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성가 이야기: 우리 이런 미사를 만들어 봐요 (3)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09-21 조회수3,067 추천수0
[성가 이야기] 우리 이런 미사를 만들어 봐요 (3)


이번 달에도 우리 본당 공동체가 어떻게 하면 생기가 넘치는 전례, 가슴에 와 닿는 전례를 만들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미사전례는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본당에 소속된 모든 신자들이 전례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참여하는 살아있는 예배행위가 되어야 합니다. 각 본당 공동체가 어떻게 주일미사를 준비해야 하는지를 함께 생각해 봅시다.


1) 각 본당의 전례위원회를 활성화시키고 일주일에 한 번 평가회를 가집시다.

본당의 전례에 관계하고 있는 모든 분들이 일주일에 한 번 모여 지난 주일미사를 평가하고, 다가올 주일미사를 설계해 보면 어떻겠습니까? 왜냐하면 미사는 공동체의 예배행위이지, 어느 누구의 사적인 예배행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제는 전례를 분담하는 다른 협조자들과 협력해야 합니다. 사제는 전례담당 수도자, 전례담당 봉사자들, 즉 독서자, 해설자, 복사들, 안내봉사자, 그리고 성가대 지휘자가 함께 모여 미사를 준비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평가를 해야 합니다.

먼저 미사를 준비할 때 염두에 둘 것은 회중의 영적인 이익입니다. 참여하는 공동체의 신자들을 무시하고 미사 집전자나 준비하는 사람의 편의를 따라 준비해서는 안 됩니다. 더 나아가 집전자 혼자의 자의에 따라 할 것이 아니라 미사전례에 직접, 간접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의 뜻을 최대한 받아들여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미사를 준비할까요?

(1) 그날 미사 혹은 축일의 주제를 선정합시다. : 먼저 제1독서와 복음을 살펴 그날 미사의 주제를 찾아내도록 합니다. 보편 지향기도를 준비하는 분이나 성가를 선곡하는 분들 역시 똑 같은 과정을 거친다면 사제의 강론이나 성가, 그리고 신자들의 기도의 내용이 그날 미사나 축일의 주제를 선명하게 들어나게 하며, 신자들은 이 주제를 한 주간동안 기억하며 실천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더 적합한 주제를 찾기 위해서는 그날 미사 혹은 축일에 바치는 사제의 기도들(본기도, 영성체 후 기도 등)을 살펴보는 것이 정말 좋습니다.

(2) 강론 준비 : 사제는 그날 미사의 주제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주제가 정해졌다면 전례위원회에서 “나는 어떤 주제로 이번 주일에 강론을 합니다.”라고 미리 알려주신다면 미사전례를 준비하는 봉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주제에 맞추어 성가를 고르고 신자들의 기도를 준비하면 됩니다.

(3) 성가 선정 : 무엇보다도 어떤 ‘환호송’들을 사용할 것인지 상의해 결정하고, 그날 미사나 축일의 주제를 살릴 수 있는 4개의 찬미가들(입당, 예물준비, 영성체, 파견성가)을 결정합니다. 아울러 화답송을 지정하고 선창자를 배정하는 동시에 침묵의 시간을 꼭 배정해 주도록 합니다.

미사 중에 사용할 음악은 사제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특히 시편, 환호송, 행렬노래 등의 선택은 성가대의 지휘자가 담당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본당의 사제나 수도자가 성가대에게 음악적인 지시를 할 때에는 신중해야 합니다. 큰 지식없이 어떤 노래를 어떻게 부르고, 어떤 곡은 부르지 말라고 지시하는 것은 지휘자를 무시하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음악담당자에게 특별한 feedback을 주시려고 한다면, 사제나 수도자가 먼저 필요한 음악적 문제에 대해 공부하고 난 후에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올바른 지침을 음악담당자에게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성가대 지휘자 또는 음악담당자는 주일미사에서 부르려하는 성가를 신자들이 잘 아는지, 좋아하는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미사 전에 신자들에게 필요한 음악을 가르치도록 해야 합니다. 성가대 지휘자는 그 성가의 빠르기, 강약, 그리고 어떤 악기가 알맞은지를 검토하고 충고해 주어야 합니다. 아울러 미사 전례 중에 어떤 악기를 반주로 사용할 것인지, 또 악기의 독주를 허용할 것인지도 결정하고 완전한 침묵도 미리 생각하십시오. 음악의 선곡은 음악적인 요소만 살필 일이 아니라 그날 미사의 주제와의 연결을 반드시 생각해야 하고 가사의 내용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4) 보편 지향기도의 작성 : 보편 지향기도의 시작 그리고 마감기도를 사제가 만들고, 지향기도를 완성합니다. 각 본당에서는 ‘매일미사’ 책에 있는 기도문을 그대로 사용하기보다 각 신앙공동체의 필요에 맞는 지향을 만들어 사용하도록 합시다. 그래야 보편지향기도가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신자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기도임을 느끼며 참여하게 됩니다.

(5) 전례봉사자의 선택 : 독서자나 해설자의 선택도 전례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합시다. 그냥 성경을 읽는 독서자가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예언자의 마음을 가지고 선포할 수 있도록 잘 준비시켜야 합니다. 많은 본당에서 독서자를 임의로 선택하거나 구역에 맡겨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하느님 말씀’의 선포는 무슨 책읽기 시합이나, 한 구역도 서운해 하지 않도록 돌아가며 읽는 것도 아닌 만큼 이 사람 저 사람 읽도록 하지 말고, 정말 잘 준비된 독서자를 양성하여 미사 때에 봉사하도록 양성해야 하겠습니다.

해설자는 미사 중에 즉흥적인 안내를 피하고, 반드시 해설할 원고를 사전에 전례위원회 또는 사제에게 보여주고 허락을 받은 후에 미사 때에 사용하도록 합니다. 아울러 그날 거행하는 미사의 성격에 맞는 음색을 사용하여야 합니다. 혼배미사의 해설이 장례미사의 해설 같고, 장례미사의 해설이 혼배미사의 해설 같아서야 되겠습니까? 마지막으로 해설자는 너무 많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옳은 해설자의 태도라 생각합니다.

안내봉사자는 교회에 오는 신자들을 누구보다도 먼저 맞아들이는 수행을 합니다. 따라서 주일미사에 오는 신자들을 진심으로 환영하여 성당에 들어서면서부터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줍시다. 주보를 건네주며 인사하고, 미사 중 질서를 유지시키며, 예물을 준비시키고 받은 헌금을 정리하며 영성체 행렬을 원활하게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안내봉사자의 역할입니다.

(6) 기타 선택 : 사제는 신앙공동체의 미사 때에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는 여러 기도문을 준비해서 사용한다면 신자의 가슴에 더욱 와 닿는 미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미사 시작 때에 하는 인사와 참회기도의 안내, 주님의 기도 안내, 평화의 인사 때의 안내, 마지막 축복과 파견의 대화 형식을 미사를 함께 봉헌하는 찬미 공동체의 수준, 크기, 관심사에 따라 알맞게 살아있는 기도로 만드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영성체 하는 방식의 결정도 함께 이루어지면 좋습니다. 또 당일 미사에 향을 쓸 것인지, 행렬을 할 것인지 복사의 수는 몇 명으로 할 것인지도 이 때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7) 미사 평가회(evaluation committee) : 일반적으로 신자들은 사제에게 비평하기를 꺼려 합니다. 예를 들면 미사 중에 하는 신부님들의 이상한 습성(기도문 읽는 습관이나 전례행위)에 대해서 어느 누가 감히 지적할 수 있겠습니까? 어떤 신부님들은 혼자서 바치는 기도를 끝내면서 “…하솟서.”라고 아주 강한 발음을 사용하거나, 너무 심하게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한다든지, ‘ㅡ’와 ‘ㅓ’의 구별이 전혀 안 되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됩니다. 이런 것들 역시 지적이 되고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그런 지적을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사제는 자신뿐 아니라 자신이 사목하는 공동체의 모든 전례에 대한 미사 평가위원회에서의 지적을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를 가지는 것이 정말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본당 공동체의 예배가 고상해지고 품위를 가지게 되며, 함께 하고 싶은 미사성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주에 거행되었던 본당의 미사에 대한 평가가 이 시간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모든 전례와 각 봉사자들의 전례행위가 전례회의에서 정한 것을 그대로 실행에 옮겼는지 살펴보고 그 결과도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사제 역시도 전례위원회에서 함께 정한 것을 따라야 합니다. 함께 정해 놓고도 미사 중에 임의로 바꾸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사제가 독주할 경우 전례에 참례한 신자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고 전례위원들의 참여의식을 깨트리게 만듭니다.

아마도 한국교회의 거의 대부분의 본당에서 전례위원회는 이름뿐인, 활성화되지 않은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실천하고 있는 본당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인”(전례헌장 10항) 전례를 위해서는 귀찮고 고통스러울지라도 반드시 실천될 성질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월간빛, 2012년 9월호, 김종헌 발다살 신부(한티순교성지 전담, 가톨릭음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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