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434번 "산상 교훈" 희망찬 신묘년(辛卯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우리는 각자 삶의 자리에서 나름대로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그리스도인에게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 성찰하는 의미에서 가톨릭 성가 434번 ‘산상 교훈’을 이 달의 성가로 선정하였습니다. 마태오 복음서 5장 1~12절(1월 30일, 연중 제4주일 복음)의 말씀을 선율에 담은 이 성가는 A-A’-B-B’의 간단한 반복으로 이루어진 곡입니다. 따뜻한 선율에 목가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누구라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친숙한 성가로서 희망 가득한 동요의 감성마저 느껴집니다. 이처럼 밝은 느낌을 가진 이 성가는 너무 느리지 않게 노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너무 늘어지게 노래하면 “~이 됩니다.”, “~이 될 것입니다.”라는 희망적인 가사가 자칫 서글프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성가 반주는 이 곡에 8분 음표 구성이 많기 때문에 화음을 이어서 연주하는 레가토(Legato)보다는 각각의 화음을 정박으로 연주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분위기에서 가난한 사람이 행복하다는 말씀이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빛 좋은 개살구 같은, 해결책 없는 단순한 푸념이 아닐까?’ 자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현실과 복음의 이 괴리감 속에서 어느 쪽에 우리 마음을 둘 것인가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직접 복음의 실현을 보여주셨습니다. 오늘의 행복 선언을 하신 다음, 손수 사람들로 하여금 그 행복을 체험하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분은 말씀으로만이 아니라 그 말씀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병자를 고쳐주셨고, 악령을 쫓아내셨고, 가난하고 소외 받는 사람들인 과부, 창녀, 어린 아이, 이방인들과 직접 만나서 그들을 위로하셨습니다. 이제 당신을 통해 시작된 하느님 나라는 더 이상 상상 속의 나라가 아니라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는 것, 이 땅에서 실현되었다는 것을 당신께서 직접 보여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모습을 증거하고 복음을 선포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겠습니까?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이 땅에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이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고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은 단순한 동정심이나 체면치레가 아닙니다. 그것은 예수님의 말씀을 이 땅에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며, 그 노력을 통하여 그리스도인은 이미 이 땅에서 시작된 하느님 나라를 체험하고 기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을 하느님 나라의 주인으로 초대하신 예수님께 감사드리며, 그분의 복음을 전해들은 우리 그리스도인은 나 자신 하나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웃에게도 그 복음과 기쁨을 온전히 전할 수 있도록 주님께 은총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노래하는 ‘산상 교훈’이 그리스도인에게 희망의 노래가 되어 각자의 삶을 변화시키기를 기도합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1년 1월호, 황인환 신부(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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