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 아들의 죽음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비통함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 인류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한 주일 안에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다가 급기야 죽임 당하고, 찬란히 부활하십니다. 가톨릭 신앙인에게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만큼 큰 의미를 가지는 고통은 없을 것입니다. 생각이 이에 미치는 순간, 예수님 못지않은 고통과 슬픔을 겪은 또 한 사람의 존재가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바로 아들의 예견된 죽음, 결코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묵묵히 바라봐야만 했던 인간 어머니로서 성모님입니다.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못 박힌 십자가 아래에서 아들의 죽음을 목도해야했던 어머니의 심경은 어떠했을까요? 그 고통과 슬픔을 노래하는 음악이 있습니다.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 dolorosa – 슬픔에 잠긴 어머니, 서 계시네)>라는 곡입니다. 이 음악은 주로 9월 15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에 연주되지만, 내용이 이렇다 보니 당연하게 성주간, 성금요일에도 연주됩니다. <스타바트 마테르>는 13세기 시인이자 프란치스코회 수사 야코포네 다 토디(Jacopone da Todi, 1230~1306, 이탈리아)가 쓴 찬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아드님이 매달리신 십자가 아래에서 비통하게 울고 계신 성모님, 수난 칼에 깊이 찔린 성모 성심, 우리 죄를 위하여 모욕과 채찍을 감수하고 희생하는 아드님을 보며 가슴을 에는 슬픔과 고통을 감내하고 계신 성모님, 이를 보고 누가 통곡하지 않으리오. 그 고통과 슬픔을 저희에게도 나눠 주소서, 주님의 상처를 제 마음속 깊이 새겨주소서, 함께 울게 해주소서. 성모님의 전구로 심판 날에 지옥 형벌에서 지켜주시고, 예수님 십자가의 은총으로 보호해 주소서. 육신은 죽을지라도 영혼은 천국의 영광을 얻게 하소서. 이 라틴어 찬미가에 조스캥 데프레, 비발디, 하이든, 슈베르트, 로시니, 베르디, 드보르자크, 풀랑크 등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망라한 수많은 작곡가가 곡을 붙였습니다. 그중 가장 사랑받는 작품은 단연 18세기 작곡가 페르골레시(Giovanni Battista Pergolesi, 1710-1736, 이탈리아)의 <스타바트 마테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스물여섯 살 젊은 나이에 결핵으로 세상을 떠난, 나폴리의 전도유망했던 오페라 작곡가 페르골레시가 생의 마지막 해에 완성한 작품입니다. 소프라노와 콘트랄토(여성의 가장 낮은 음역)가 번갈아 독창 또는 이중창으로 노래하는 이 곡은 모두 열두 개 악장(곡)으로, 약 40분~45분가량 연주되며, 연주자 구성에 따라 이중창 일부를 소규모의 여성 합창이 담당하기도 합니다. 성모님의 고통을 명확하면서도 감동적인 선율로 표현한 페르골레시의 <스타바트 마테르>를 들으면서 묵상하노라면, 성모님에 이어 우리 시대 비통에 빠진 어머니들도 함께 떠오릅니다. 세상의 갖가지 불의에 맞서다 죽어간 자녀, 누군가의 나태와 탐욕, 전쟁으로 희생된 자녀를 둔 어머니들입니다. 그들의 슬픔을 함께 나누며, 성모님의 전구로 그 영혼이 위로받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2022년 4월 10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서울주보 6면, 임주빈 모니카(KBS프로듀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