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성가] 가톨릭 성가 270번 “로사리오의 기도” 가톨릭신자들의 성모신심은 다른 성인들 공경에 비해서 각별합니다. 우리 주 예수님을 낳으셨고 품에 안아 키우셨다는 모성 때문이기도 하고, 십자가의 고통을 가장 가까이서 나누셨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도들의 어머니 노릇을 하심으로써 초대교회의 어머니가 되셨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간혹 우리 신자였던 분이 사정상 개신교로 가시는 경우에 저는 무엇보다도 거기 가서 자기 어머니이셨던 분을 모독하는 사람들 무리에 합류하는 것을 마음 아파합니다. 10월은 로사리오 성월입니다. 성모님과 함께 하셨던 예수님의 생애를 환희와 고통과 영광의 신비로 나누어서 묵상하는 로사리오 기도는 신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도이기도 합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또 각자가 자신의 수준에 따라서 깊이 묵상하면서 바칠 수 있는 기도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로사리오 기도를 특별히 많이 드리자는 이 달에는 계절의 성가로 가톨릭성가 270번 ‘로사리오의 기도’를 추천합니다. 이 성가는 거의 전 세계 신자들이 즐겨 부르는 곡입니다. 저는 이 성가와 관련하여 지금도 생각하면 감동에 벅차오르는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학시절에 한인본당에서 루르드 순례를 갈 때 저도 그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따라갔습니다. 성지에 도착한 날 밤이었습니다. 밤마다 순례자들이 촛불을 들고 성당 앞 광장에 모여 로사리오 기도를 함께 바친다 하여 우리도 갔습니다. 각 언어를 대표하는 순례자들이 하나씩 마이크 앞에서 각 신비 한 단을 알리는 이 성가의 전반을 노래하면 모두가 후반의 후렴을 받았습니다. 저도 극성맞은 우리 안내 자매님의 주선 덕분에 앞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우리말로 ‘천사가 알리신 말씀 그대로 마리아 예수를 잉태하셨네.’하고 노래했습니다. 그러자 광장에 모인 수만의 순례자들이 일제히 촛불을 높이 흔들며 ‘아베, 아베, 아베 마리아’로 화답했습니다. 높은 데서 내려다보던 그 광경, 과연 우리 가톨릭교회는 하나의 교회요 보편된 교회라는 사실을 감동적으로 느끼게 해주던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또 이 간단한 라틴어 한 단어가 모든 언어와 인종과 피부색과 나이의 차이를 뛰어넘어 한 마음으로 기도하게 한다는 것도 고마웠습니다. 아베(Ave)는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예수아기 잉태소식을 전하러 찾아와서 건넨 첫 말입니다. 그래서 성모송의 첫 단어이기도 합니다. 우리 기도문으로는 ‘기뻐하소서.’라고 번역했습니다만 그저 단순한 인사입니다. 만날 때만이 아니라 헤어질 때에도 ‘아베!’ 하고 인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베 마리아’는 ‘마리아님, 문안드립니다.’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성모 성지에 모여서 이렇게 ‘아베 마리아!’ 하며 노래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겠습니다. 우리도 여럿이 모여 로사리오의 기도를 바치는 경우에는 각 신비 시작에 노래를 잘 하는 한 사람이, 혹은 좀 부족하더라도 다섯 명이 한 신비씩 돌아가며 이 노래를 메기고 전체가 후렴 ‘아베, 아베, 아베 마리아!’를 받으면 좋겠습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08년 10월호, 백남용 신부(가톨릭대학교 교회음악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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