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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음악여행45: 주님의 수난기, 바흐의 수난곡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5-04-17 조회수32 추천수0

[류재준 그레고리오의 음악여행] (45) 주님의 수난기, 바흐의 수난곡

 

 

성주간의 첫째 날인 오늘은 예수께서 십자가형을 앞두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은 ‘종려 주일(Palm Sunday)’이라고도 불린다. 나뭇가지를 들고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환영하는 것은 4세기부터 시작되었고 10세기 이후 모든 교회가 행하게 되었다.

 

종려나무 가지의 축복과 행렬을 거행하고, 주님 수난기를 통해 예수님이 죽음에 이르시기까지의 과정을 되새긴다. 종려나무가 열대 식물이니만큼 없는 지역에서는 다른 종류의 나뭇가지를 사용한다. 이때 나눈 가지는 집으로 가져가 십자가에 걸어놓았다가 다음해 재의 수요일에 태워 재를 만들어 사용한다.

 

네 복음서 모두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셨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레반트 지역(예루살렘이 있는 지역)에서는 전쟁의 상징인 말과 대조되게 나귀는 평화를 상징한다. 루카 복음서 19장 41절에서 주님이 예루살렘에 다가갈 때 도성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음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 사건을 라틴어로는 ‘Flevit super iillam(그녀를 보고 울었다)’이라 한다. 이는 예수님의 십자가형과 제2 성전의 파괴를 예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님의 수난기(Passion, 라틴어 Passio)는 모든 작곡가에게 자신들의 음악적 성과를 모두 쏟아부을 수 있는 텍스트다. 수난기를 기반으로 작곡된 작품을 ‘수난곡’이라고 부른다. 수많은 작곡가가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해 수난곡을 작곡했지만 역사에 남는 작품은 손에 꼽힌다.

 

아무래도 바흐의 수난곡을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 바흐는 다섯 개의 수난곡을 썼는데 지금까지 두 곡이 전해지고 있다. 바로 ‘마태오 수난곡(Matthäuspassion)’과 ‘요한 수난곡(Johannespassion)’이다. 이 중 ‘마태오 수난곡’은 바흐의 대부분 작품이 그렇듯 멘델스존에 의해 100년 후 다시 생명을 얻었다. 1729년 초연된 작품을 1829년에 다시 연주한 것이다. 전곡은 78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난의 예언에서 주님이 체포되기까지의 과정을 1부, 주님의 죽으심과 묻히심까지의 과정을 2부로 하고 있다.

 

바흐 음악이 어렵고 복잡하다는 후대의 평가를 받지만 이 수난곡은 뛰어난 표현력과 장대함·섬세함·부드러움·강렬함 등을 고루 갖춘 음악의 보물창고 같은 작품이다. 또 영문 제목을 보면 금방 눈치채겠지만 마르틴 루터에 의해 독일어로 번역한 성경에 텍스트를 붙였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사실상 특정 계층만이 이해하던 라틴어를 대신해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한 셈이다. 모차르트도 당시 이탈리어로만 쓰이던 오페라 대본을 독일어로 기록했다는 점에서 바흐의 시도가 후대 작곡가들에게 미친 영향을 알 수 있다.

 

바흐의 ‘마태오 수난곡’

https://youtu.be/Ou_m8YvMywo?si=6RZ8AzxRXoV-k4ol

 

바흐의 ‘요한 수난곡’ 역시 장대한 규모와 뛰어난 표현성으로 주목받았다. 이 두 작품은 음악의 최고봉이자 길잡이로서 오늘날까지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바흐의 ‘요한 수난곡’

https://youtu.be/Vz5h3jHHz6g?si=uHThnN__vPqDjZ0m

 

[가톨릭평화신문, 2025년 4월 13일, 류재준 그레고리오(작곡가,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앙상블오푸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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