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의 참맛] 가톨릭 성가 196번 「오 착한 예수」 O bone Jesu, miserere nobis quia tu creasti nos, tu redemisti nos sanguine tuo pretiosissimo. 오, 좋으신 예수님, 자비를 베푸소서. 저희를 창조하시고, 가장 귀한 당신의 성혈로 저희를 구원해 주셨나이다. 르네상스적 아름다움의 정수를 간결하면서도 명료하게 보여주는 성가 「오 착한 예수」 O bone Jesu는 수 세기에 걸쳐 잊히지 않고 사랑받아온 유서 깊은 성가입니다. 정지되어 있거나 딱딱하지 않고 유려하게 흐르는 멜로디, 격하게 뛰어오르거나 내려가지 않고 온음이나 반음으로 차분하게 이동하는 음들, 그리고 극적으로 도약한다고 해도 바로 다시 편안하게 해결되는 기법, 그리고 무엇보다 ‘약박’ weak beat에서 들려주는 불협화음의 애절한 긴장감. 성주간 동안 느낄 수 있는 심상들을 음악적으로 절묘하게 표현한 이 곡은 16세기 르네상스 시기 성음악의 거장 지오바니 피에루이지 다 팔레스트리나(Giovanni Pierluigi da Palestrina, c.1525-1594)의 작품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1897년, 이 곡이 수록된 1588년도 출판본 「예레미아의 애가와 그 외」(Lamentationes Hieremiae et alia)가 발견되면서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났습니다. 「오 착한 예수」가 포함된 「성주간을 위한 27개의 화답송」(Responsoria) 등의 작품들이 지난 몇백 년간 팔레스트리나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사실은 동시대의 성음악가 마르칸토니오 인제녜리(Marc’Antonio Ingegneri)의 작품이었다는 것입니다. 이후 독일의 프란츠 자베르 하베를과 파리의 쥘리엥 티에르소, 미셸 브레네 같은 음악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의 스승으로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활동했던 인제녜리의 작품이란 것으로 의견이 모여졌습니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환호 속에 준비된 길을 걸어오시는 예수님. 하지만 주님과 우리는 그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고 있습니다. 바로 파스카 신비의 완성인 십자가의 길이지요. 그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곳에 배신과 비난, 고통과 괴로움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구원을 위한 길로 용감히 나가시는 착하신 주님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누가 주님의 산에 오를 수 있으랴? 누가 그분의 거룩한 곳에 설 수 있으랴? 손이 깨끗하고 마음이 결백한 이, 옳지 않은 것에 정신을 쏟지 않는 이, 거짓으로 맹세하지 않는 이라네.”(시편 24,3-4)라는 말씀처럼 부활을 만나기 위해서는 이 거룩한 산을 겸허하고 진실되게 올라야 합니다. 지난 2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각자와 사회가 처한 어려움을 보면 지금 앞에 놓인 산은 거칠고 험하며 그 정상이 어딘지도 쉬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주님이 먼저 가셨던 길을 기억하여 서로를 당겨주고 밀어주며 한 걸음 한 걸음 쉬지 않고 올라가고 있습니다. 골고타 언덕의 밤이 마침내 거룩한 부활의 아침으로 밝아 올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말이지요. 그 가르침과 사명에 따라 차분히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 하느님 나라에 도착할 수 있음을 믿습니다. 이 길에서 우리, 성가를 함께 불러보면 어떨까요? “O- bone Je-su- [2022년 4월 10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의정부주보 7면, 까뮤(이새론 안토니오, 이운형 마리아, 김구환 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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