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 ‘아들을 잉태할 것’이라는 말씀에 믿음으로 순명하는 마리아의 노래, 바흐 ‘마니피캇(Magnficat)’ 세 번째 대림초에 불을 밝히며 예수님 탄생을 둘러싼 거룩하면서도 신비로운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봅니다. 남자를 모르는 마리아는 어느 날 천사에게 아들을 잉태할 것이라는 전언을 듣고, 서둘러 늙은 나이임에도 임신을 한 사촌 엘리사벳을 찾아갑니다. 둘 사이엔 주님에 대한 믿음과 주님께 받은 은총의 공감대가 은밀하게 형성됐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마리아를 맞은 엘리사벳은 태중의 아들(세례자 요한)과 함께 기뻐하며 마리아를 향해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이라고 외치죠. 이에 마리아는 찬미로 응답합니다. ‘마리아의 노래’(루카 1,46-55)입니다. 라틴어로는 ‘마니피캇 아니마(Magnificat anima)….’로 시작하며, 성무일도의 저녁기도에서 늘 낭송되는 송가(頌歌)입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며 / 나를 구하신 하느님께 내 마음 기뻐 뛰노나니 / 당신 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로다… (중략) …당신 팔의 큰 힘을 떨쳐 보이시어 /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도다 / 권세 있는 자를 자리에서 내치시고 / 미천한 이를 끌어 올리셨도다 / 주리는 이를 은혜로 채워 주시고 / 부요한 자를 빈손으로 보내셨도다….(후략)” ‘마니피캇’은 르네상스 시대의 몬테베르디(C. Monteverdi, 1567-1643, 이탈리아)로부터 현대의 아르보 패르트(A. Pärt, 1935- , 에스토니아)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곡가들이 음악으로 만들었습니다. 당연히 음악의 신학자라 할 바흐가 빠질 리 없지요. 바흐(J.S.Bach, 1685-1750, 독일)는 서른여덟 살인 1723년 5월 라이프치히에 있는 성 토마스교회의 칸토르(cantor, 음악 감독)에 취임하자 새로운 의욕으로 작곡에 임합니다. 마니피캇도 그 일환으로 작곡됐습니다. 성 토마스교회는 루터파 교회로 독일어 예배가 일반적이지만, 성탄, 부활 등 대축일에는 라틴어 예배가 허락됐기에 바흐는 그 해 7월 2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 축일(지금은 5월 31일)’ 연주를 위해 이 마니피캇을 작곡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루카복음서 1장 46절부터 55절까지를 가사로 하고 마지막에 영광송을 붙여서 12악장으로 만들었지요. 내림 마(E flat)장조로, 다섯 개 성악 파트(소프라노 2, 알토, 테너, 베이스)와 바로크 오케스트라로 구성했습니다. 그런데 이 복음 말씀이 예수님 탄생과 관련 있다 보니 성탄 무렵에도 연주될 수 있도록 성탄에 맞는 내용의 합창과 중창곡을 추가합니다. 방문 축일에는 12악장으로 연주하다가 성탄절에는 네 악장이 추가된 16악장짜리 곡으로 연주하게 한 것이죠. 그리고 10년 후에 다시 트럼펫 파트의 원활한 연주를 위해 조성을 라(D)장조로 수정하는데, 이 판본이 오늘날 보편적으로 연주되는 바흐의 <마니피캇, 바흐작품번호(BWV.) 243>입니다. 바흐 음악의 경건함과 아름다움이 고루 담겨 있습니다. ‘마리아의 노래(마니피캇)’는 주님 앞에서 자신을 한없이 낮추며 순명하는 마리아의 모습, 약하고 소외된 이들을 구원하시는 주님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마음, 시선과 손길이 어디를 향해야 할지 일러주는 것 같습니다. [2022년 12월 11일(가해)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서울주보 6면, 임주빈 모니카(KBS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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