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의 참맛] 가톨릭 성가 29번 <주 예수 따르기로> (O Jesus, I have Promised) “성당이야? 나야?” 신앙생활과 성당활동에 매진해봤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입니다. 한때 결혼을 약속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저의 제안을 받아들여 세례를 받고 함께 성당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무교였던 그 친구가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이 너무나 좋았고, 이제 함께 신앙을 가지게 되었으니 주님께서도 흐뭇하게 바라보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청년성서모임 본당대표이면서 탈출기를 공부하는 그룹원이었습니다. 그리고 탈출기 연수가 다가오자, 온전히 주님만 생각하며 지낼 수 있는 3박 4일의 연수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졌습니다. 하지만 다니던 직장과의 일정이 맞지 않아 대안으로 타 교구에서 진행하는 연수 일정을 알아볼 수밖에 없었고, 마침 황금연휴에 열리는 연수에 접수하게 되었습니다. 연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큰 어려움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연수 일정이 오래전부터 선약되어 있던 그 친구의 생일날과 겹치게 된 것입니다. 깊은 고민 끝에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친구가 세례도 받았고 이제 신자가 되었으니 생일날에 함께 보내는 대신에 연수를 간다고 해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지 않을까?’ 그리고 나서 조심스럽게 그에게 이야기를 꺼냈는데, 반응은 좋지 않았습니다. 친구는 ‘유치한 질문인 걸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물어볼 수밖에 없다.’며 ‘자신과 성당 사이에 무엇을 선택하겠냐?’고 했습니다. 다그쳐 묻는 그에게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연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묵상을 하며 주님과 가까워지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나아가, 주님과 나 사이를 방해하는 요소는 무엇일까를 고민하였습니다. 아마도 제 신앙생활과 그 친구와의 만남을 동시에 움켜쥐려는 개인적인 욕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친구의 신앙과 믿음에 대해 서로 나누고 공유하며 그에 대해 깊이 알려 하지 않았던 피상적인 나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함께 미래를 그려보는 사이라고 했지만 외려 나 자신에게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부터 “성당이야, 나야?”라는 말엔 ‘우리’란 단어가 빠져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가톨릭성가 29번 <주 예수 따르기로>는 본래 1869년 영국의 성공회 신부 존 어네스트 보드(John Ernest Bode)가 작곡한 성가입니다. 이후, 1881년 영국의 작곡가이자 오르간 연주자이며 성가집 편찬자인 아서 헨리 만(Arthur Henry Mann)이 작곡한 <천사의 이야기>(ANGEL’S STORY)의 가락이 더해져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성가 <오 예수님, 제가 약조합니다>(O Jesus, I have promised)가 되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과 믿음을 친근하고 직접적으로 표현하여 누구나 쉽게 부르도록 구성된 덕분에, 이 성가는 수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저 역시 성당 밖 세상 속에서도 항상 그리스도인임을 깨달아 예수님의 친교(communio) 안에서 주변의 모든 이가 제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우리 함께 약속하며 성가, 불러볼까요? “오, 지-저스, 아이 해브 프라-미스드!” [2022년 11월 20일(다해)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의정부주보 7면, 까뮤(이새론 안토니오, 최슬기 마리아, 고윤서 마리스텔라, 이운형 마리아, 김구환 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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