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128번 형제여 기뻐하라 알렐루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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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6-04-26 | 조회수6,613 | 추천수0 | |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13) 128번 형제여 기뻐하라 알렐루야 예수 부활의 기쁨을 새롭게 노래하다
알렐루야!
예수님 부활은 과연 ‘모든 이’에게 큰 기쁨이었을까?
이는 「가톨릭 성가」 128번 성가 ‘형제여 기뻐하라 알렐루야’의 가사대로 성모님께는 기쁨이요 온 누리의 희망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분을 못 박았던 이들에게는 두려운 사건이었을 것이다.
부활의 큰 기쁨을 노래하는 성가 중 하나인 128번 성가는 재미있게도 선율의 시작 부분이 78번 ‘영광의 왕께 찬미를’과 같은 모양을 지니며, 세계적으로 대단히 유명한 곡이다. 특히 영국 성가 역사에 있어 한 획을 그었다. 78번과 128번 성가는 선율은 다르지만 본래 “오, 왕께 경배하라”(O, Worship the King, all glorious above)는 같은 가사를 지니고 있던 성가였는데, 둘 다 유명해지면서 세계로 퍼져나간 성가들이다.
128번 성가 작곡자가 헨델로 기록되어 있으나 이는 잘못된 표기이다. 이 선율은 ‘하노버’(Hanover)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1708년 첫선을 보인 것으로, 영국 오르가니스트 겸 작곡가, 지휘자였던 크로프트(W. Croft, 1678~1727)가 만들었다. 그는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의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했으며 영국왕립합창단 음악감독으로 일하며 합창단 소년단원들에게 오르간과 작곡뿐 아니라 작문과 산술도 가르쳤던 교사였다. 그는 두 권의 성가집을 출판했는데 이를 통해 128번 성가가 탄생한 것이다.
1562년 시편이 책으로 출판되었는데 이에 대해 아일랜드의 브래이(Nicholas Bray, 1659~1726)와 테이트(Nahum Tate, 1652~1715)가 「새로운 버전의 시편」(the New Version of Psalms)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이를 각각 ‘옛 버전’과 ‘새 버전’으로 부르는데, 이 ‘새 버전’의 부록이 점차 개편되다가 1708년에 크로프트가 6번째 판을 출판하게 된다.
여기에는 75곡의 성가가 들어 있었는데 이 중 하나가 128번 성가인 것이다. 애초에는 작자 미상, 혹은 헨델의 것이라고 하였으나 일반적으로는 이 부록을 작성한 크로프트의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 성가는 대단히 유명해져서 1750년에는 영어권의 거의 모든 성가집에 빠짐없이 실렸을 정도였다.
한편 이 성가의 본래 가사는 ‘동인도 회사’를 운영하던 그랜트(C. Grant)의 아들인 로버트 그랜트(Robert Grant, 1778~1838)가 지었다. 그는 인도에서 태어나 6세 때 영국으로 돌아와서 법률가 겸 의원과 시장직 등을 역임했으며, 세속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했을 뿐 아니라 깊은 신앙을 바탕으로 여러 편의 찬미가를 쓰기도 했고 복음을 전파하는 데에도 열심이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사후에 그의 형제가 1839년에 펴낸 「성시들」(Sacred Poems)이라는 책에 수록돼 있는데, 128번 성가의 원가사도 이 중의 하나이다.
구약의 시편은 본래 유다인들의 것이다. 따라서 이 시편이 그리스도 부활의 빛 아래에서 다시 조명되지 않는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역사적으로 어떤 이들은 ‘새로운 시편’, 혹은 ‘그리스도인의 시편’이라는 새로운 성시를 만들고자 했으며, 현재의 적지 않은 성가들은 이러한 노력의 축적으로 나온 결과물들이다. 성가는 단순한 과거의 답습이 아닌 신앙에 대한 끝없는 재해석의 결과물인 것이다.
[평화신문, 2016년 4월 24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 가톨릭 성가곡들은 가톨릭 인터넷 굿뉴스(www.catholic.or.kr)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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