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의 참맛] 가톨릭성가 238번 – 자모신 마리아(Segne Du, Maria) “거친 음성과 커다란 소음. 쏟아지는 감정과 믿지 못할 미움의 소용돌이 속에서- 1869년의 3월이었어. 복음주의 루터파 신학박사이며 목사이고 교장 선생님인 아버지는 날 이해하지 못하시겠지. 첫째로 태어나 어머니의 이름도 물려 받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떠나야만 해. 나는 스물다섯 살이고, 홀로 설 수 있는 용감한 여자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내겐… 성모님이 함께하신다는 걸 믿으니까 말이야. 어렸을 때 리히텐하겐의 작은 성당에서 보았던 그 피에타(Pietà)의 성모님처럼 날 꼭 끌어안아 주실 거야!” 오늘의 성가의 참맛의 주인공 코르둘라 뵐러(Cordula Wöhler)는 독일어권에 널리 알려진 시인이며 작가입니다. 독실한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열한 살 때 접한 피에타 조각상을 통해 성모 신심을 체험하고 수년 간의 고민과 갈등 끝에 가톨릭으로 개종을 결심하게 되지요. 혹시 사순 제3주일 주보에 소개된 성가의 참맛의 주인공 크리스토프 본 슈미트 신부님을 기억하시나요? 코르둘라는 개종을 거치며 슈미트 신부님과도 인연을 갖게 되고, 성가 작사가로서 활발히 활동하게 됩니다. 1870년 5월 31일, 그녀는 자신이 겪었던 개종과 의절의 갈등 그리고 자신을 온전히 성모님께 의탁하고자 하는 신심이 담긴 기도문를 썼는데, 여기에 성음악가이며 교사, 작곡가인 칼 킨츠뮐러(Karl Kindsmüller)가 곡을 붙여 만든 성가가 바로 「자모신 마리아」의 원곡 「Segne Du, Maria」입니다. 이후, 독일어가 쓰이는 모든 지방, 특히 바바리아, 오스트리아와 티롤 등지에서는 이 곡이 수록되지 않은 성가책이 없을 정도로 성모신심을 대표하는 곡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교황청에서 수여하는, 여성이 받을 수 있었던 가장 최고위 훈장인 “교회와 교황을 위하여”(Pro Ecclesia et Pontifice) 메달의 수상자가 되기도 했지요. Segne du Maria, segne mich dein Kind Dass ich hier den Frieden, dort den Himmel find Segne all mein Denken, segne all mein Tun Lass in deinem Segen Tag und Nacht mich ruh'n. 복되신 여인, 마리아님, 제게는 당신 아이의 축복이 있고 이곳에선 평화를 얻으며 그곳에는 천국을 만나겠지요. 제 모든 생각과 행동에 축복 주시고 저의 밤과 낮을 당신의 축복 속에 쉬게 하소서. 사랑하는 아들을 고통스럽게 떠나보내며 아픔과 절망을 겪으셔야 했던 성모님. 가슴 깊이 감동했던 신심과 가족 사이에서의 내적 갈등 때문에 고독과 슬픔으로 괴로워했던 코르둘라. 이 둘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알고 있었습니다.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루카 2,35) 가시밭길이죠. 그럼에도 그들은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는 고백과 함께 용감히 순종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이 발걸음의 울림은 많은 이의 마음을 열어주었습니다. 이제 우리도 이 성가를 부르며 오늘의 그리스도인으로서 무엇을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기도하며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함께 불러보지 않으실래요? “자-모신 마리-아-♬” [2021년 5월 30일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청소년 주일) 의정부주보 4면, 까뮤(이새론 안토니오, 이운형 마리아, 김구환 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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