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를 위한 음악, 음악을 통한 전례] (14) 저녁기도(Vesperae) 1
하루삶 전체 하느님께 봉헌하는 시간전례
- 교구와 수도원의 시간전례가 구별되어 발전되었는데,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에도 특히 아침, 저녁기도 때에 두 개의 시편과 한 개의 찬가(Canticum)를 기도하는 교구와는 달리 수도원에서는 네 개의 시편과 한 개의 찬가를 노래한다. 사진은 독일 성 오틸리엔수도원 저녁기도 모습.
시간전례(Liturgia horarum) 혹은 성무일도(Officium)는 가톨릭 교회의 공식적인 기도로서, 하루 전체의 시간을 일정하게 나누어 기도함으로써 삶 전체를 하느님께 봉헌하고 성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성무일도에 관한 총지침’은 이렇게 가르친다.
하느님 백성의 공적이고 공통적인 기도는 마땅히 교회의 첫째가는 의무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초대 교회 때부터 세례를 받은 이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듣고 서로 도와주며 빵을 나누어 먹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사도2,42) 사도행전은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함께 기도했다는 사실을 자주 증언해 준다.
또한 신자들도 저마다 하루의 일정한 시간 기도에 몰두했음을 초대 교회의 증언은 가르쳐 주고 있다. 그리고 여러 지방에서는 공동 기도를 위해 특정한 시간들, 예를 들면 황혼이 깃들고 불이 켜지는 하루의 마지막 시간이나 또는 태양이 떠올라 밤이 끝나는 하루의 첫 시간을 배정하는 관습이 발전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교부들이 사도행전에서 예시된 것으로 보았던 다른 시간들도 공동 기도로써 거룩하게 지내기 시작했다. 사도행전에서 제자들이 제3시(오전9시)에 함께 모였다는 언급이 있다. 사도들의 으뜸인 베드로는 “제6시(낮12시)에 기도를 드리러 옥상에 올라갔다.” “베드로와 요한은 제9시(오후3시)에 기도하는 시간이 되어 성전으로 올라갔다.” “바울로와 실라는 한밤중에 기도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제1항)
이러한 사도적 전통이 수도원 혹은 주교좌 성당에서 보존되어, 시간전례는 독서의 기도(Matutinum 혹은 밤기도 Vigil), 아침기도(Laudes), 일시경(Prima), 삼시경(Tertia), 구시경(Sexta), 저녁기도(Vesperae), 그리고 끝기도(Completorim)로 구성된다. 특히 교회 전례에서 ‘큰 찬가’로 일컬어지는 즈가리야의 노래(Benedictus)는 아침기도에, 마리아의 노래(Magnificat)는 저녁기도에, 그리고 시메온의 노래(Numc dimittis)는 끝기도에 불려진다.
교구와 수도원의 시간전례가 구별되어 발전되었는데,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에도 특히 아침, 저녁기도 때에 두 개의 시편과 한 개의 찬가(Canticum)를 기도하는 교구와는 달리 수도원에서는 네 개의 시편과 한 개의 찬가를 노래한다. 이중에서 특히 저녁기도는 많은 작곡가들에 의하여 작곡되었다.
■ 모차르트의 Vesperae
‘신이 잘츠부르크(Salzburg)에 내려준 기적’이라고 불리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fgang Amadeus Mozart, 1756~1791)는 36년의 짧은 생애 동안 수많은 곡을 남긴 천재적 작곡가(K.626까지)였다. 이미 아홉 살에 교향곡을, 열한 살에 오라토리오를, 그리고 열두 살에 오페라를 작곡하기 시작한 그는 고향인 잘츠부르크의 음악적 환경, 아버지 레오폴트의 음악적 교육, 그리고 파리, 런던, 뮌헨, 이탈리아, 빈 등으로의 여행에서 얻은 음악적 영향으로 자신만의 음악적 세계를 형성하였다.
그는 두 곡의 저녁기도(Vesperae)를 작곡하였다(Vesperae solemnes de Dominica KV.321 Vesperae de solemnes de Confessore KV.339).
각각 1779년(KV.321)과 1780년(KV.339)에 잘츠부르크에서 작곡된 저녁기도는 ‘5개의 시편’과 ‘마리아의 노래’로 구성되었고, 저녁기도 두 작품이 모두 같은 시편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음악적으로도 호모포니(Homophony)와 폴리포니(Polyphony) 양식을 혼합하여 사용하고 있다.
(1) Dixit Dominus(시편 110편)
(2) Confiteor(시편 111편)
(3) Beatus vir(시편 112편)
(4) Laudate Pueri(시편 113편)
(5) Laudate Dminum(시편 117편)
(6) Magnificat(루카 1,46-55)
그중에서 다섯 번째 곡인 ‘라우다테 도미눔’(Laudate Dominum)은 두 개의 저녁기도에서 모두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으며, 두 곡 모두 소프라노(Soprano) 솔로의 아름다운 선율로 작곡되었다. 특히 KV.321의 라우다테 도미눔은 탁월하게 사랑받는다. 가사는 이러하다.
Laudate Dominum omnes gentes Laudate eum, omnes populi.
주님을 찬양하여라, 모든 민족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모든 겨레들아.
Quoniam confirmata est super nos misericordia ejus,
그분의 사랑 우리 위에 굳건하고,
Et veritas Domini manet in aeternum.
주님의 진실하심 영원하여라.
Gloria Patri et Filio et Spiritui Sancto,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sicut erat in principio, et nunc, et semper,
처음과 같이 이제 항상
et in saecula saeculorum. Amen.
영원히. 아멘.
KV.321의 ‘라우다테 도미눔’에서, 주제(Thema) 선율을 중심으로 한 오케스트라의 긴 전주의 선율을 소프라노가 먼저 노래한 후 합창단이 이어가고, 결국 소프라노 솔로와 합창단이 어우러지면서 ‘아멘’(Amen)으로 조용히 끝을 맺는다. 이곡이 갖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호모포니의 멜로디로 인하여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 최호영 신부는 1992년 사제로 서품됐으며 독일 레겐스부르크 국립음대를 졸업했다. 독일 뮌헨 국립음대에서 오르간 디플롬을 받았으며 독일 뮌헨 국립음대 그레고리오 성가 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가톨릭대학교에서 음악과 교수로 봉직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3년 10월 20일, 최호영 신부(가톨릭대학교 음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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