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132번 감사의 송가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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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6-04-17 | 조회수7,198 | 추천수0 | |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12) 132번 감사의 송가를 기도 중 떠오른 선율 오선지에 옮겨
- 132번 ‘감사의 송가를’을 작곡한 미국의 플루티스트 겸 작곡가 피셸.
“알렐루야, 주님께서 부활하셨다!”
부활의 기쁨을 노래하는 성가 중 가벼운 기분으로 부를 수 있는 성가가 「가톨릭 성가」 132번 ‘감사의 송가를’이 아닐까 싶다.
이 곡은 1971년 작곡된 것으로 한국 작곡가 곡들을 제외하고는 아마도 가장 근래에 쓰인 곡일 것이다. 이 성가의 본래 곡명은 ‘Alleluia No.1’(알렐루야 1번)이며 만든 이는 플루티스트이며 작곡가인 미국 출신 도널드 피셸(Donald Fishel)이다. 그는 1972년 플루트 전공으로 미시간 주립대 음대를 졸업했는데, 이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성가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졸업 후 지금까지 미국 미시간 주를 중심으로 여러 오케스트라와 단체에서 플루트 연주자 겸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는 성가에 대해 연구하던 중에 그와 이메일 인터뷰를 한 바 있다. 피셸은 답변에서 자신을 “그저 그런 신자”로 자랐다고 하면서 “항상 주님을 믿고 있었으나 자신의 신앙심이 깊지 못하다”고 겸손을 표하기도 했다. 피셸은 자랄 때 신앙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성장했지만, 대학에서 음악을 공부하면서 하느님과 자신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 갔다고 말했다. 1969년 가을 ‘신언회’라 불리는 신자들 모임에 참여하면서 매일 기도 시간을 가졌는데, 이때 자신의 마음에 떠오르는 선율들을 노래하며 기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선율이 마음에 들지는 않던 1971년 여름 어느 날, 피셸은 자신이 방금 부른 선율로 합창 음악을 만들어도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주위에 항상 빈 오선지를 준비해 놓곤 했는데 그 선율이 떠오른 즉시 그것을 옮겨 적었고, 그렇게 탄생한 곡인 ‘알렐루야 1번’, 즉 132번 성가이다.
그 후 합창 음악으로 이 선율을 몇 차례 노래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기도 중 하느님께 “가사가 있다면 어떤 것이 좋겠는지” 여쭤보다가 즉시 무언가를 떠올리게 됐다고 한다. 그것이 “예수님께서는 온 땅의 주인이시라, 그분은 모든 창조물의 임금”이라는 1절 가사였다. 그해 가을 그는 ‘세례란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분과 함께 다시 사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세례받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깊이 성찰해 본 결과였다.
그는 이 결과물을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고, 이제 우리는 영원히 살게 될 것이다”라는 3절 가사로 넣었다. 자신은 이 구절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렇게 5개 절을 가진 ‘알렐루야 1번’이라는 곡이 만들어졌다.
어떤 이들은 제목에 ‘1번’을 붙인 것이 모든 알렐루야 중 가장 위대하고 훌륭한 알렐루야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문제가 있지 않나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피셸 자신은 그저 작곡가들이 작품 번호를 붙이듯이 별생각 없이 붙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이 곡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이 주님께 대한 열정이라고 자신에게 말해 준다”면서 “이것이야말로 제가 이 곡을 통해 진심으로 바라는 바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신의 곡을 통해 하느님께서 사람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느끼고 노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평화신문, 2016년 4월 17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 가톨릭 성가곡들은 가톨릭 인터넷 굿뉴스(www.catholic.or.kr)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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