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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쾌한 클래식: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중 기도 2중창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11-01 조회수1,947 추천수0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23)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중 기도 2중창


아이들을 꿈나라로 이끄는 아름다운 화음

 

 

엥엘베르트 훔퍼딩크의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은 독일 교육의 특징을 매우 잘 보여주는 오페라다. 가난한 집 아이들인 헨젤과 그레텔은 장난치기를 좋아하지만, 엄마는 매우 무섭고 독일식으로 강하고 규율에 맞게 키운다. 그 모습을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에서도 만날 수 있다. 빗자루 장사를 하는 아버지는 나무를 하러 밖으로 나가고 엄마는 집에서 아이들의 훈육을 맡고 있었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 읽게 되는 ‘헨젤과 그레텔’은 독일의 민화로 그림 형제가 수집한 대표적인 독일 동화 중 하나. 그림 형제의 동화는 사실 상당히 무섭고 끔찍한 내용이 많아 잔혹 동화라고도 불리는데 훔퍼딩크는 어린이 보육교사로 재직 중이던 여동생이 어린이 연극 공연용 ‘헨젤과 그레텔’의 음악을 부탁하자 4개의 가사에 곡을 붙여 아이들을 위한 음악극을 만들었고 성공적으로 아동극 공연은 잘 끝났다. 그런데 훔퍼딩크는 이 독일적인 주제의 작품에 큰 흥미를 느껴 왕성하게 작곡해 1893년에 오페라로 완성한다.

 

아빠 페터는 빗자루를 만들어 장에 내다 파는 사람이고 엄마(계모)인 거르투르드는 집안일을 비롯해 많은 일을 억척스럽게 해낸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도 엄마가 시키는 집안일을 돕고 있다. 그러다가 배가 고파진 아이들이 장난치며 놀다가 엄마가 저녁을 만들기 위해 소중하게 놔두었던 우유병을 깨트려버린다. 그러자 엄마는 아이들에게 화를 내며 먹을 것을 구해오라고 야단을 친다. 아이들은 산딸기를 따오기 위해 숲 속으로 들어간다. 산딸기를 발견한 배고픈 아이들은 집에 가져간다는 생각도 잊어버리고 정신없이 산딸기를 먹다가 배가 불러져서 잠에 빠져든다. 바로 이 장면에서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과 음악이 나온다. 아이들이 잘 잘 수 있도록 잠의 요정인 잔트만(Sandman)이 아이들에게 모래를 뿌려 아이들의 눈꺼풀이 무거워져 잠을 자게 하는 것이다. “난 잠의 요정, 내 자루에 들어 있는 모래알을 너희들에게 뿌리면 편안하게 잠들게 돼. 그러면 하늘 저편에서는 별들이 깨어나고, 천사들이 예쁜 꿈을 만들어준단다.”

 

헨젤도 남자가 부르지 않고 여자 음역 중 낮고 묵직한 메조 소프라노가 남자아이역을 부르며 그레텔은 가볍고 예쁜 목소리의 소프라노가 주로 부른다. 두 아이가 자기 전 올리는 기도의 2중창은 ‘이 밤 내가 잠들면’(Abends will ich schlafen gehn)이다. “내가 잠이 들면 14명의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나를 둘러싼다네. 둘은 날 따뜻하게 해주고, 둘은 날 아침에 깨워주지, 둘은 하늘나라의 천국으로 인도해줄 거야.”

 

아름답게 화음을 맞춰 노래할 때 빈의 폭스오퍼(민중오페라 극장)에서 올린 연출은 천사들이 무대에 내려와 아이들을 감싸고 기도를 올리며 “헨젤과 그레텔이 숲 속에서 밤에 잠잘 때 하느님이 아무 일 없이 무사하게 지켜주세요”하며 기도하는 장면이 황금빛으로 빛났는데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훔퍼딩크는 시대를 앞서간 오페라의 창조자 바그너의 추종자였다. 그 당시의 많은 청년 작곡가들이 마치 전시대에 나폴레옹을 전 유럽에서 정치적으로 동조하고 따랐듯, 음악계에서는 바그너의 음악 세계를 따르는 작곡가가 많았다. 프랑스, 이탈리아의 젊은 작곡가들도 그랬으며 독일에서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훔퍼딩크가 대표적이었다. 바그너를 계승한 작곡가답게 훔퍼딩크는 이 장면에서 무한선율로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노래가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이어지며 꿈나라에 갔다가 아침으로 이어지는 장면으로 연결시키는데 대단히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장면이다.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중 기도 2중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6pW-o2tzjA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10월 31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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