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유쾌한 클래식: 쥘 마스네의 타이스의 명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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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07-19 | 조회수3,347 | 추천수0 | |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10) 쥘 마스네의 ‘타이스의 명상’ 화려한 삶을 뒤로하는 창부의 선택
최근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내놓은 신보 CD ‘바이올린 온 스테이지’는 지난달 공연 레퍼토리와 마찬가지로 폴란드와 프랑스 레퍼토리가 돋보인다. 프랑스 레퍼토리 중에서는 지난번에 소개해 드린 생상스의 ‘삼손과 들릴라’ 중 들릴라의 아리아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와 쥘 마스네의 ‘타이스의 명상’이 귀를 감싼다. 이 ‘타이스의 명상’이라는 곡은 클래식 명곡집 등을 통해서 누구나 꼭 듣게 되는 유명한 곡이다. 중학생 때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명상곡이라는 이름과 부드러운 음악에서 한적한 푸른 초원의 전원을 떠올렸었다.
이 작품은 문학적인 소재를 매우 좋아한 프랑스 작곡가 쥘 마스네가 1890년에 출판한 프랑스 작가 아나톨 프랑스의 소설을 소재로 해서 1894년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이집트 나일강변의 테바이드 수도원에서 12명의 수사가 검소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여기에 번화한 대도시인 알렉산드리아에 다녀온 아타나엘 수사는 “알렉산드리아에 갔더니 타이스라는 고급 창부에게 현혹되어 온 도시가 타락의 수렁에 빠져있더라”라며 개탄을 한다. 그날 밤 꿈에서 타이스의 퇴폐적인 춤을 본 아타나엘은 꿈에서 깨어나 ‘타이스를 회개시켜서 새 사람으로 개종시키고 알렉산드리아를 타락의 수렁에서 구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수도원장이 ‘여자의 유혹은 거부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만류하지만 아타나엘은 알레산드리아로 떠난다.
알렉산드리아 출신인 아타나엘은 고향 도시로 가서 부호인 옛 친구 니시아스의 집을 찾아간다. 아타나엘은 타이스를 하느님의 딸로 만들고 싶다며 만나게 해달라고 한다. 화려한 파티 마지막에 주인공인 타이스가 뇌쇄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아타나엘은 하느님에게 자신을 봉헌하는 삶의 기쁨에 대해 전하지만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설교를 하고 싶다면 우리 집으로 오라”고 말한다.
2막이 되자 타이스는 방 안에서 자신의 아름다운 미모와 육체가 시들어 갈까 봐 걱정하고 있다. 마치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녀처럼 거울을 보며 “내가 언제나 아름답다고 말해다오”라는 독백의 아리아를 부른다.
“내 장밋빛 입술과 금발은 영원할 것이다”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는데 아타나엘이 들어와 “참다운 하느님의 사랑을 접하고 진정한 기쁨을 느껴보라”고 계속 타이스를 설득한다. 처음엔 전혀 말이 통하지 않던 타이스는 점점 아타나엘 수사의 말에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본다. 아타나엘은 그녀의 방 밖 문 앞에서 아침까지 기다리겠다고 하고 타이스는 이때부터 밤새도록 깊은 장고에 들어간다. 부호 니시아스의 “널 사랑해”라는 말도 이제 더 이상 끌리지 않는다. 바로 이 장면이 타이스의 명상이다. 종교적으로 귀의하게 되는 곡이기 때문에 원제는 타이스의 ‘종교적 명상’(Meditation religieus)이다.
모스크바 스타니슬랍스키 극장에서 1997년에 본 오페라 ‘타이스’의 명상 장면은 오케스트라의 악장이 무대 밑에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로 올려 한 켠에서 솔로 연주를 하면서 타이스는 무대 위에서 일생일대의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아름다운 곡이 끝나면서 타이스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타이스는 “미모란 언젠가 사라질 것이야 난 아타나엘 당신을 따라가겠어”라고 결심한다. 가진 모든 재물을 불태우고 아타나엘을 따라 사막을 걷는 고행 끝에 타이스는 수녀원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아타나엘이 이후에 다시 찾아가보니 몸이 쇠약해진 타이스는 하느님 품에 안겨 영원한 안식을 얻고 아타나엘은 깊은 슬픔에 빠지게 된다.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쥘 마스네의 '타이스의 명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pAKWX6Zb8t8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7월 18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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