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274번 "성모송" 우리가 가장 많이 바치는 기도문을 꼽으라 하면 역시 성호경,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이 아닐까 합니다. 그 중에서도 성모송은 특별히 묵주기도를 열심히 바치는 분이라면 더욱 많이 드리는 기도일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예부터 성모님께 특별한 공경을 바쳐 왔고, 성모님을 우리의 어머니로 모시며 기도해 왔습니다. 성모님께 바치는 특별한 기도인 ‘성모송’은 가장 아름다운 기도문 중의 하나이기에 역사적으로도 수많은 작곡가들이 이 곡에 선율을 붙여 노래하며 성모님을 찬송해 왔습니다. 우리 성가책에는 모두 다섯 곡이 실려 있는데, 265번 김대붕 선생님 곡, 266번 이연국 신부님 곡, 273번 그레고리안 성가, 274번 아르카덜트(Arcadelt)의 곡, 그리고 522번 이종철 신부님 곡입니다. 오늘은 274번 성가를 살펴볼까 합니다. 이 곡은 성가책에 실린 곡 중 그레고리안 성가를 제외하고 가장 오래된 성모송입니다. 헨리 로리(Henry Rowley) 주교에 의해 알려진 바로는 16세기 이태리와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르네상스 시대의 작곡가 아르카덜트(Arcadelt)가 작곡자라고 하는데, 일각에서는 이 곡의 그의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기는 합니다. 곡의 양식은 그가 살았던 16세기의 양식을 지니고 있으나 그 당시의 악보는 전해지지 않으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악보는 1842년 것입니다. 이 악보는 4성부 악보이고, 교회음악을 많이 작곡했던 프랑스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피에르 루이(Pierre-Louis-Phillippe Dietsch, 1808-1865)가 편곡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몇몇 사람들은 이 사람이 본래 작곡자가 아닐까 추정하기도 합니다. 아르카덜트는 태생은 확실하지 않으나 1505년경에 벨기에에서 태어나서 1568년에 프랑스 파리에서 사망하였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태리와 프랑스에서 활동한 작곡가이며, 이탈리아의 세속 노래 중 ‘마드리갈’이라는 장르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 중 한 사람입니다. 그는 16세기에 로마 시스틴 성당의 어린이 합창단 지휘자로 12년 동안 활동했으며, 1542년에 미켈란젤로를 만났다는 기록이 남아 있기도 합니다. 그가 많이 작곡했다는 ‘마드리갈’이라는 노래 장르는 16세기에 이탈리아에서 유행했던 세속 노래입니다. 당시 교회의 노래는 주로 각 노래 파트 선율의 흐름을 중요시하는 다성 음악이었고 보수적인 경향을 지녔으나, 이에 반해 새로운 경향은 마드리갈이라는 세속 노래들을 통해 표현되었습니다. 이 노래들은 회화적이고 표현적인 기법과 반음계를 사용한 대담한 화성, 그리고 수평적이기보다는 수직적인 화성을 중요시 여기며 각 성부가 서로 얽히면서 짜여 나가는 것보다는 가장 높은 선율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띠고 있었고, 이 양식이 후에 모노디라는 양식으로 발전하며 오페라의 아리아로 발전해가게 됩니다. 그러니까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이 아름다운 노래 274번 성모송은 작곡될 당시에는 대단히 혁신적인 음악 양식이었던 것이지요. 성모송은 6세기에서 16세기까지 약 천년의 역사를 거쳐 정착된 기도문입니다. 명확하게 언제부터 어떻게 이 기도문을 바치게 되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처음에 몇몇 사람들이 성모님께 바치는 기도를 시작하게 되었고, 여러 변천 과정을 거치며 이어져 오다가 1568년 전례개혁 때 교황 비오 5세에 의해 오늘날의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성모송은 크게 세 부분으로 가브리엘 천사의 인사, 엘리사벳의 인사, 우리의 간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성모송은 하느님의 아드님으로서 천주성자이신 예수님의 어머니, 성모님에게 이루어진 구원에 관한 가장 핵심적인 교리를 담고 있으며, 그래서 이 기도문은 성모님에 관한 기도문이지만 그 초점은 하느님의 구원역사에 맞추어져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성모송은 시골의 한 처녀 마리아를 통해서 나타난 구원역사와 그 역사를 자신의 처지를 돌보지 않고 오로지 그 뜻에 순명하신 마리아의 복되심과 그 영광을 노래하는 것이며, 바로 그 구원에 우리도 참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간구의 기도문인 것입니다. 성가를 노래하는 것은 두 배로 기도하는 것이라 합니다. 성모송을 말로만 기도할 것이 아니라 가끔씩은 노래로도 바쳐본다면 더 아름다운 기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0년 7/8월호, 이상철 신부(가톨릭대학교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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