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유쾌한 클래식: 알레그리의 미제레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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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06-20 | 조회수3,155 | 추천수0 | |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6) 알레그리의 ‘미제레레’ 시스티나 경당의 독점 곡, 봉인을 푼 모차르트
대전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께서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되었다는 발표는 지난 주말 기쁘고 신선한 소식이었다. 가톨릭평화방송 TV 매일 미사를 통해 뵈어왔던 인자한 성품의 유흥식 대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도우며 곁에서 중요한 일을 한다는 사실이 참 기대가 된다.
이 반가운 소식에 떠오르는 작품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곡이 없지만 예전 모차르트가 로마를 방문했던 시기에는 시스티나 경당(Aedicula Sixtina)에서 미사를 집전할 때에만 들을 수 있는 곡이 있었다. 시스티나 성당이라고 일반적으로 부르나 경당이 맞다고 한다. 시스티나에는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보티첼리 등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화가들이 그린 프레스코 벽화가 있다. 특히 미켈란젤로는 1508년부터 4년간 천장에 1만 2000여 점의 엄청난 그림을 그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인 데다가 전 세계의 추기경들이 모여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ve)를 여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성금요일에 이곳에서 연주되는 신성하고 천상적이고 아름다운 ‘미제레레’는 시스티나 외에서는 연주할 수도 부를 수도 없게 악보 반출을 금지(봉인)했다. 그런데 14살의 어린 모차르트가 아버지 레오폴드와 함께 1770년 4월 11일 성 베드로 대성전 성주간 미사에 참여했다가 성당 성가대가 알레그리의 미제레레(Miserere mei Deus, 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를 부르는 것을 들었다. 그 날 밤 모차르트는 방에서 기억으로만 이 곡을 적어나가기 시작한다. 이틀 뒤인 4월 13일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 모차르트는 이 시편을 가사로 한 곡을 다시 들었고 자신이 기억으로 채보했던 곡을 고치게 된다. 모차르트는 자신의 모자에 악보를 감춰 몰래 반출하게 되는데 이 일은 역사적으로 매우 유명한 일이 된다. 1770년 당시 10대인 모차르트의 모습은 베로나에서 그린 초상화로 잘 남아있다.
그런데 이 곡을 쓴 알레그리는 누구일까? 그레고리오 알레그리(1582~1652)는 유년 시절 성당의 소년합창단원이었고 많은 모테트(무반주 다성 성악곡)들과 미사곡 등 성음악을 작곡했다. 우르바노 8세 교황은 당시 47세의 알레그리를 로마 교황청 소속 시스티나 경당의 콘트랄토(테너와 소프라노의 중간으로 여성의 최저음)로 기용했다. 알레그리는 1592년부터 165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 자리에서 노래했을 정도로 뛰어난 가창 실력을 갖춘 가수였다. 그는 매우 도덕적이었으며 가난한 사람과 죄수들에게 자비를 베푼 사제였다.
알레그리가 쓴 ‘미제레레’는 2개의 합창단이 르네상스의 폴리포니 양식으로 서로 마주 보고 노래하는 형태로 쓰인 작품이다. 소프라노1ㆍ2, 알토, 베이스의 5성부 합창단과 소프라노1ㆍ2, 알토, 베이스 독창자 4명으로 이뤄진 솔로 그룹이 여러 차례 교창하면서 전개된다. ‘미제레레’는 알레그리의 대표작으로 시편 51편의 밧세바와 부정을 저지른 다윗의 참회를 내용으로 삼고 있다.
사실 교황청은 오랜 기간 시스티나 경당 밖으로 이 ‘미제레레’ 악보의 유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독점했지만, 승인받지 않은 카피본 판본들이 암암리에 나돌아다니고 있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국제적으로 궁금해하고 있던 곡이어서 이 곡을 들으려고 일부러 로마를 방문할 정도였다.
이 곡은 시스티나 경당에서 성주간 전례 때에만 연주되는 곡이었다. ‘어둠’이라는 뜻을 가진 테네브레(Tenebrae)라고 하는 성주간를 말한다. 촛불이 하나둘씩 꺼지고 어둠 속에서 교황과 추기경들이 무릎을 꿇고 있는 경건한 의식의 마지막에 교황청 소속의 합창단과 솔리스트들이 부르는 노래가 바로 알레그리의 ‘미제레레’였던 것이다. ‘미제레레’의 악보는 1771년 영국 학자 찰스 버니에 의해 출판이 되었다. 1638년에 작곡한 작품이 세상에 정식으로 공개되기까지 13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알레그리의 미제레레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s45XOnYOIw
[가톨릭평화신문, 2021넨 6월 20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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