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미사참례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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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정 | 작성일2000-10-01 | 조회수1,162 | 추천수8 | 반대(0) 신고 |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본원 미사참례기
성가 가족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선교의 수호자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대축일입니다. 통상 소 데레사 축일이라고도 합니다. 성녀 한 사람을 기념하는 대축일을 주일에 지내는 것은 이례적이며 그 만큼 15세에 수녀원에 들어가 24세에 선종한 젊은 수녀님의 공덕이 뛰어나다는 뜻이겠지요.(제 아내의 영명 축일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또한 군인주일입니다. 날로 잊혀져 가는 국민들의 안보 관념과 평화 무드에 취하여 군인들마져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되는 요즘, 개신교는 물론 불교보다 엄청 열세한 군 선교에 수고하시는 군종신부님들을 위하여 물심 양면으로 지원해야할 주일이기도 합니다. 병사들 영세 실적은 초코파이와 콜라 수에 비례합니다.
오늘은 서울 명동에 있는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서울관구)에 가서 미사 참례했습니다. 명동 대성당 뒷쪽에 있어서 모르는 사람도 많을것 입니다.
이 수녀회는 매우 큰 규모의 수녀회로서 대구관구와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1888년 7월에 한국에 진출했습니다. 기록을 보면 바로 고아원을 운영하며 오르간(풍금)으로 창가를 가르쳤다고 하니 우리나라 서양음악의 선구자로 주춧돌 역할을 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녀원 성가대는 이미 1913년 당시 신학생들과 혼성 4부 합창을 큰 전례 때에 한 사실로 미루어 한국 최초의 혼성합창단(명동 성당 가톨릭 합창단)보다 약 30년 앞서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 수녀원은 전례성가 수준이 전통적으로 매우 높다고 하겠습니다.
이 수녀회는 여러 본당에 수녀님들을 파견하여 선교와 사목을 지원하는 본원이지요. 지난 주 왜관 베네딕도 수도원과 달리 봉쇄 수녀원 개념이 강해서 출입이 어렵습니다. 미사 참례도 사전에 예약(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주일 미사는 이른 아침 6시 50분에 시작되었고 저는 6시 25분에 갔는데 수위 아저씨가 예약이 되어 있는가 확인을 하고 들여 보냅니다. 성당에 들어가니 이미 약 100 여명의 수녀님들이 성무일도(찬마가)를 공동으로 바치고 있었는데 너무나 조용한 가운데 엄숙하고 거룩한 분위기여서 숨도 크게 쉬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오래동안 미사 때 거룩하시도다(쌍 뚜스)를 노래해 왔지만 이 수녀원의 분위기는 정말로 .... 거룩함 그 자체였습니다.
지난 주 왜관 수도원은 그래도 약 200 여명의 일반 신자와 함께 미사를 봉헌하여 별 생각이 없었으나 오늘은 남자라곤 저 하나 이니 얼마나 쫄았겠습니까? 후회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이거 나같은 세속에서 죄 지으며 사는 사람이 오기엔 너무나 거룩한 곳이 아닐까?" 하고...말입니다. 이러한 수도원, 수녀원이 있으므로 찬류 세상[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도 영성이 발전하고 전파되는 것이 가톨릭의 큰 장점이라고 봅니다. . 미사때도 그렇지만 찬미가도 어찌나 작은 소리로 낭송하거나 노래하는지 절제의 극치라고 표현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도 천정이 높고 사방 벽이 화강암이며 바닥이 대리석이라 울림이 좋아서 잘 들립니다. [성당 내부는 일반 성당과 달리 2인용 좌석(좀 특별하여 장궤틀이 다 있고 수납장이 있어서 성가집, 성무일도 등을 넣어 둠)이 약 100 여개 있고 앞 쪽에는 수련자, 지원자 수녀님들이 앉아 성가대 역할을 합니다. 중간 쯤부터 종신 허원을 한 수녀님들이 앉고 맨 뒤, 그러니까 2층 성가대석 밑에는 원로(은퇴) 수녀님들이 자리하고 계십니다.]
전례는 2층 성가대석에서 전자 오르간을 연주하고 아래층에서는 지휘자나 해설자 없이 조용한 가운데 물 흐르듯 이루어 집니다.
이제부터 성당 좌석 오른쪽 맨 뒤에 아내와 앉아 미사에 참례한 모습을 전합니다. --------------------------------------------------------------------------- 수녀원은 침묵이 참 많고 길다. 그래도 지루하지가 않다.
성무일도 후에 사제 입당이 있고 성가는 가톨릭 성가 292장 성녀 소화 데레사 이다. 대부분의 본당도 그러 했으리라... 주례사제를 보니 놀랍게도 서울 대교구 성음악 감독이며 명동대성당 주임이신 백남용신부님이다. 복사도 없이 입당하시고 제대에 서니 성가 1절이 끝났다.
미사곡은 찬미의 기도(수녀원 고유의 성가집, 약 675곡 수록)에 있는 J. V. Schiffer의 곡이다.[미사곡 번호 13] Kyrie 부터 Gloria로 이어 지는 데 어렵지는 않은 2성부 곡이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앞에 위치한 수련 수녀님 수 십명이 합창하는데 포르테는 없고 커봐야 메조 포르테에서 피아노...정도이나 청아한 목소리에 지휘도 없이 잘- 부른다. 주례사제의 선창(글로리아 인엑스첼시스 테오!)는 매우 윤기있고 정확하고 잘 부른다. 다른 수녀님들은 표 안나게 따라부른다. 모든 전례기도문은 노래로 하고 쁘레파시오도 노래로 주고 받았다. 화답송은 시편 123장을 후렴과 독송부분을 나누어 노래하는데 후렴은 3성부이다. 즉 여성 2성부에 테너음을 두 세명이 높은 음을 내어 화음을 이룬다. 알렐루야는 성가집 366장인데 다함께 하고 독송 부분은 성가대가 제창... 봉헌성가도 찬미의 기도에 있는 곡, 들어주소서를 노래하고 이어서 Sanctus와 Benedictus가 곱-게 이어진다.
평화의 인사와 Agnus Dei 이후의 성체성가는 성가대가 영성체 하므로 침묵 속에 행렬이 이루어 진다. 오늘은 양형성체를 했다.. 성가대가 영성체 후에 성가 오! 예수 그리스도, J. Berchem곡을 노래한다. 오 보네 예수 비슷한 노래이다. 여성 2부이므로 깊은 합창의 맛은 좀 부족하다.
퇴장성가는 가톨릭성가 271장 로사리오 기도 드릴 때를 2절까지 불렀다. 나는 평소 성량의 반의 반으로 줄여 정성껏 불렀다. 행여 내 목소리가 분심이 들지 않도록....
오늘 미사는 내게는 참으로 은총 가득한 미사였다. 다른 수녀원의 종신 허원 미사에는 가 본적이 있으나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본원의 주일미사는 특별한 체험이었다.
일반 본당과 전례성가의 구조는 같지만 별도의 성가집과 병행하고 창법은 아주 작은 소리를 내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발성이었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 평일 아침 미사때 노래를 크게 부르면 수녀님들이 눈총을 준 이유를 이제 알것 같습니다)
수녀원 성당에서는 주일 미사라고 늘 라틴어 미사곡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며 오늘은 소화 데레사 대축일이기에 장엄미사를 거행한 것으로 이해 했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인것 같다.
로사리오 성월이 시작되었습니다. 기도 많이 하시고 은총 가득히 받으시기 빕니다. 성탄 준비 삼아 곡도 고르시고요....
서울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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