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성가] 가톨릭 성가 259번 “성모 승천” 전례달력을 보면 대축일이라는 날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법에는 “모든 축일과 대축일에는 미사에 참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대축일이 주일이 아닌 경우들이 있는데, 이럴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이 법규를 지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주일로 옮겨서 지내기를 허락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중에 그냥 지내는 대축일도 있는데, 12월 25일인 예수 성탄 대축일과 8월 15일인 성모 승천 대축일들입니다. 이 두 날이 우리나라에서도 공휴일인 덕분입니다. 한국교회의 수호자이신 성모 마리아께서 승천하신 것을 기념하는 대축일에 우리나라가 일제 치하에서 해방되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는 것을 그저 우연으로만 볼 것일까요 아니면 큰 은총으로 볼 것일까요? 불과 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성모승천 대축일은 신자들의 마음속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때는 땀나는 더운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판공성사 때처럼 고백성사를 보려는 교우들이 고해소 앞에 줄을 서 있었습니다. 그 후에 갑작스런 신자 증가가 있었고, 개신교에서 개종해 오는 신자들도 많아지면서 기존 신자들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어졌고, 그래서 많은 전통적인 신심들이 이어져 내려오지를 못했습니다. “성모여 너를 천당에까지 모셔가기 원하오니, 네 앞에 천주를 뵈옵게 날 데려가소서.” 이미 듣기에 민망한 말투가 되어버렸지만 저희는 이 노래를 열심히 불렀습니다. 성모님께서 하늘에 올림을 받으실 때 가방 담당으로라도 모시며 따라가 덤으로 하느님을 뵙고 싶다는 소망을 담은 가사입니다. 성모승천의 의미가 잘 나타나기도 하고요. 힘든 시절의 사람들은 내세에 희망을 두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경향 때문이었을까요? 살기 좋아진 요즈음엔 수명이 엄청 늘어났어도 장수에 대한 애착은 더 커져서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살고 또 가능하면 죽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지금 당장에라도 같이 천당에 가자고 성모님께서 손을 내미시면 아마도 다들 손을 뒤로 감추고, 성모님이나 잘 가시라고 하지 않을까요? 이런 시대 조류를 미리 예감이나 한 듯이 1986년도에 성가책을 개정할 때 이 가사 부분을 현대어로 바꾸면서 내용도 “성모 마리아 하늘나라에 들어올림 받으시니, 우리도 천국을 그리며 주 찬미하리라.”라고 아주 은근한 표현으로 했습니다. ‘승천’이 이 성가의 주제이듯이 이 노래는 아주 가볍게 불러야 마땅합니다. 저는 농담삼아 ‘너무 무겁게 부르면 성모님께 승천하시다가 떨어지실라!’라고 합니다. 이 가벼움은 어디서 드러날까요? 첫째는 붓점 음표입니다. 흔히 행진곡이나 춤곡들에 많이 사용되는 이 붓점 음표는 그 가벼운 리듬감으로 인하여 노래하는 이들에게 흥을 돋우어줍니다. 둘째는 ‘성자 잉태하신’에서와 ‘천사 두루 옹위’에서 나타나는 ‘미,파,솔,라,시,도’의 상향음계입니다. 그야말로 하늘로 올라가는 기분이 나게 멜로디도 위로 올라가도록 했습니다. 셋째는 ‘우리도 천국을 그리며’의 후렴 가사에서 ‘천국’이라는 곳의 음이 갑자기 위로 껑충 뛰는 것을 유의할 필요도 있습니다. 천국은 그렇게 높은 곳이고, 우리가 영원히 살 곳은 이 땅위가 아니라 저 높은 천국이라는 믿음을 키워야 하겠습니다. 이런 마음을 담아 우리도 이 성가를 크게, 그러나 가볍게 불러봅시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08년 8월호, 백남용 신부(가톨릭대학교 교회음악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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