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의 참맛] 이형진 가브리엘의 <나를 낮은 자 되게 하신 주> 교만(驕慢) : 잘난 체하며 뽐내고 건방짐 자만(自慢) : 자신이나 자신과 관련 있는 것을 스스로 자랑하며 뽐냄 오만(傲慢) : 태도나 행동이 건방지거나 거만함 거만(倨慢) : 잘난 체하며 남을 업신여김 ‘마리아’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는 날이었습니다. 성체를 처음 모시면서 드리는 기도는 꼭 이루어진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어떤 기도를 드리면 좋을까?’ 고민하다, 분별력이란 지혜를 갖고 교만하지 않은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청했지요. 이후 미사를 드릴 때마다 ‘오늘 이 미사 때 주님께만 집중하며 미사를 드릴 수 있도록 이끌어주세요.’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청소년부 교사회와 반주단에 들어가면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활발히 봉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가운데 점점 저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커져 갔습니다. 누구보다 신실한 마음으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제 모습을 뽐내고 싶었던 것이죠. 바로 ‘교만’의 시작이었습니다. 저는 이 상황이 주님이 주신 첫 시험이라 생각했고, 그때마다 마음이 들뜨지 않게 해달라는 화살기도를 드렸습니다. 세례를 받고 1년이 지났을 즈음, 본당 신부님께서는 청년성서모임 공부를 해보라고 권유하셨습니다. 그래서 성서모임에 들어가 성경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방법을 배웠고, 출근길에 그날의 복음을 읽으며 와닿는 구절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성체조배실을 찾아가 기쁠 때는 감사기도를 드렸고 마음이 지칠 때는 눈물로 주님의 위로를 청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이렇듯 주님께 푹 빠져 지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 정도면 주님과 충분히 친하다.’고 ‘자만’하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연수나 피정에선 청년들과 신앙 나눔을 할 기회가 많았는데요, 그때 저는 다른 이들이 저만큼 주님을 갈망하거나 찾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오만’한 마음으로 상대방의 신앙을 판단했습니다. 그 마음은 질투로 이어져 ‘저 사람은 나만큼 주님을 찾지 않는 거 같은데, 왜 예쁨을 받는지...’ 미워하는 시기심을 가지기도 했지요. 그리고 걷잡을 수 없는 가시가 조금씩 돋아나 ‘거만’한 마음으로 대화를 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은 누군가에게 신앙적으로 조언하고 싶은 마음에 이야기하려면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았고, 나눔하는 자리에서도 내가 말할 차례가 되었을 때는 시간이 모자라 끝내야 할 경우가 잦아졌습니다. 아마도 주님께서 오만함에 사로잡힌 나를 다양한 방법으로 침묵하게 만드신 건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청년성서모임 창세기 연수에서 부르게 된 이형진 가브리엘의 <나를 낮은 자 되게 하신 주>. 성가를 들으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쓴 가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직설적인 가사는 주님이 아닌 자신이 중심이길 바랬던 저를 성찰하게 해주었습니다.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체험을 통해 주님께서는 제가 그동안 얼마나 교만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하셨습니다. 성당의 많은 활동을 하며 달콤하고 특별한 체험을 했다고 해서 신앙심이 깊은 것도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신앙심이 깊다는 오만함에 빠져 지내왔던 시간들은 분명 주님에게서 멀어지는 시기였지만, 나 중심이 아닌 당신 중심이 되는 삶을 살도록 새롭게 이끌어주신, 주님께서 계획하셨던 시간이기도 한 거 같습니다. 주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립니다 [2022년 7월 3일(다해)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신심 미사 의정부주보 의정부주보 7면, 까뮤(이새론 안토니오, 이운형 마리아, 최슬기 마리아, 김구환 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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