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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울주보 음악칼럼: 시대를 뛰어넘은 클래식 콜라보 구노 & 바흐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2-16 조회수5,001 추천수0

[온라인 서울주보 음악칼럼] 시대를 뛰어넘은 클래식 콜라보 구노 & 바흐

(Charles Francois Gounod & Johann Sebastian Bach)

 

 

가톨릭 신자들이 가장 자주, 많이 드리는 기도문은 어떤 것일까요? 주님의 기도일까요? 아니, 묵주기도를 드리다 보면 주님의 기도 한 번에 성모송 열 번이니 어쩌면 성모송일지도 모릅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이렇게 시작하는 성모송은 많은 작곡가에 의해 노래로 만들어졌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아마도 프랑스 작곡가 구노(Charles Francois Gounod, 1818~1893)의 <아베 마리아 Ave Maria>일 것입니다. 가사는 라틴어 성모송입니다.

 

“Ave Maria gratia plena, Dominus tecum...”

 

구노는 19세기 프랑스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음악가입니다. 오페라 <파우스트>, <성녀 세실리아를 위한 장엄미사곡> 등이 대표작입니다만,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은 <아베 마리아>입니다.

 

<볼레로>로 유명한 작곡가 라벨은 그를 가리켜 ‘프랑스 노래의 진정한 창시자’라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프랑스 가곡들을 만들었죠. 그의 노래는 부드러운 멜로디와 경건함을 느낄 정도의 단순함이 매력입니다.

 

<아베 마리아>도 그런 곡 가운데 하나죠. 그런데 그의 <아베 마리아>가 음악방송에서 소개될 때 가만히 들어보면 그냥 구노의 <아베 마리아>라고 하지 않고, 꼭 그의 이름 앞에 바흐를 붙여 ‘바흐, 구노의 아베 마리아’라고 소개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이 노래의 멜로디는 구노의 작품이지만 반주 부분은 구노가 태어나기 거의 백 년 전쯤에 이미 작곡된 바흐의 작품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권의 1번 전주곡 C장조>이기 때문입니다. 즉 이 작품은 시대를 초월해서 탄생한, 두 작곡가의 콜라보 작품인 셈이지요.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에서 독일어 ‘클라비어(klavier)’는 바흐시대 ‘건반악기’를 말하며, 이 곡은 보통 하프시코드나 피아노로 연주됩니다. 이 작품은 애초에 당시 11살인 바흐의 아들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를 가르치기 위해서 교육용으로 작곡됐다고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가 매우 높아서 오늘날엔 감상용으로 연주됩니다.

 

구노는 스물 다섯 살인 1843년 독일을 방문했을 때, 라이프치히에서 멘델스존이 연주하는 Bach의 오르간곡들을 듣고, 바흐 음악에 경애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런 마음이 추후 바흐의 음악에 멜로디와 가사를 입혀 <아베 마리아>(1859년 作)를 탄생시켰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이 작품의 탄생 배경에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얘기가 전해지는데, 그것은 한국에서 순교한 프랑스 신부님들의 순교와 관련되어 있다는 설입니다. 하지만 작곡 연도와 순교 연도를 대조해보니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천주교 조선교구의 제5대 교구장이었던 다블뤼 주교님이 구노와 탄생 연도가 같아서 어릴 적 친구였을 수도 있지만, 다블뤼 주교님의 순교연도는 1866년으로, 이 곡이 작곡된(1859년) 이후라서 친구의 순교 소식을 듣고 작곡했다는 얘기는 잘못 전해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또 다른 파리외방선교회 순교 사제들인 앵베르 주교님이나 모방 신부님, 샤스탕 신부님의 순교와 연관 지어 보려 해도 순교(1839년)와 작곡연도 사이에 무려 20년이란 시간적 간극이 있기에 이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한편 이 곡에 대한 또 다른 배경 설명으로는, 한 여인을 짝사랑하던 구노가 그 여인에게 헌정하려고 멜로디를 만들고 어떤 시를 갖다 붙였으나 그보다는 성스러운 가사로 바꾸는 게 좋겠다는 조언에 따라 아베 마리아, 즉 성모송의 라틴어 가사를 붙인 것이라는 일화도 있습니다.

 

아무튼 곡의 탄생 배경에 어떤 이야기가 있든 두 작곡가의 아름다운 작품이 만나서, 우리에겐 감상의 즐거움에 더해 성모님께 감사하는 마음까지 들게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1년 2월 14일 연중 제6주일 서울주보 8-9면, 임주빈 모니카(KBS프로듀서,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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