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169번 사랑의 성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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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6-07-30 | 조회수7,262 | 추천수0 | |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26) 169번 사랑의 성사 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로 탄생한 곡
- 작곡가 이사악의 초상화.
성체성가 중 가장 많이 부르는 성가 중의 하나가 169번 사랑의 성사다. 이 곡이 성체성가로 분류된 바탕은 이 곡에 적용되었던 본래의 가사가 197번 성가의 가사인 성체찬미가 ‘나그네 양식이요’(O Esca Viatorum)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197번과 169번 성가 가사가 같은 것이어야 하는데 169번에는 따로 만들어진 가사가 붙어 있는 셈이다. 작곡자에 대해 우리 성가책에는 단순히 Choral로 되어 있으나 15세기 말의 작곡가 이사악(Heinrich Isaac, 1445~1517)이라는 것이 학계의 믿음이다. 이사악은 15세기 중반 이후부터 유럽지역 음악계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프랑코- 플레미쉬 악파의 한 사람으로서 데프레(Josquin de Prez)와 경합을 벌일 만큼 이름이 알려진 음악가였다. 오스트리아의 인스브루크에서 궁정음악가로서 일했던 그는 플로렌스 지방에서 오르가니스트 겸 음악교사로 폭넓게 활동하며, 40여 개의 미사곡을 포함한 많은 수의 곡을 작곡했다.
그가 만든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로 ‘인스브루크여, 나는 떠나야 하네’(Innsbruck, ich muss dich lassen)라는 곡이 있는데 어떤 학자들은 주선율은 독일의 민속 선율에서 온 것이고 그는 이 선율을 4성부의 합창곡으로 만든 것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것이 169번 우리 성가의 모태가 되는 노래인데 여러 세기 동안, 특별히 19세기에 독일계통의 음악가들은 이사악을 이 곡의 작곡자로 마음으로 간직하면서도 (독일 민족주의의 영향), 한편으로는 원작곡자를 찾기 위해 열렬히 연구하기도 했다.
‘인스브루크여, 나는 떠나야 하네’는 1490년에 악보로 첫 출판되었는데 이때 이사악은 주선율을 하나는 최상 성부에 하나는 테너 성부에 놓아 두 가지로 버전으로 만들었다. 이 곡은 인스브루크라는 도시를 떠나는 어떤 사람의 슬픔과 비애를 담고 있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바흐에게도 전해져 그의 ‘요한 수난곡’ 중 11번째 곡과 칸타타 ‘모든 나의 행동에’(BWV 97)등에 사용되기도 했다.
17세기부터 이 선율에 성체찬미가인 ‘나그네 양식이며’가 가사로 붙여지며 불리기 시작했는데, 누가 이 가사를 붙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렇게 어느 노래에 다른 가사를 붙이는 것을 ‘콘트라팍툼’(Contrafactum)이라고 하는데 우리 말로는 ‘노가바’(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라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푸른 옷소매’(Green Sleeves)라는 민속노래에 ‘이 아기 누구일까?’(What Child is This?)라는 성탄 가사를 붙여 부르는 경우이다.
바흐가 어마어마한 양의 곡을 쓸 수 있었던 데에는 이 ‘콘트라팍툼’이 한몫하기도 했는데, 169번 성가도 이 방식으로 만들어진 성가이다. 그러나 이는 저작권법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가사가 선율과 묶여있는 하나의 작품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엄격히 법으로 규제되고 있다.
[평화신문, 2016년 7월 31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 가톨릭 성가곡들은 가톨릭 인터넷 굿뉴스(www.catholic.or.kr)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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