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의 참맛] 가톨릭성가 136번 – 예수 부활하셨도다 때는 1853년, 바덴 대공국 브라이스가우의 프라이부르크 시. 국립기록관의 관장이며 저명한 기록연구사인 프란츠 요제프 모네(Franz Josef Mone)는 새 책의 출간 준비가 다 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성가를 연구해온 그동안의 결과에 큰 보람을 느낀다. 뮌헨과 엥겔베르크, 프라하에서 발견된 500여 년 전의 고문서들을 한 자리에 체계적으로 비교, 정리해놓은 이 책들이 성가의 뿌리를 알게 하며, 나아가 미래를 열어줄 거라는 믿음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정성스럽게 제본된 표지에 새겨진 제목 <중세 시대의 라틴어 성가들>(Lateinische Hymnen des Mittelalters)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책장을 넘겨 본다. 가톨릭성가 136번 “예수 부활하셨도다”는 1372년도 문서로 추정되는 분도회의 ‘엥겔베르크 수도원 고문서’에 수록된 라틴어성가 “그리스도 오늘 부활하셨다”(Surrexit Christus hodie)가 원전으로, 영미권에서는 1708년 런던에서 발행된 성가 모음집 <다윗의 노래>에 수록된 “예수 그리스도 오늘 부활하시다”(Jesus Christ is Risen Today)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교파를 막론하고 ‘부활 캐롤’(Easter carol)이라 불릴 정도로 수 세기에 걸쳐 매우 사랑받아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이 성가가 불려지고 있겠지요? 감리교 창시자의 동생인 찰스 웨슬리를 포함해 무려 7세기 동안 수많은 성가 작사가들이 다양한 가사를 이 성가에 붙였습니다. 부활의 순간을 목격한 그 최초의 충격과 감동을 노래하는 것이었지요. 네 복음서에서 예수님의 부활을 가장 먼저 목격한 이는 마리아 막달레나와 동료 여인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성가는 다름 아닌 여인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그들은 돌아가신 주님을 위해 향료를 가지고 눈물을 훔치며 무덤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거기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자렛 사람 예수님을 찾고 있지만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마르 16,6)는 충격적인 말씀만을 듣게 됩니다. 두려움과 충격에 휩싸여 혼란 속에 남겨진 마리아 막달레나. 하지만 그런 그에게 예수님께선 나타나시어 그 약함과 눈물을 부활의 기쁨으로 바꾸어 주십니다. 마리아는 이 ‘기쁜 소식’을 제자들에게 전하지만, 제자들은 마음이 완고해진 탓인지 받아들이지 못하지요. 그래서였을까요? 세월이 흐르며 이 성가에 담겼던 여인들의 이야기는 점점 변형되고 누락되어 마침내는 불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전율하던 여인들이 Mulieres o tremulae, 갈릴래아로 향하네 In Galilaeam pergite. 제자들에게 전하니 Discipulis hoc dicite 영광의 왕께서 부활하셨다네 Quod surrexit rex gloriae.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요한 20,15) 하시며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상냥한 목소리의 주님을 떠올려봅니다. 그리고 우리도 이름 모를 14세기의 성가 작사가의 마음을 헤아려보며 이 성가를 다시 불러보고 싶습니다. 기쁜 마음을 담아 환희 가득한 환호와 함께요! “예수 부활 하셨도다, 아---알렐-루-야!” * QR코드로 이 곡을 들어 보실 수 있습니다. [2021년 4월 18일 부활 제3주일 의정부주보 4면, 까뮤(이새론 안토니오, 이운형 마리아, 김구환 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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