른 부분에서 화려하고 거창하게 노래한다면 이것은 미사 구조가 가지는 중요성의 순서를 무시하는 것이 되고, 전체 미사의 일치와 균형을 깨뜨리는 것이 되고 만다.

 

다음에 미사의 여러 기도 가운데 어떤 것부터 노래하여야 하는지 그리고 미사 전례의 각 예식 부분의 기능을 다룰 기회가 따로 있겠지만 우선 간략하게 소개한다. 미사 전례 때에 우선적으로 노래하여야 할 것으로는 환호송들, 곧 화답송과 대영광송 그리고 행렬 노래 중 영성체 행렬 노래와 입당노래이고, 부수적으로는 하느님의 어린양과 예물 준비 행렬 노래, 자비송과 영성체 후 감사 침묵 기도이며 퇴장 노래의 순이다.

 

② 성음악의 봉사적 기능(Munus ministeriale)

 

「거룩한 공의회」와 「성음악에 관한 훈령」(1967. 3. 5.)은 전례 음악의 봉사적 기능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런 봉사적 기능은 무엇보다도 교회의 권위로 이해되고 제기되며, 법과 전통에 따라 전례 자체와 연결되어 정의된다. 예를 들어 독서대의 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서 마이크가 마이크로서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때 당연히 교체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노래가 더 이상 필요한 봉사적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면 그런 노래는 더 이상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교회의 『가톨릭 성가』에 있는 성체 노래 가운데 성체 강복 때에나 사용할 수 있는 성체를 찬미 또는 흠숭하는 많은 노래는, 더 이상 주님의 식탁에서 축제의 기쁨을 나누는 모든 신자를 결속시키는 기능을 가진 영성체 노래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복음 환호송인 알렐루야는 곧 듣게 될 하느님의 말씀을 영접하는 기쁨을 노래한다. 이 경우 음정은 다소 높아지고, 음악의 속도가 적당하게 빨라야 하고, 모든 신자가 함께 하는 환호송이기에 신자들 전체가 부를 수 있는 쉽고 단순한 노래여야 한다. 이런 기쁨을 표현하지 못하거나 신자들에게 너무 어려운 노래라면 선곡되어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이 전례 안의 각 노래는 각기 다른 봉사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훌륭한 작곡가의 음악이라 하더라도, 이 기능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전례 음악으로서의 가치는 없는 것이고 미사 전례에 사용하여서는 안 된다. 따라서 우리는 미사를 위한 음악을 선택하는 데 음악의 완성도를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음악의 봉사적인 기능을 생각하는 전례적인 판단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여야 한다.

 

3) 사목적 판단

 

사목적인 판단은 음악 봉사자들 자신이 봉사의 대상으로 하는 회중을 잘 알도록 요구한다. 예배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나이, 신앙의 정도 그들의 문화적인 그리고 사회적인 환경 역시 음악을 선택하는 데 고려하여야 한다. “예배에서 음악이 백성들에게 지금 이 장소, 이 시점, 그리고 이 문화권 안에서 자신들의 신앙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가?”(Music in Catholic Worship, 39항). 선택하고자 하는 음악이 신자들의 신앙을 잘 표현하고 기도를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느 특별한 공동체, 특별한 장소, 특별한 문화에 맞는 음악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본당의 교중 미사에서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복음성가를 사용한다면 성인들은 음악적으로 잘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잘못된 사목적 판단이다.

 

어떤 음악을 안다는 것과 그 음악으로 기도한다는 것은 구별된다. 우리가 부르는 노래가 진정한 기도가 되려면 자신 안에서 소화되어,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자동적으로 자신의 내부에서 음악이 흘러나와야 된다. 따라서 어떤 회중이 몇 주가 지나서도 새로운 곡을 잘 부르지 못한다면 그 음악에 대한 사목적인 판단이 잘못된 것이다.

 

음악을 선정할 때에는 본당 구성원들의 문화적인 차이점 또는 다양성을 알아야 한다. 예배의 표시(Sign)는 어느 특정한 예배자들에게 각자의 신앙 경험에 따라 의미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받아들여져야 한다. 곡을 선택하는 사람이 회중을 형성하는 신자들의 문화적이고도 사회적인 특성에 민감할수록 사목적인 판단은 더욱 훌륭한 것이 된다고 본다.

 

 

3. 닫는 말

 

만일 음악의 선택이 회중을 위하여 지극히 중요한 것이라면 사목자들과 음악 봉사자들은 회중이 노래 부를 수 있는 알맞은 음악을 선택하기 시작해야 한다. 전례 시기를 먼저 고려하고 배정된 성서들에서 주제를 찾으며, 전례 행위와도 잘 어울리는 음악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상당히 개인적이고 일반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주교회의의 Music in Catholic Worship 문헌이 미사 전례에 사용하기 위한 음악을 선택하는 판단 기준은 음악적, 전례적 그리고 사목적이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판단들은 회중의 역할과 기도를 존중한다면 결코 서로 떨어져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악적 판단은 근본적인 것이지 최종적인 것은 아니다. 아직도 전례적이고 사목적인 판단이 남아있다.

 

이제 우리 한국교회도 음악 전례를 통해 우리 자신을 초월하여 하느님과 통교를 이루어낼 수 있도록 신자들을 이끌어주고 도와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

 

[사목, 2005년 2월호, 김종헌(대구대교구 성 김대건 본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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