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39) 78번 영광의 왕께 찬미를
장엄하게 하느님 찬미한 합창곡 - 78번 성가 ‘영광의 왕께 찬미를’을 작곡자로 알려진 마이클 하이든. 78번 ‘영광의 왕께 찬미를’ 성가는 그 도입 부분이 128번 ‘형제여 기뻐하라 알렐루야’와 같은 모양을 지니고 있다. 나아가 재미있는 사실은 이 두 성가가 서양에서는 ‘O, Worship the King’이라는 가사를 종종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곡자는 엄연히 다르다. 78번 성가의 작곡자는 우리 성가책에는 마이클 하이든(J. M. Haydn, 1737~1806)으로 표기돼 있는데, 이 사람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흔히 알고 있는 그 유명한 조셉 하이든의 동생이다. 그는 음악사에서 형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 역시 중요한 고전시대 작곡가의 한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모차르트와 절친한 친구였다고 한다. 워낙 술을 좋아해서 성당이나 궁정에서 음악가로서 직분을 수행하는 데에는 문제가 많았던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모차르트도 그의 뛰어난 음악성을 인정했다고 한다. 그는 360곡이 넘는 교회 음악을 작곡했는데, 그중 하나라 여겨지는 성가가 78번 곡이다. 이 곡은 사실 영국의 작곡가로서 베토벤의 음악을 영국에 최초로 소개하기도 했던 가디너(William Gardiner, 1770~1853)가 1808년에 펴낸 「거룩한 선율들(Sacred Melodies)」이라는 책에 처음 등장한다. ‘리온스(Lyons)’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는 이 선율의 작곡자를 책에서는 단순히 하이든이라고만 기록하고 있다. 이 성가와 비슷하게 시작하는 마이클 하이든의 선율도 있고, 그의 형인 조셉 하이든의 선율도 있는데 학자들은 이 하이든이 누구인지는 증명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마이클 하이든의 친한 친구였던 모차르트가 하이든의 곡을 대신 써주기도 했고, 하이든도 모차르트의 곡을 일부 대신 써 주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 오기 때문에 단순히 ‘하이든’이라고 표현된 것이 어쩌면 하이든 형제 중 하나가 아닌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가디너의 성가집에는 그 외에도 당시의 여러 유명한 작곡자의 곡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곡들이 실제 작곡자들의 작품 목록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것들이 더러 있기에, 어떤 학자들은 가디너 자신이 작곡하고 유명한 작곡자의 이름을 빌려 온 것이 아닌가 추측하기도 한다. 한편 미국의 인디애나 주립대학 도서관에서 이 성가와 똑같은 선율로 시작하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기악곡 악보를 발견했는데, 이 곡의 작곡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스웨덴으로 이주해 스웨덴의 모차르트라 불리는 크라우스(J. M. Kraus, 1756~1792)로 표기돼 있기 때문에 이 곡의 작곡자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 성가는 장엄하게 하느님을 찬미하는 전통을 지닌 합창 성가 중 하나다. 일찍이 나폴레옹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만일 소크라테스가 방에 들어선다면 우리는 존경의 표시로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주님께서 들어서신다면 오히려 땅에 무릎을 꿇으며 경배해야 할 것이다.” [평화신문, 2016년 11월 6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