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 게시판

제목 성가발표회 소감
작성자권오규 쪽지 캡슐 작성일1999-12-14 조회수2,224 추천수16 반대(0) 신고

 

+ 주님의 평화

 

 

성가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주 금요일에 김종헌 신부님의 "전례음악강습회"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그 자리에 참석한 성가가족 여러분들이 풍성한 은총 함께 나눈 것을 보고 저희도 함께 기뻐하고 있습니다. 비록 저희 목5동 성가정성가대 단원들은 성가발표회와 일정이 겹쳐서 그 강습회에 한 분도 참석을 하지는 못하였지만 기도 중에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전례음악강습회에서 은총을 받고 있는 시간에 저희들도 성가발표회를 통하여 많은 은총을 받았습니다. 이 게시판을 통해 그 은총을 함께 나누고자 글을 올립니다.

 

목5동 성가정성가대 올림.

 


 

성가발표회를 마치고 : 놀라운 응답의 체험

 

 

저희 목5동 성가정성가대는 지난 12월 10일(금) 저녁 8시부터 9시30분까지 성가발표회를 가졌었습니다. 저희 성가대가 본당이나 지구 차원에서의 여러 행사에 참여하여 성음악을 봉헌하거나 발표한 적은 있지만, 성가대 단독의 정기발표회는 이번이 처음인 셈입니다. 저희는 이 성가발표회를 준비하고 치르는 과정에서 실로 많은 은총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주님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은총과 깨달음을 함께 나누고자 이 글을 준비하여 올립니다. 특히, 아직 성가발표회를 갖지 않은 성가대에는 저희들의 체험이 많은 용기와 격려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1. 준비과정

 

지난 9월말 경에 주임신부님께서 성가발표회를 가지라는 권유를 하였을 때 저희들은 엄두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형제단원이 너무 적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형제단원이라고는 테너가 4명, 베이스가 5명뿐이었고 그나마 꾸준히 나올 수 있는 사람은 반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소프라노 29명, 앨토 18명에 비하면 그 수가 너무나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내년에 단원확보가 좀 더 되면 하겠다고 말씀드렸지만, 주임신부님께서는 오히려 그럴수록 더 해야한다고 올해 안에 성가발표회를 열기로 단호하게 결정하셨습니다.

 

성가발표회 개최가 결정되고 일정이 잡히자 저희들은 일단 준비를 시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발표회까지 남은 기간은 두 달이었습니다. 먼저 성가대 임원회의를 열고 발표회 준비를 위해 역할 분담을 하였는데 참고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휘자, 반주자 : 선곡 및 연습일정 계획

 단장 : 본당 협력요청 및 예산 편성

 부단장 및 자매임원 : 홍보물 우송 및 관련단체 홍보

 남총무 : 준비과정 기획 및 총괄

 테너파트장 : 홍보물 준비(포스터, 초대장, 안내문 따위)

 베이스파트장 :  현수막 준비

 

본당에서는 주임신부님의 배려로 본당과 관련단체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적극적인 협조를 받을 수 있는 본당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고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희들이 지원 받은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본당지원 : 발표회 관련예산 일체를 별도 지원

 구역분과 : 구역 및 반 조직을 통한 본당내 홍보, 발표회 후의 다과회 지원

 전례분과 : 발표회 사회 진행 지원

 청년연합회 : 무대설치, 조명, 음향 및 녹화작업 일체 지원

 청년성가대 : 찬조출연 및 바이올린 반주 지원

 

그리고 성가발표회를 위한 성가연습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한 달 동안에는 일주일에 두 번씩(목요일 저녁, 주일 미사후) 합동연습을 하였고, 자매단원들은 평일 낮에 파트 연습을 한 번씩 더했습니다. 두 번째 달부터는 일주일에 세 번씩(월요일과 목요일 저녁, 주일 미사후) 합동연습을 하였고, 가설무대에서의 예행연습은 하루전과 당일 세시간 전에 두 번을 하였습니다.

 

 

2. 복음나누기

 

성가발표회 결정이 내려지고 일정이 잡히자 지휘자와 단장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형제단원의 절대수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었는데, 이를 뻔히 알고 있는 형제단원들도 큰 부담을 느꼈습니다. 실제로 선곡을 하고 연습에는 들어갔는데, 연습초기에 테너파트에는 한 사람만 출석하여 연습한 경우도 몇 번씩이나 있었습니다. 그 동안 형제단원 확보를 위해 주보나 본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홍보를 하고 신부님께 간청을 드려 신부님께서 직접 입단을 권유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을 했었지만 거의 효과가 없었습니다. 걱정이 한숨으로 바뀌고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끼고 있을 때 저희들은 굿뉴스 성가게시판에서 라우다떼 청년들의 복음묵상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복음나누기를 시작한 것이 바로 이때부터입니다. 저희가 매달릴 수 있는 것은 오직 주님밖에 없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된 것입니다. 저희들은 단원확보를 위해 인간적인 노력들만을 기울였지 가장 중요한 자세인 기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안 것입니다. 저희들은 복음나누기를 시작하면서 단원 수에 연연하지 말고 오로지 성가를 부르는 것 자체가 은총이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성가를 봉헌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기를 기도하였습니다.

 

여기서 사실대로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저희들이 준비한 복음나누기는 "성가정성가대 복음나누기"라는 제목으로 10월 13일부터 성가게시판에 오르기 시작했지만, 이 복음나누기를 단원들 모두가 함께 시작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성가대 월례회의에서 복음나누기를 실시하기로 결정은 하였지만, 그보다 먼저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자녀를 둔 단원들을 위해 묵주기도를 바치기로 했기 때문에 복음나누기는 원하는 단원들만 개별적으로 참여하기로 하고 모두 함께 하는 것은 수능시험이 끝난 이후로 미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이 복음나누기는 뜻을 같이 하는 형제단원 몇 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 명으로 시작한 복음나누기를 실행한지 두 주만에 응답이 나타났습니다. 테너에 두 명, 베이스에 한 명의 형제들이 추가로 생겨난 것입니다. 그래도 절대수는 부족했지만 새 단원들의 입단으로 우리 형제단원들은 큰 용기를 얻고 더 열심히 마음을 모아 성가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성가연습 일정이 아주 빡빡하였지만 오히려 기쁘고 감사할 일이었습니다.

 

 

3. 발표회 당일

 

우리는 성가발표회 안내문을 500장 인쇄하였고, 그 가운데 50여장은 단원들에게 미리 나누어주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 안내문이 다 나갈 만큼 교중들이 오시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제대 뒤의 대기실에서 우리는 진행자의 시작 멘트와 함께 울려나오는 큰 박수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대 앞에 마련된 계단형 가설무대에 올라섰을 때 우리의 예상은 빗나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가 준비한 안내문이 모자랄 정도로 많이 오셨던 것입니다.

 

어떻게 성가를 불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분명한 것은 예행연습 때만큼 잘 부르지는 못했고 성가를 부르는 중에 여러 군데를 틀리게 불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솔로 한 사람은 감기에 걸려서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바친 성가에 대한 교중들의 반응은 놀랄 정도로 뜨거웠습니다. 이 또한 우리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것이 우리의 예상을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것이 무슨 조화입니까......?

 

주님께서 채워주신 것입니다. 저희들은 너무나도 부족했지만 그분께서 넘치도록 채워주신 것입니다. 저희가 부른 기도를 받아주시고 성가를 듣는 분들의 마음도 함께 움직이시어 함께 기도하도록 이끄신 것입니다. 비록 저희들의 음성은 탁하고 음정도 떨어지고 저희들의 음악적 기량은 부족하였지만, 성가를 부르면서 저절로 우리들의 자세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진지해지고 우리들의 마음은 하나로 모아져 주님을 찬양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저희를 보고 교중들도 함께 기도하며 마음속으로 찬미의 노래를 함께 불렀던 것입니다.

 

 

4. 놀라운 응답

 

저희들의 정성이나 기도가 여러모로 부족하였는데도, 주님께서 베푸시는 은총은 너무나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성가발표회 당일도 그랬지만 발표회가 끝난 다음에도 그 은총은 이어졌습니다. 성가발표회 이후에 구역장단이나 단원들을 통해 몇몇 형제들이 입단의사를 밝혀온 것입니다. 우리들이 백방으로 노력해도 안 되었던 일들이, 우리의 간절한 소망이 이 성가발표회를 통해서 한 번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랍고 감사한 것은 꼭 나와주기를 고대하고 있었던 한 형제가 스스로 우리를 찾아온 것입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 때문에 성가대활동을 중단하고 있던 이 형제가 성가발표회에서 우리가 바치는 찬미의 기도를 듣고 드디어 마음을 연 것입니다. 그분께서 저희들을 도구로 쓰시어 이 형제에게 용기를 넣어주시고 마음의 문을 열어주신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인간적으로 그렇게 노력해도 안되었던 일이 그분의 은총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저희들이 바치는 기도에 그분께서 응답해주셨던 것입니다.

 

 

5. 맺음말

 

주님께서는 인간적인 판단으로 생각한다면 도저히 해낼 수 없었던 성가발표회를 마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고, 저희들에게 필요한 용기와 겸손을 주시고, 또 저희들에게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셨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주님께서 성가발표회를 통해 마련해주신 은총의 시간 속에서 저희들은 단지 공동체의 기도를 대표로 바친 도구였습니다. 저희들에게 이토록 크신 은총을 베푸신 주님께 찬미와 감사와 흠숭을 드릴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섭리 속에서 저희들을 도와주신 본당신부님과 수녀님, 본당의 관련단체와 공동체의 형제자매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도로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성가발표회를 끝내고 저희는 이제 성탄성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성가발표회를 치르느라 감기에 걸리거나 몸살이 나거나 목이 쉰 단원들이 상당수 있지만 우리의 마음은 아주 넉넉해졌습니다. 마치 "키 큰 나무숲을 걸으니 내 키가 커졌다. 깊은 강물을 건너니 내 혼이 깊어졌다." 는 느낌 그대로입니다. 너무나 부족한 저희들을 도구로 쓰셔서 이루어주신 크신 은총에 감사할 뿐입니다.

 

이제 더 기쁜 마음으로 성탄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다시 오심을,

아니 그분께서 이미 오셔서 우리와 함께 계심을

이 기쁜 소식을

듣는 이들의 마음이 울리고 혼이 울릴 정도로

우렁차게 울려 퍼지게 하겠습니다.

 

하늘 높은 데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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