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교회음악 칼럼] 부활찬송(Exsulte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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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크리스티나 | 작성일2022-04-05 | 조회수3,307 | 추천수1 | |
월간 <빛> 교회음악칼럼 2021.04. https://www.lightzine.co.kr/last.html?p=v&num=4232
부활찬송 글. 여명진 크리스티나
지난해 부활절 모습이 문득 떠오릅니다. 2020년 4월, 코로나19 여파로 신자들과 함께하는 모든 전례가 취소되고, 한국은 물론 세계 가톨릭 역사에도 다시 없을 고요한 부활절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교회음악가에게 가장 분주한 시기인 성주간과 부활 시기를 집에서 맞이하는 그 허전함과 어색함을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끝나진 않았지만 다행히 올해는 함께 모여 주님 부활 대축일을 보낼 수 있게 되었고, 1년 중 딱 한 번, 부활 성야 미사에서만 들을 수 있는 ‘부활찬송(Exsultet)’ 역시 다시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활찬송의 정확한 전례 용어는 ‘Praeconium paschale(부활찬송)’이지만 라틴어 가사 ‘Exsultet iam angelica turba caelorum(용약하라 하늘나라 천사들 무리)’의 첫 단어를 따서 흔히 ‘Exsultet(엑술텟)’이라고 부릅니다. 재의 수요일에 시작해 40일간의 사순절 기간을 보내고, 해가 지면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성야 미사가 시작됩니다. 그 거룩한 미사의 시작은 바로 ‘빛’입니다.
시작이자 마침이시며, 어둠을 이긴 빛! 그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의미하는 부활초와 함께 신부님, 부제님, 복사들의 행렬이 한 발 한 발 캄캄한 성당 안으로 들어옵니다.
“Lumen Christi” 그리스도 우리의 빛 부활의 빛이 노래 선율과 함께 신자들에게 전해지고 부활찬송이 이어집니다.
‘부활찬송’은 세상 창조부터 이집트 탈출, 광야의 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그리스도의 다시 오심을 노래합니다. 긴 찬송 안에서 여러 번 ‘이 밤’을 언급합니다. 주님께서 홍해를 가르고,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 땅에서 불러내신 ‘이 밤’. 광야에서 불기둥으로 이스라엘을 비추던 ‘이 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혔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이 밤’, 그리고 ‘이 밤’은 수천 년 전 ‘어느 날’을 ‘지금 여기’, ‘오늘’로 다시금 기억하게 하는 밤입니다. ‘이 밤’을 기억하게 하는 거룩하고 성대한 노래로 빛의 예식은 끝이 나고 부활 미사는 독서로 이어집니다.
이 성대한 밤을 집에서 보낸 지난해, 모든 것이 멈춰 버린 듯한 상실감 안에서 많은 것이 그리웠습니다. 하지만 ‘참으로 필요했네. 아담이 지은 죄’, ‘ 아담의 복된 탓’이라는 노랫말처럼 어쩌면 그 ‘멈춤’의 시간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느님의 시간 안에서 모든 순간이 의미를 지닐 테니 말입니다. 당연하다 여겼던 모든 것들이 축복이고, 선물이었음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다시 찾아온 주님의 ‘부활’이 욕심, 편협함, 이기심들을 덜어내고 조금씩 비워낸 우리 마음의 빈 자리, 빈 무덤에 기쁨으로 찾아와 주기를 소망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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