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의 참맛] 《모두 기뻐하여라》(Let Us All Rejoice) - 오레곤 가톨릭 출판사 작년 5월 22일 부활 제6주일 주보를 통해 소개해드린 찬양사도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스티브 앤그리사노인데요, 앤그리사노는 또 다른 미국의 중견 찬양사도 커티스 스테판, 사라 하트와 함께 전례 성가책 하나를 출간하였습니다. 오레곤 가톨릭 출판사 OCP에서 나온 《모두 기뻐하여라》가 그것입니다. 이 성가책에는 대림 제1주일부터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 1년간 불릴 208개의 입당송과 영성체송이 담겨 있습니다. 이 전례성가들은 21세기 시대정신에 맞게 참신하고 친근한 음악으로 악보를 보지 않고도 쉽게 부를 수 있게 작곡되었습니다. 교황 첼레스티노 1세(422-432년 재위)는 신자들의 수가 증가하고 전례의 기본 형식이 갖춰지면서 다윗의 시편을 미사 전에 교송으로 부르게 하였습니다. 그렇게 생겨난 ‘입당송’은 이후 모든 주일 미사의 고유기도문에 포함되어, 미사의 시작을 알리며 주례 사제 Celebrant와 봉사자들이 제대를 향해 행렬할 때 부르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이후 1,5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모인 이들의 일치를 굳게 하며, 전례 시기와 축제의 신비로 교우들의 마음을 이끌고, 그들을 사제와 봉사자들의 행렬에 참여시키는 목적”(『로마미사경본 총지침』 47항)으로 그리스도교 역사와 함께한 유서 깊은 기도 노래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시편의 많은 구절이 작곡가들에게 다양한 선율을 선물 받아 성가로 탄생한 데 비해, 입당송이 그레고리오 성가 외 다른 성가로 만들어진 사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점은 《모두 기뻐하여라》의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로마미사경본에 수록된 모든 입당송과 영성체송을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성가로 만들어 담은 《모두 기뻐하여라》는 전례 음악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성가책은 출판 다음 해인 2021년 가톨릭 출판 연합 ACP이 주관한 “탁월한 출판물상” Excellence in Publishing Award에 당당히 1위에 선정되었습니다. 이 책의 작곡가들은 『로마미사경본 총지침』을 바탕으로 성가의 목적과 활용에 있어 매우 섬세하고 실용적으로 접근하였습니다. 교송 Antiphon은 선창자나 합창단같이 전문가들만 부를 수 있는 게 아니라, 공동체 모두가 함께 쉽게 부를 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더라도 누군가 한번 불러주었을 때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고, 입당 행렬 동안 여러 번 반복해서 불러도 쉽게 지루해지지 않으며, 무엇보다 전례 고유문이 한 글자라도 빠지거나 추가되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비슷한 음률을 가진 입당송들은 비슷한 선율 그룹으로 묶어 전례력 사이사이에 배치함으로써 그 선율이 다시 등장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다음 <성가의 참맛>부터는 ‘꼭지 속의 꼭지’ 특집으로 《모두 기뻐하여라》 시리즈를 시작할 텐데요, 그 주일의 입당송과 영성체송과 함께 여러 이야기를 만나보려 합니다. 새롭고 뜻깊은 최신 전례성가들로 여행을 떠나보시지 않겠어요? [2023년 8월 20일(가해) 연중 제20주일 의정부주보 4면, 까뮤(이새론 안토니오, 최슬기 마리아, 고윤서 마리스텔라, 이운형 마리아, 김구환 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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