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성가] 가톨릭 성가 199번 “예수 마음” 금년은 전례력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지나가고 있어서 5월 30일, 금요일에 이미 예수 성심 대축일을 지냈습니다. 하지만 보통은 6월 초순에 예수 성심 대축일을 지내면서 대림, 성탄, 사순, 부활로 이어진 주님 축일의 시리즈를 정리하고, 다시 교회의 시기라 할 수 있는 연중시기를 지내게 됩니다. 우리 교회는 이 대단원의 정점인 6월을 예수 성심 성월로 제정해 예수 성심을 특별히 공경하는 달로 여겨왔습니다. 예수 성심 성월은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무한한 사랑을 묵상하고, 합당한 기도와 희생과 보속으로 그 사랑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다짐하는 달입니다. 예수 성심을 공경하는 신심은 11세기경에 시작되었습니다만, 체계를 갖추고 세계적으로 보급된 것은 프랑스 방문회(The Visitation Order) 수녀인 말가리다 마리아 알라콕(St. Margaret Mary Alacoque, 1647-1690)으로부터 비롯합니다. 이 수녀에게 발현하신 예수님의 분부에 따라서 예수 성심 대축일을 정하고 매달 첫 금요일에 성시간을 갖게 된 것입니다. 요즘에도 매달 첫 금요일에 성시간을 갖는 본당들이 있지만, 그래도 예수 성심을 공경하는 신심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에 따라 점점 잊혀 가는 성가들이 있는데, 바로 예수 성심을 찬미하는 성가로서 가톨릭성가 199번부터 209번까지의 10곡입니다. 그 가운데 205번 ‘사랑의 성심’은 제가 풍금을 배우면서 처음으로 쳤던 성가인데, 치기가 매우 쉬웠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좋아했던 성가는 199번 ‘예수 마음’입니다. 이 성가는 부르기가 매우 쉽습니다. 무엇보다도 음폭이 겨우 한 옥타브여서 누구나 무리 없이 부를 수 있는 노래입니다. 거기에다 선율의 움직임도 많지 않아서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사의 맛이 기막히게 좋았습니다. 후렴과도 같은 앞부분이 지나면 네 개의 절이 다른 가사를 가지고 등장하지만 단어 두 개씩만 바꾸어 놓은 형식이어서 운이 잘 맞고 외우기도 쉬웠습니다. 그렇지만 쉬운 노래들이 잘 부르기엔 아주 어렵다는 모순이 있습니다. 쉬운 것은 별 노력 없이 아무렇게나 배우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면 처음에 잘못된 습관에 따라 부르다가, 끝내 고치기 어렵게 됩니다. 이 성가에서도 ‘겸손하신 자여’ 가사 부분에 나오는 붓점 음표의 리듬을 정확하게 부르기가 어렵습니다. 또 ‘내 마음을, 내 마음을’ 부분과 ‘네 성심과, 네 성심과’ 부분을 마치 셋잇단음표처럼 부르는 실수를 범하기도 쉽습니다. 이 부분들만 주의하며 천천히 음미하듯이 부르면 참 쉽고 아름다운 성가입니다. 성시간의 단골성가일 수도 있지만, 어느 날 혼자 성당 안에 앉아있을 기회가 있으면 감실이나 십자가를 바라보며 혼자 나지막이 불러보아도 좋은 성가입니다. 이 성가가 예수 성심 성월에 많은 이들의 애창곡이 되고, 또 우리에게 예수님의 마음을 닮은 마음을 갖게 해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08년 6월호, 백남용 신부(가톨릭대학교 교회음악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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