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82번 주 찬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10-15 조회수5,966 추천수0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36) 82번 주 찬미


시각 장애를 은총으로 노래에 새기다

 

 

- 주 찬미를 작사한 크로스비. 자신의 시각 장애를 하느님 축복으로 여긴 그녀는 8000여 곡이 넘는 찬송가 가사를 만들며 하느님을 찬양했다.

 

 

82번 성가 ‘주 찬미’는 우리 성가집에서 주님을 찬미하는 노래 중 83번과 더불어 가장 장엄한 찬미 노래가 아닐까 싶다. 이 성가는 20세기 서양에서 나온 찬양 노래 중 가장 유명한 곡 가운데 하나다. 1983년에 나온 일종의 크리스마스 칸타타인 ‘높으신 분의 아들(Son of the Highest)’에서 사용되기도 했다.

 

이 곡의 작곡자는 미국의 사업가이며 능력 있는 아마추어 음악가였던 도언(William Howard Doane, 1832~1915)이다. 그는 목공기계 제조업 회사인 ‘J. A. Fay & Company’의 사장으로 일하는 한편, 자신이 다니던 교회 주일학교의 교장을 지낼 정도로 깊은 신앙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는 애초에 음악 전업가는 아니었고 그저 성공한 사업가로서 음악은 일종의 부업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그럼에도 수백 곡의 찬송가를 작곡하고 약 40권의 찬송가집을 편찬하기도 했다. 이러한 업적으로 1875년 데니슨 대학에서 명예 음악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이 찬송가의 원제목은 ‘하느님께 영광을(To God Be the Glory)’이다. 그런데 이 가사를 쓴 이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찬송가 작사가이며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크로스비(Frances Jane Crosby, 1820~1915)다. 그는 생후 6주 때 의사의 잘못된 처방으로 시력을 잃고 평생을 시각 장애인으로 살아갔는데, 신심이 깊었던 어머니와 할머니는 앞을 보지 못하는 그에게 자주 성경을 외우도록 교육했다고 한다. 여덟 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1844년 「맹인 소녀와 여러 시들」(A Blind Girl and Other Poems)이라는 시집을 펴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8000여 곡이 넘는 찬송가 가사를 만든 것이 가장 큰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장애를 하느님의 축복으로 받아들이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평생 앞을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하느님의 은혜로운 섭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분께 감사합니다. 만일 내가 내일은 완벽하게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고 해도 나는 거부할 것입니다. 내 주위의 아름답고 흥미로운 것들로 인해 내 마음이 산란해진다면 나는 하느님을 찬미하는 노래를 부를 수 없을 것입니다.” 생전에 시인으로서뿐만 아니라 대중 연설가로도 이름을 날렸던 그를 위해 현재 미국 성공회에서는 전례력으로 2월 11일을 그의 기념일로 지내고 있다.

 

우리 성가책에는 본래의 영어 가사를 비교적 충실히 번역해 옮겨놓고 있는데, 자신의 장애를 축복으로 여겼던 그는 이 곡의 후렴 부분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주 찬미, 주 찬미, 그분의 소리를 땅에게 전하라! 주 찬미, 주 찬미 사람들아 기뻐 뛰라! 아들이신 예수님과 더불어 아버지 앞에 나오라, 그분이 이루신 위대한 일들. 그분께 영광 드려라!’

 

[평화신문, 2016년 10월 16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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