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1번 “나는 믿나이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2012년 10월 11일부터 내년 11월 24일까지를 인류의 새로운 복음화를 준비하는 ‘신앙의 해’로 선포하시고, 우리 그리스도인이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신앙적 성숙을 추구하기를 권고하셨습니다. 진정한 그리스도교 신앙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숙고하고 추구하는 것은 우리 인생 여정의 궁극적 목적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우리의 신앙을 고백하는 마음으로 가톨릭 성가 1번 “나는 믿나이다”를 이달의 성가로 선정하였습니다.
내림 마장조에 3/4박자 리듬인 이 성가는 전형적인 A-B-A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성가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의지를 고백하고 있지만, 감정의 절제를 통해 조용한 비장함을 노래하면 좋겠습니다. 특히 3/4박자 리듬 특성상 첫 박에 강세를 주며 노래하면 부드럽고도 강건한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을 듯합니다. 선율이나 화음도 난해하지 않기 때문에 리듬을 살려서 너무 느리지 않게만 노래한다면 충분히 그러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B구조의 시작 부분에 명시되어 있듯이 ‘Forte(포르테, 강하게)’의 악상을 살려 노래하면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성가의 진행에 효과적인 반전을 부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여서, 알토 파트에도 주의를 기울여 노래하면 좋겠습니다. 자칫 소프라노 파트의 선율이 3박자 리듬에 묻힐 수도 있는데, 알토 파트는 주선율을 강하게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를 지향하고 그분을 닮고자 노력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예수님을 닮아야 할까요? 복음 말씀 안에 나타나는 ‘마르타와 마리아의 이야기(루카 10,38-42)’는 우리에게 하나의 이정표를 제시합니다. 예수님 곁에서 그분의 말씀에 집중하는 마리아와 정성을 다해 시중드는 마르타의 모습은 ‘말씀과 행동’이라는 신앙의 두 가지 측면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혼자 애써 시중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불평하는 마르타에게 예수님께서는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이러한 말씀은 마르타의 공로가 마리아보다 부족하다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다만, 당신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마리아의 선택도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음을 강조하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세상이 너무 편리해져서 예수님의 말씀과 해석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경 말씀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고, 성경 말씀을 묵상하는 모임도 다양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라도 예수님 곁에 앉아 그분 말씀에 집중하는 마리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분을 위해서 정성을 다해 시중드는 마르타가 되는 것을 주저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 생각합니다. 예수님 말씀에 집중하는 것도 힘들지만, 삶의 자리에서 그것을 살아가는 것 또한 더더욱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배트맨 시리즈’를 좋아합니다. 부패한 도시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정의를 수호하고자 박쥐가면을 쓰게 된 배트맨에게 이름을 묻자 그는 말합니다. “지금의 나를 말해주는 것은 가면 속의 내가 아니라 바로, 내 행동이지!” 우리는 지금의 우리 신앙을 말해주는 것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행동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2년 10월호, 황인환 신부(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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