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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252번 성모여 우리 위해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5-01 조회수5,071 추천수0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62) 252번 성모여 우리 위해


시칠리아 어부들의 성모 찬미 노래

 

 

- 252번 성가가 유럽에 소개될 때 이 곡을 처음 접했던 독일 시인 헤르더.

 

 

5월은 성모님의 달이다. 그런데 시칠리아 성가라고 되어 있는 252번 ‘성모여 우리 위해’는 작곡자를 알 수 없다. 대략 18세기쯤 시칠리아나 나폴리에서 기원한 선율이라고도 하고, 라틴어 가사로 보아 16세기 때부터 비롯된 노래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온 노래로 알려져 있다.

 

이 곡이 유럽에 처음 소개될 때 ‘동정녀께 드리는 시칠리 어부들의 찬미가’라고 알려졌는데, 사연은 이러하다. 독일의 시인 헤르더(J. G. von Herder)가 1788~1789년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이 곡을 접했다. 후에 이 노래를 담은 노래책을 출판하면서 시칠리아의 어부들이 해가 질 때쯤 성모님께 부르던 노래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일각에선 ‘뱃사람의(Mariner’s) 노래’라는 단어와 ‘성모님의(Marian)’라는 단어를 혼동해 본래 성모님께 부르던 노래가 아니었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 곡의 첫 출판은 1792년 유럽의 어느 잡지에 ‘오, 가장 거룩하시고, 인자하신 분(O Sanctissima, O Piissima)’이라는 제목의 성모님 노래로 소개되었다. 1794년 ‘시칠리아 어부의 찬미가’라는 제목으로 다시 소개됐고, 1816년 독일 바이마르 고아원 운영자였던 포크(J. D. Falk, 1768~1826)가 ‘오 행복하신 당신(O du frhliche)’이라는 제목의 성탄 노래로 사용했다. 그는 1819년에는 자신이 쓴 연극 대본에 ‘오, 가장 거룩하신 분(O Santissima)’이라는 제목으로 이 선율을 사용했다.

 

여러 가지 정황상 처음 알려질 당시부터 이 곡은 시칠리아 섬의 어부들이 성모님께 부르던 찬미가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 곡이 유명해지면서 베토벤도 1815년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본래 성모님을 찬미하는 라틴어 가사였던 이 곡은 몇 년 지나지 않아 포크가 했던 것처럼 성탄 노래로 사용되기도 했다. 영어권에서는 ‘오, 얼마나 기쁜가(Oh, how joyfully)’ 등 여러 제목의 성탄 노래로, 스페인에서는 ‘오, 가장 거룩하고 행복하신 분(O Santisimo, felicisimo)’으로 아기 예수님을 찬미하는 노래로 사용돼 사실 예수 성탄 때 더 많이 불리는 선율이기도 하다.

 

우리 성가 책에서는 같은 구조를 지닌 3절로 이뤄져 있어 성모님을 각각 ‘거룩하고 인자하신 분’(1절), ‘위로이시며 안식처이신 분’(2절) 그리고 ‘모든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시는 분’(3절)으로 찬송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4월 30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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