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알레그리 [미세레레] 이야기와 가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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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봉섭 | 작성일2000-09-26 | 조회수1,993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Gregorio Allegri(1582-1652) 작곡의 [Miserere Mei Deus]를 좋아하시는 분이 많으실 것입니다. 자세한 얘기를 쓸 시간을 내긴 어렵지만, 다행히 이전에 써서 라우다떼성가단 홈페이지에 올린 글들이 좀 있어서 적당히 엮어 올립니다. 한글 가사는 써 두었고, 라틴어 가사는 불가타 성서의 text file이 있어서 거기서 그대로 옮기겠습니다. 아래 분의 말씀대로 라틴어 가사와 뜻을 함께 보며 기도하는 것, 정말 좋을 것입니다.
* 잠시 지나가는 이야기 : 몇 달 전에 수많은 일반인들이 이 곡을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드라마 <허준>의 최고의 클라이맥스라 할 두 장면에서 바로 이 곡이 배경음악으로 나왔습니다. 유의태가 자신의 몸을 내 주어서 허준이 그 뜻을 따르는 장면, 그리고 손목이 잘릴 위기에서 그 일을 이야기하는 ("소인, 반위를 보았습니다!") 장면에서였지요. 가장 대중적인 드라마였고 음악도 주로 대중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었지만, 그 안에서도 가장 감동적이고 숭고한 부분에서는 이런 지고의 음악이 필요했나 봅니다.
Miserere... 고등학교 때 이래 이 곡을 들어 오면서, 죽기 전에 이 곡 한번 불러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깊이 좋아했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저희 wife도 그랬다고 합니다. 그걸 처음 부르면서는 꿈만 같았지요. 물론 부르기는 참 힘들지만 바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성가입니다. 그 가사, 시편 51(라틴어 성서에서는 50)장도 죄많은 저로서는 절절하게 와 닿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죄를 범한 인간 마음의 심연에까지 내려가서 통회하면서 그 용서를 구하고 하느님과의 진정한 화해와 일치를 간절히 원하는 기도... 지금껏 주님의 일인 성가대를 오래 해 왔으면서도 동료들에게 인간적으로 잘못하거나 상처준 적도 많고 또한 하느님 앞에서 부끄럼을 벗을 수 없는 저를 돌아볼 때마다 더욱 간절해집니다. 이 기도를 통해 저의 모자람과 저와 함께하는 이들의 모자람에 자비를 청하며 제가 상처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선 이렇게 보잘 것 없는 이들의 찬미도 기꺼이 받아 주신다고 합니다. 이 시편 중에 나오는 "주님, 제 입시울을 열어 주소서. 제 입이 당신의 찬미 전하오리니"라는 기도는 제가 성서 전체에서도 손꼽을 만큼 좋아하는 말입니다. 제가 성가 가족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이 곡은 르네상스기의 대표적인 다성음악의 하나로, 시편의 대표적인 탄원시인 51장(라틴어 성서의 50장)을 가사로 하고 있습니다. 이 시편은 또한 연도에서 사용되는 시편으로 일반 신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다윗의 시라고 적혀 있지만, 또한 많은 성서학자들은 실제 저자가 다윗이라고 믿기는 어렵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그 여부와 상관없이, 이 시편은 흔들리지 않는 진지함으로 인간 죄의 심연을 파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죄의 용서와 하느님과의 진정한 화해와 일치에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전례에서는 성삼일(성 목요일 - 성 토요일)의 아침 찬미가로, 또 죽은 이를 위한 성무일도에 사용되고 있으며, 따라서 이 곡은 전례를 위한 음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종헌신부님 글에서) 전체 곡은 다섯 단락으로 되어 있으며, 각 단락은 전체의 맨 마지막을 제외하고는 같은 음악에 다른 가사가 붙어 있습니다. 하나의 단락은 5성부 합창 - 단성부 시편창 - 4성부 솔로 그룹 - 단성부 시편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솔로 그룹과 합창은 맨 마지막 부분에서 이윽고 결합하여 9성으로 함께 기도하게 됩니다. 악보는 몇 가지 판본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가장 널리 연주되는 판본에서는 (특히 탈리스 스콜라스의 연주가 유명하지요) 독창 소프라노의 높은 C음을 요구하는데, 성삼일 밤의 분위기와 어울릴 때 사람들에게 더욱 큰 호소력을 가질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성가에는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한때 이 곡은 교황 전용 경당인 시스티나 성당에서만 연주할 수 있었고, 악보를 밖으로 유출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된 바 있었는데, 연주 여행을 다니던 꼬마 모차르트(W. A. Mozart, 1756-1791)가 이 곡을 한번 듣고는 외워서 적어 냄으로써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가사> 라틴어 가사는 제가 가지고 있는 불가타 성서의 text file에서 그대로 옮겼습니다. 장절구분 역시 불가타 성서(라틴어 성서)의 구분이며, 공동번역성서에서 쓰는 히브리본의 구분과 다릅니다. 우리말 가사는 현행 가톨릭기도서에서 옮겼는데, 이것은 최민순 신부님의 번역을 현대용어로 약간 바꾼 것입니다. 참고로 최민순 신부님의 <시편과 아가>는 아름답고 ’노래’답게 번역된 것으로, 공동번역성서 등이 나온 지금에도 미사의 화답송, 성무일도 등에서 그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50:3 miserere mei Deus secundum magnam misericordiam tuam et secundum multitudinem miserationum tuarum dele iniquitatem meam 하느님, 자비하시니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애련함이 크오시니 저의 죄를 없이하소서.
50:4 amplius lava me ab iniquitate mea et a peccato meo munda me 제 잘못을 말끔히 씻어 주시고 제 허물을 깨끗이 없애 주소서.
50:5 quoniam iniquitatem meam ego cognosco et peccatum meum contra me est semper 저는 저의 죄를 알고 있사오며 저의 죄 항상 제 앞에 있삽나이다.
50:6 tibi soli peccavi et malum coram te feci ut iustificeris in sermonibus tuis et vincas cum iudicaris 당신께, 오로지 당신께 죄를 얻었삽고 당신의 눈앞에서 죄를 지었사오니 판결하심 공정하고 심판에 휘지 않으심이 드러나리이다.
50:7 ecce enim in iniquitatibus conceptus sum et in peccatis concepit me mater mea 보소서, 저는 죄 중에 생겨났고 제 어미가 죄 중에 저를 배었나이다.
50:8 ecce enim veritatem dilexisti incerta et occulta sapientiae tuae manifestasti mihi 당신은 마음의 진실을 반기시니 가슴 깊이 슬기를 제게 가르치시나이다.
50:9 asparges me hysopo et mundabor lavabis me et super nivem dealbabor 히솝의 채로 제게 뿌려 주소서. 저는 곧 깨끗하여지리이다. 저를 씻어 주소서. 눈에서 더 희어지리이다.
50:10 auditui meo dabis gaudium et laetitiam exultabunt ossa humiliata 기쁨과 즐거움을 돌려주시어, 바수어진 뼈들이 춤추게 하소서.
50:11 averte faciem tuam a peccatis meis et omnes iniquitates meas dele 저의 죄에서 당신 얼굴 돌이키시고 저의 모든 허물을 없애 주소서.
50:12 cor mundum crea in me Deus et spiritum rectum innova in visceribus meis 하느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제 안에 굳센 정신을 새로 하소서.
50:13 ne proicias me a facie tua et spiritum sanctum tuum ne auferas a me 당신의 면전에서 저를 내치지 마옵시고 당신의 거룩한 얼을 거두지 마옵소서.
50:14 redde mihi laetitiam salutaris tui et spiritu principali confirma me 당신 구원, 그 기쁨을 제게 도로 주시고 정성된 마음을 도로 굳혀 주소서.
50:15 docebo iniquos vias tuas et impii ad te convertentur 악인들에게 당신의 길을 가르치오리니 죄인들이 당신께 돌아오리이다.
50:16 libera me de sanguinibus Deus Deus salutis meae exultabit lingua mea iustitiam tuam 하느님, 저를 구하시는 하느님, 피 흘린 죄벌에서 저를 구하소서. 제 혀가 당신 정의를 높이 일컬으오리다.
50:17 Domine labia mea aperies et os meum adnuntiabit laudem tuam 주님, 제 입시울을 열어 주소서. 제 입이 당신의 찬미 전하오리니
50:18 quoniam si voluisses sacrificium dedissem utique holocaustis non delectaberis 제사는 당신께서 즐기지 않으시고 번제를 드리어도 받지 아니하시리이다.
50:19 sacrificium Deo spiritus contribulatus cor contritum et humiliatum Deus non spernet 하느님, 저의 제사는 통회의 정신. 하느님께서는 부서지고 낮추인 마음을 낮추 아니 보시나이다.
50:20 benigne fac Domine in bona voluntate tua Sion et aedificentur muri Hierusalem 주님, 인자로이 시온을 돌보시고 예루살렘의 성을 다시 쌓아 주소서.
50:21 tunc acceptabis sacrificium iustitiae oblationes et holocausta tunc inponent super altare tuum vitulos 법다운 제사와 제물과 번제를 그 때에 받으시리니 그 때에는 사람들이 송아지들을 당신 제단 위에 바치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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