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가톨릭 성가 100번: 동방의 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1-02 조회수6,204 추천수0

[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100번 “동방의 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한해가 저물고 이제 병신(丙申)년 새해가 열렸습니다. ‘丙(병)’은 적(赤), 즉 빨간색을 의미하고, 납 신(申)의 훈 ‘납’이 바로 원숭이를 말합니다. 옛말로는 ‘잔나비’를 줄여 납이라고 하였는데, 처음에는 단지 ‘납’이었다가 앞에 잔이 붙어 ‘잔납’이 된 것이고, ‘거북’을 ‘거북이’라고 부르듯 ‘잔납’이 ‘잔납이’가 되었으며 발음현실에 의하여 ‘잔납이’가 ‘잔나비’로 바뀐 것입니다. ‘민첩한’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접두사 ‘잔-’과 함께 원숭이, 즉 잔나비는 민첩하고 영특한 사람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2016년 병신년은 특별히 ‘빨간 원숭이의 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가톨릭 성가 100번 ‘동방의 별’은 성공회 주교였던 레지날드 히버(R. Heber, 1783~1826)가 작곡하였습니다. 그러나 히버가 죽은 뒤에도 찬송가로 설정되지 못했던 이 곡이 1892년 제임스 프록터 하딩(James P. Harding)에 의해 “새벽 별”이라는 찬송가로 설정되었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서 태어난 연도가 확실하지 않으며, 영국의 국세청에서 근무한 공무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35년 동안 영국의 세인트 앤드류 교회에서 오르간 연주자와 성가대 지휘자로 틈틈이 성가 작곡을 한 작곡자이기도 합니다.

내림 가장조의 이 곡은 느리지 않게 부르는 4/4박자 16마디 두 도막 형식의 곡입니다. 이 곡의 리듬은 a+a+a+a로 전부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멜로디 흐름에서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을 뿐입니다. 매우 단조로운 흐름을 가진 노래이지만 시작은 높은 ‘도’ 자리의 ‘미’ 음에서 그리고 각 악절의 첫 음들을 고음에서 시작하며 강하고 힘 있는 노래로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또한 차례가기의 시작으로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듯한 멜로디는 조용한 밤하늘 찬란히 쏟아지는 별빛에 감싸 안기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에 충분합니다. 오로지 2분음표 몇 개와 4분음표만으로 작곡되었지만 그 이상 경건하고 화려한 곡입니다.

떠오르는 해를 향한 길잡이 동방의 별은, 새 희망 새 기쁨의 만남을 이끌어 주는 지평선 저 너머에서 어두운 밤길을 밝혀주며 주님께로 인도하고 있는 별입니다. 황금과 몰약 그리고 유향을 든 동방의 세 박사는 이 별을 따라 아기 예수님을 만나러 길을 떠났고 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지금 이 별은 우리 위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재촉하고 있습니다. 찬란한 별빛을 따르라고.

예수님께서 걸으셨던 그 여정의 시작을 만날 ‘새해’가 떠올랐습니다. 값비싼 예물이 아니더라도 우리 각자에게 맞는 예물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쉬고 있던 우리는, 이제, 길을 떠나야 합니다. 우리의 예물인 사랑과 나눔을 전하기 위해, 오늘 하루, 한 발짝 디뎌 볼까요?

[길잡이, 2016년 1월호, 김우선 마리 휠리아 수녀(노틀담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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