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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쾌한 클래식: 토스티의 기도(Preghiera)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11-09 조회수2,492 추천수0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24) 토스티의 ‘기도(Preghiera)’


이탈리아 가곡의 거장이 남긴 간절한 기도

 

 

이 세상에서 예술가곡을 가장 많이 작곡한 사람하면 단연코 오스트리아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를 꼽을 수 있다. 무려 600여 곡의 아름답거나 매우 절절하고 괴로운 심정을 드러낸 가곡을 작곡해 냈기 때문이다. 슈베르트는 모차르트, 베토벤의 뒤를 이어 독일어로 된 19세기 낭만주의 리트(예술가곡)형식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고 그 영향은 슈만, 브람스, 볼프, 말러에 이르는 독일 가곡 전통의 산맥을 만들어내게 된다.

 

그럼 ‘노래의 나라’, ‘오페라의 나라’라고 불리는 이탈리아 가곡의 대표자는 누구일까? 이탈리아에서 가곡을 가장 많이 쓰고 또 동시에 대중적인 작곡가를 꼽자면 프란체스코 파올로 토스티를 첫손가락에 꼽게 된다. 토스티가 슈베르트하고 다른 건 이탈리아어로만 가곡을 쓴 것이 아니라 프랑스어와 영어 가사로도 작곡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토스티는 국제적인 인물이었다.

 

토스티는 1846년 이탈리아 남부 동해안의 마을 오르토나에서 태어났다. 12세에 나폴리 왕립음악원에서 바이올린과 작곡을 전공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출판사에 의해 작품을 거절당하기도 했다. 그는 시골 마을에서 궁핍하게 살다가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스감바티의 결정적인 도움으로 나폴리 사보이 왕국의 마르게리타 공주의 성악 지도 선생이 된다. 이후 마르게리타 공주는 토스티를 음악 기록보관소의 큐레이터로 임명하기도 할 정도로 신임이 두터웠다.

 

1875년 토스티의 인생을 바꿔놓은 운명적인 일이 생긴다. 영국 런던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이미 바로크 시대 헨델도 하노버 궁정에서 봉직하고 있다가 런던을 방문한 뒤 런던 음악계에 반해서 독일로 평생 돌아가지 않고 뼈를 묻은 바 있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슈베르트와는 다르게 토스티는 대단히 사교적인 사람이었다. 영국 상류층 인사들과 교류를 하면서 상류사회 사교계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된 그는 드디어 1880년에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왕실 음악교사에 임명되었고 음악출판사 차페르와 계약도 맺는 등 성공 가도를 달렸다. 1888년에는 베루타 피앙소와 런던에서 결혼하고 1894년부터는 왕립음악원 성악교수로 가르치는 등 대단한 명성을 자랑했다. 영어 가곡을 통해 명예와 부를 동시에 갖게 된 토스티는 1906년 60세의 나이에 영국인이 되었으며 62세에는 남작 칭호를 받아 귀족이 된 영국에서 가장 성공한 이탈리아인이었다. 토스티는 67세 때 38년 만에 그리운 고향 이탈리아로 돌아가 결국 70세 때인 1916년 로마에서 삶을 마감했다.

 

토스티는 오페라의 시대에 가곡에 몰두했던 드문 이탈리아와 영국 작곡가로 이탈리아어로 된 곡은 모두 33곡 정도를 꼽을 수 있는데 주옥같은 명곡들을 주렁주렁 남겼다. 그의 명곡 중 그의 신앙 고백을 만날 수 있는 곡이 있으니 바로 그가 1880년 런던에서 쓴 기도(Preghiera)다.

 

‘어지러운 이 맘의 의심과 괴로움을 / 구원해주소서 주여 신앙의 빛으로 / 무거운 나의 짐 벗겨주소서 험한 이 세상에서 / 오, 탄식과 눈물로써 주께 비나이다 / 오, 탄식과 눈물로써 간절히 바라나이다 / 보소서, 나의 생명 순간마다 사라져 감을 불 앞에 초와 같이, 햇빛 앞의 눈같이 / 그대 품속에 나의 영혼을 다시 불러 소생시켜 주소서, 오! 속박의 끈 끊으소서, 주께로 날아가리다. 구원하소서! 나의 주여, 주여 구원하소서!

 

이런 작사가 불명의 간절한 가사를 바탕으로 아름답게 작곡된 이 노래는 독창은 물론 합창으로도 부를 수 있게 편곡되어 있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이 곡을 마음에 새겨보자.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토스티의 ‘기도’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h3zVp9VrtY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11월 7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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