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성가] 가톨릭 성가 91번 "구세주 빨리 오사" 전례력에서 가장 의미 있는 계절은 부활시기입니다. 그러나 가장 축제 분위기를 풍기는 때는 말할 것도 없이 성탄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군들이 해방과 6.25전쟁 전후로 많이 주둔하면서 사회적으로 크게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성탄절이 국경일에까지 속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성탄절은 그리스도인들의 축제로 돌아왔고, 연말과 새해 분위기의 일부가 된 듯합니다. 그러한 변화 속에서도 제가 느끼는 우리나라 가톨릭교회에서의 성탄절 분위기는 항상 똑같습니다. 우선 성탄절은 12월 24일, 25일에 보내고 마는 축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넉 주간 전에 시작되는 대림절부터 싹이 트고 자라나서 12월 24일과 25일에 절정을 이루며 이듬해 2월 2일 주님 봉헌축일까지 여운이 남는 축제입니다. 특히 대림기간에 성탄을 고대하는 마음은 유별납니다. 대림환에 대림초 네 개를 물들여 켜놓고 가장 진한 보라색 초부터 시작해서 한 주가 지날 때마다 차차 밝은 색 초를 켜서 마침내 성탄절의 기쁨으로 완성합니다. 그 기간 중에는 교리지식을 검사하는 찰고를 위해서 교리공부도 했습니다. 찰고를 받고는 판공성사표를 받아 줄을 서서 고해성사를 보았습니다. 시간이 더 있는 아이들은 성탄극이나 예술제 준비에 바빴습니다. 당연히 성가대는 성탄성가 준비에 부산을 떨었습니다. 이런 때 기억이 남는 성가, 그 성가를 빼면 도무지 대림절이 오지 않은 것처럼 느끼는 계절의 성가가 있었습니다. 가톨릭성가 91번으로 지금도 성가책에 실려 있는 "구세주 빨리 오사"라는 성가입니다. 제가 어린 시절에 다니던 성당의 성가대 테너 파트가 목을 쭉 빼고 후렴인 "구세주 빨리 오사" 부분을 노래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생생합니다. 또 제가 신학교 부설 중학교, 고등학교(소신학교)의 고2 시절에 학생 선창 그룹을 끌고 중창을 연습한답시고 그 테너 부분을 똑같이 목을 쭉 빼고 몇 번씩 노래하던 기억도 납니다. 그 때 연습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오니까 교실의 학생들이 키득거리며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성당에서 연습했는데 그 한층 아래 교실까지 적나라하게 다 들렸던 것입니다. 지금 저는 선생이 되어서 신학생들이 옛날의 저처럼 성가연습 하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습니다. 이 성가는 성가책이 정식으로 인쇄되기 전에 있었던 철필 프린트 성가집에 이미 수록되어 있었기에 한국교회의 전통적 성가에 속합니다. 또 그 작곡자 이름(Cabrisseau)이 말해주듯이 프랑스 계통의 성가입니다. 그래서 리듬도 3박자 계통인 8분의 6박자입니다. 그 덕분에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게 흐르듯이 노래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가끔씩 아주 느리게 불러서 느린 여섯 박자의 곡이 되는 때가 있다는 것인데, 그러면 무척 지루해집니다. 그럴 때는 8분 음표를 세 개씩 묶어 한 박자로 취급하면 결국 가벼운 두 박자의 노래가 됩니다. 3절 끝에 나오는 "구세주 언제 오나, 언제나 오시나." 가사까지 부르면 주님의 성탄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이 잘 나타납니다. 은총의 대림절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08년 12월호, 백남용 신부(가톨릭대학교 교회음악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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