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444번 나는 주를 의지하리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4-23 조회수5,349 추천수0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61) 444번 나는 주를 의지하리라


성인과 같은 삶 살아온 영국 문학가 하버걸 작사

 

 

- 가톨릭성가 444번 '나는 주를 의지하리라'의 작사가인 영국의 문학가 하버걸.

 

 

신앙인들에게 있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분은 바로 주님이심을 일깨워주는 성가는 444번 성가 ‘나는 주를 의지하리’이다. 원제목은 ‘주 예수님 당신을 신뢰합니다(I am trusting Thee, Lord Jesus)’이다.

 

이 성가는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님의 품 안에 안겨있는 것처럼 주님께 의지하고 의탁한다는 내용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 성가 작사가는 바로 그런 삶을 살았다. 영국의 여성 문학가 하버걸(F. R. Havergal, 1836~1879)이다.

 

‘거룩한 시인’, ‘성가계의 가장 달콤한 목소리’로 불린 그는 평생에 걸쳐 어린아이와 같은 신앙과 주님께 대한 신뢰의 삶을 보여줬다. 이미 3살 때 글을 읽을 줄 알았고, 7살 때에는 시를 쓸 줄 알았으며, 영어뿐만 아니라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라틴어, 그리스어와 히브리어도 할 줄 알았던 대단히 지적인 여성이었다. 성경에도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으며, 구약 일부분과 신약성경을 외울 정도였다. 또한 뛰어난 피아니스트였고, 음악에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노래까지 잘했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의 주님께서 음악적 선율이나 아이디어를 주신다고 믿어 왔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분을 쳐다보고 기쁜 마음으로 감사드리며 작업을 계속 하지요. 이것이 내가 성가를 쓰는 방식입니다.”

 

임종을 앞에 두고는 “천국의 문에 가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눈부신 일인지요”라고 했으며, 43세의 나이로 숨을 거둘 때는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 제 영혼을 당신께 맡깁니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던 그의 삶은 마치 성인과도 같은 삶이었다고 전해지는데, 444번 성가의 가사는 1874년 스위스에서 썼다.

 

작곡자는 영국 성공회 사제였던 불링거(E. W. Bullinger, 1837~1913)다. 그는 그리스어와 히브리어에 능통했다. 문자적 성경 해석을 바탕으로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대하시는 것이 일정한 기간들로 나뉜다고 보는 신학 사상(세대주의)을 신봉했던 ‘극단적 세대주의자’였다. 그는 여러 권의 저서와 몇 곡의 성가 작품을 남겼는데,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유일한 성가가 바로 444번 성가이다. 이 성가 선율은 그의 이름을 따서 ‘불링거’라 불리며, 1874년에 작곡돼 1878년에 처음 출판됐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4월 23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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