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99번 "고요한 밤 거룩한 밤" 1월에는 연말연시의 감흥과 함께, 너무 빨리 끝나버렸지만 그래도 성탄의 기쁨이 남아 있는 달이 아닐까 합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있어서 성탄은 그저 낭만을 찾아 즐기는 시간으로 다가올 지 모르겠지만, 우리 신앙인들에게 있어서는 부활 다음으로 커다란 기쁨을 주는 큰 축일인 것이지요. 예수님께서 마구간에서 작은 아기로 태어나셨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시기 위해 처음부터 얼마나 자신을 비천하게 낮추셨는지를 잘 볼 수 있습니다. 또 우리로 하여금 더욱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축일일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이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고 하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작은 한 아기에게서 인류의 구원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함으로써 우리 생활 속의 작은 봉헌과 희생들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도록 일깨워 주기도 하는 사건이 또한 성탄이 아닌가 합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 주일학교에서 초등부 성가대 활동을 하면서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곡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입니다. 성가대를 지도하던 선생님께서 이 곡을 부를 때에는 ‘거룩한 바암~~’하고 불러야 된다고 하시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오기만 합니다. 이 부분은 ‘바암~~’할 것이 아니라 ‘바~~암’하고 불러야 되는 것이라는 것을 음악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으니 말이지요. 이 곡을 작곡한 이는 프란츠 그루버(Franz Xaver Gruber, 1787-1863)이고, 원제목은 독일어로 그냥 ‘고요한 밤(Stille Nacht)’입니다만 우리말로는 ‘거룩한 밤’이 덧붙여져 있습니다. 그루버는 본래 오스트리아 사람입니다. 그는 초등학교 음악선생님이면서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도시인 잘츠부르크 인근에 있던 성 니콜라오 성당의 오르가니스트이기도 하였습니다. 1816년 어느 날 이 성당에서 사목을 하시던 요셉 모어(Josef Mohr) 신부님께서 6연으로 이루어진 자작시를 들고 와서 - 이 때문에 본래 이 노래는 6절까지 있습니다. - 그루버에게 이 곡에 선율을 붙이면 어떨까하며 제안을 합니다. 처음에는 기타 반주에 선율만 노래하는 형태로 작곡되었고, 이렇게 만들어진 곡은 1818년 성탄 전야미사 때 성 니콜라오 성당에서 세계 최초로 불립니다. 요셉 모어 신부님의 기타 반주에 맞추어 모어 신부님과 그루버가 노래를 하고, 마지막 두 줄은 합창단이 다 같이 부르는 형태로 연주했다고 합니다. 후에 그루버는 이 곡을 오르간 반주와 오케스트라 반주의 합창곡으로도 만들었는데, 그는 이 곡 외에도 다른 많은 캐럴을 작곡한 작곡가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그의 캐럴들은 오늘날 오스트리아의 많은 성당에서 불린다고 합니다. 작은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오신 예수님을 경배하며, 조용한 마음으로 그분께 올 한 해를 봉헌하면 좋겠습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0년 1월호, 이상철 신부(가톨릭대학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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