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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광주 임동(주교좌)성당 미사참례기(수정)
작성자김건정 쪽지 캡슐 작성일2000-10-22 조회수923 추천수9 반대(0) 신고

(스물 여덟 번 째 전례성가 순례기)

 

성가 가족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이번에는 멀리 광주에 날아가 10월 22일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전교주일)에 참례했습니다. 갈 때는 잘 갔는데 올 때는 비행기가 조종사들의 파업으로 결항되어 골탕을 좀 먹었습니다.

월요일 일찍 출근해야 하므로 바로 상경해야 하는데 하늘길이 막히니 어찌합니까?  광주역으로 택시를 타고가서 열차표를 알아보니 매진! 입니다. 그래서 고속뻐스편으로 간신히 올라 왔습니다. 발을 동동 구른 신혼부부나 외국인 보다는 다행이지만요.

 

[조종사들도 다 그럴만한 애로가 있어서 파업을 하겠지만 뉴스를 들으니 중견 조종사의

연봉이 8천만원 정도라는데....아마 사십대 기술자들의 다른 직종 연봉이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사람이 많을 것 입니다.  의사나 약사, 조종사 등 고급 직종의 엘리트들이 무죄한

환자나 국민, 외국인을 볼모로 권익만을 챙기기 위해 투쟁한다면 사회 정의에 어긋난다고 봅니다. 정부도 질질 끌려 가지만 말고 미국처럼 강력한 정의력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을 폈으면...합니다. 미국은 몇 년전 항공 관제사들이 파업했을 때 전원 해고하고 재취업도 못하게 제도적으로 막고 버릇을 고쳐서 지금은 잘- 되고 있답니다. 이런게 진정 개혁이 아닐까요?]

 

이번 저의 광주행은 남다른 감회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14년 전, 목포에 근무할 때 산정동

성당 지휘자를 맡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지금과 다른 세상이어서 지휘관인 고급 장교가 광주사태 연루자인 반정부 신부가 사목하는 성당에 나가서 성가대 지휘한다는 것이 모험에 가까운 행동이었지만 성가대원들의 간청을 마다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옥고를 치르고 나오신 그 김신부님은 강론 때 자주 군사정권을 규탄하시면서도 2층에 서있는 저와 눈이 마주치면 톤을 낮춰서 " 내가 규탄하는 것은 정치군인을 말하는 것이지, 본연의 임무를 맡고 있는 대다수의 군인들이 아니다..." 라고 하시곤 했습니다. 가끔 구탕[영양탕]을 사 주시며 격려도 해 주셨는데 그 반면에 군 생활에 애로가 많았습니다. 그 이유를 아시지요 ? ......사실 저는 군인 이미지를 좋게하는데 기여한 셈이므로 표창깜이었는데.... 이제 민간인이 되어 광주대교구 주교좌 성당에 가게 되니 어찌 감회가 없겠습니까?    

 

오늘도 사설이 길어졌습니다. 매사가 생각 나름인데 원래 밥(주식) 보다 반찬이 맛있잖아요? 본론에 들어 가겠습니다.

 

아침 일찍 광주대교구 임동성당을 찾아갔다. 광주대교구는 우리나라에서 막강한 교구이다.

유일하게 대주교님이 두 분이나 계시고 바다 건너 제주교구도 관구 개념으로 포용하고 있다. 그런 대교구이니 주교좌 임동성당은 긍지를 가져도 좋을 듯 하다.

 

임동성당은 멀리서 보면 무슨 체육관 같다. 뽀죽탑이나 십자가가 없어서 눈에 잘 안 뜨이는데 다행히 큰 예수성심상이 보여서 성당임을 알게한다. 대문에 들어서니 뜰이 널찍-해서 좋다. 확 트였다.  성전에 들어가 보니 백색 콘크리트 건축으로 좀 차거운 느낌이 든다.

천정은 4층 건물 높이라서 약 20미터쯤 되고 좌석은 약 850석으로 많다. 2층 성가대석도

약 90석으로 충분하다.  아침 아홉시에 중 고등부 학생 미사가 있으므로 먼저 참례하기로

했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왔는데 본전 생각도 나고 모처럼 학생 미사의 전례를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서 였다. 학생미사에서 약간 충격을 받았으므로 요약해서 정리하기로 한다.

 

1. 학생 미사 참례기

 

 - 학생 미사에 학생이 없다.

   얼마 전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라는 책 제목이 생각났다.

   미사 시작할 때 보니 그 큰 성당에 어른 신자가 약 백여명이 드문 드문 있고 정작 주인공인  학생들은 약 스무명... 강론 때가 되어 몇 명 추가되어 약 삼십명.... 주일미사인데....

   주례(보좌)신부님 말씀마따나 아무리 요새 중간고사 기간이고 수학여행 씨즌이라고 해도  그렇지 어느 가정인들 학생이 없으랴...약 8백명 되는 학생 신자중 학생 미사에 삼십명이라..  [ 지난주 일산 백석동 성당이 부럽다].

   이런 상황이니 전례성가 수준이  어떻겠는가?  성가대는  없고 해설을 맡은 두 남녀 고교생이 성가대 역할과 선창자 소임을 힘겹게 하고 있다. 그것도 자신 없는 작은 목소리이다.  

 

   입당성가는 가톨릭성가집 39장 하나되게 하소서 인데 미약한 제창 1절로 끝이다. 미사곡??  노래는 없었다.  전부 낭송인데 그나마 교송이 잘 안되니 어쩌나?  다 함께 대영광송을 내리  읽었다.

   그래도 설마 복음 환호송인 알렐루야는 노래로 하겠지..하고 기대했는데 알렐루야도 해설 하는 여학생이 조용히 읽고 마쳤다.  왜 이렇게 할까? 하는 안타까움과 내 얼굴이 화끈 거리는 듯 하다.( 빠뜨리시오야, 진정해라...네가 안타까와할 일이 아니다..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교회 전례음악까지는 모르더라도 알렐루야의 의미를 알면 이렇게 안 할 텐데....안스럽다.

 

-창미사 아닌 평미사

 학생들은, 신자 입장에서 강론을 듣고 복음을 들으며 환호도 하고 성가도 부르며 참여의식이 생기고 일치를 느낄텐데....기뻐 환호하는  노래가다.... 좀 문제가 아닐까? 학생들이 모처럼 주일미사에 와서 참례해 보니 대중성가도, 미사곡도 없고 장엄하지도 감동도 없다고 한다면 또 나오려 하겠는가? 주일미사임에도 평미사같은 전례 분위기에서 아이들이 신앙의 신비를 체험하기 어렵지 않을까? 봉헌성가와 성체성가는 번호가 게시되었는데 가톨릭성가집도 청년 성가집도 아닌 교구의 별도 학생용 성가집인가 보다.

 

- 김 빠뜨리시오의 독창(?) 사연

 평일 미사같은 미사가 끝나며 퇴장성가는 성가집 76장 그리스도 왕국을 부르게 되었다.

  이 성가는 "겨자씨 자라나서 큰 나무되듯..." 하는 쉬운 성가이다. 나도 이 성가를 좋아하여  악보없이도

자신있게 부를 수 있는  정도의 곡이다.

 그런데 오르간 전주가 끝나도 신자들의 노래소리가 거의 안 들린다. 해설하는 여학생 혼자서......

 그래서 내가 볼룸을 좀 올려서 성가를 자신있게 불렀다. 2절 까지 부르는데 신자들이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학생미사에 웬 중년 신사가 성가를 열심히 부르니 신기한 모양이다. 결국 본의 아니게 독창은 아니지만 독창하듯 한 셈이다.

(이런 표현은 우리집 야당이 못 마땅해 한다. 아직도 겸손하지 못하고 교만해서 그렇다며...)

 

미사가 끝난 후 옆에 있던 어느 초로의 할머니 한 분이 평화 스럽고 환-한 미소를 지며

말을 걸어 온다

 

"으디서 오셨에유?"

"서울서 잠시 들리러 왔습니다"

"성가를 아주 재미있게 잘 부르시는구먼유"

"아, 예...성가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학생미사에 학생들이 별로 없네요?

 성가도 잘 안 부르고.."

"글씨 말에유, 이렇게 없지는 않은디...."(오늘따라 학생 수가 적었던 듯 하다)

 

2. 교중 미사 참례기

 

10시 10분 경에 2층 성가대에 올라가 보았다.

넓직한 성가대석에 너덧 명이 화답송(시편성가)을 연습하고 있다.

얘기를 들어 보니 남성은 한 명도 없다. 어머니 성가대는 아니지만 대축일 때만

몇 명 나온다고 한다. 임동성당이 얼마 전 분가하여 5천 여명의 신자중 약 1천 명이

빠져 나갔는데 성가대원은 절반가량 빠져나가서 타격이 크다고 한다.

그래서 한 사람의 목소리라도 내가 보태겠다고 하니 모두 기뻐한다.

내가 여러 성당을 다녔지만 성가대에서 미사 참례한 것은 처음이다.

10시 30분 미사 시작 때는 지휘자 포함 15명이 되었다.

 

내가 테너로 참여 하므로서 여성 2부 합창이 혼성 3부 합창이 되었다.  

신자들이 남자 목소리가 끼면 확실히 좋구나...느끼면 좋겠다는 소망이다.

 

10시 30분에 교중 미사 시작!!

입당성가는 성가집 39장으로 학생미사와 같다. 사제가 제대에 서니 1절로 끝 이다.

미사곡은 이문근 신부님의 325장 자비송부터 씨리즈이다.

악보는 1998년 판인데 여기에는 대영광송이 원래의 악보대로(즉 주님을 기리나이다..에서 주 딕션이 8분 음표이다. 계속 헷갈리게 생겼다) 되어 있어서 그렇게 모두 부른다.

 

화답송은 시편성가집(손상오 신부 곡)에서 골랐는데 오늘 전례문과는 안 맞는다.

독송 부분도 1절과 3절만 임의로 골라 하고 끝냈다. 아무튼 성가대만 불렀지만 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고맙다.

복음환호송으로 알렐루야는 특이 하다. 가톨릭 성가집에 있는곡이 아니고 위의 시편성가집 마지막 쪽에 손신부 곡이 여러곡 수록되어있는데 이 중 11번 곡을 골라 성가대만  합창하고 독송 부분은 소프라노가 독창했다. 잘 부른다.

[그런데 알렐루야는 공동체가 함께 하는 것이 원칙이다. 성가대만의 기쁨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곡을 자주 불러서 신자들이 따라할 수 있다면 괜찮다]

 

봉헌성가는 성가집 61장 주 예수 그리스도와 바꿀 수는 없네와 511장 미약하온 우리 제물

합창/제창.

 

거룩하시도다 이후에는 창미사를 하지 말라고 주례사제가 주문하고 미사가 진행되었다.

(오늘 전교주일이라 강론이 길어져서 미사시간이 급해졌기 때문인 듯한 느낌...)

 

따라서 신앙의 신비 응답이나 아-멘같은 환호와 주님의 기도는 낭송으로 대치되고 하느님의 어린양도 낭송으로....(성가 전례는 미사의 한 축인데..교중미사때 하느님  찬미노래낭송으로

대치하면 몇 분이나 단축될까?...혼자 생각했다...)

 

성체성가는 성가집 34장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를 부르고나서 170장 자애로운 예수

불렀다. 별 특색이 없는 대중성가이다.

퇴장성가는 성가집 450장 만방에 나아가서를 2절까지 부르고 미사가 끝났다.

후주는 없었다.

 

미사후 성가대석에서 매실차 한 잔과 케익 한 쪽씩 나누는 시간이 있어서 두 가지 당부를 했다.

 

성가대 까운이 있느냐? 대답은 있다 였다. 그러면 입으시오.   전례의 봉사자는 입는 것이 원칙입니다...했고  성가대에서 봉헌성가와 성체성가를 부를 때 앉아서 불렀다. [나는 혼자서 서서 불렀다]  같은 노래라도 성가대는 신자석에서 부를 때와 달리 하느님을 찬양하는 개념인데 앉아서 찬양하는 것은 안된다고 얘기해 주고 나왔다.

 

임동 성당은 대도시의 대교구 주교좌 성당이지만 젊은층 공동화가 가속화 되는 어려운 성당이다.

신자 평균 연령이 60세가 넘는다는 것이 우수개 소리가 아닌 듯하다.

그래도 주교좌성당이기 때문에 성가대를 육성해야만 한다.

본당 행사가 아니라도 교구 차원의 미사와 행사가 적지 않다.

 

주교좌 성가대는 그 교구의 거울이고 모범이 되어야 한다.

전례헌장에서도 주교좌 성당의 특별한 소임을 밝히고 있다(그레고리오 성가와 다성음악의 보존, 발전에 대하여...).

 

그리하여 주교좌 성당에서 지휘자와 반주자를 양성하여 교구내 다른 성당에 출가시키고...

하면 참 좋겠다.  

 

오늘 전체적인 소감은  전례성가 분위기와  성가대가 더 발전해야 할 것같다.[마음대로라면 이사를 가서라도 도와주고 싶다].

 

성가 가족 여러분, 느낌이 어떻습니까?

 

 

저의 전례성가 순례 여행도 이제 종착역에 다다르는 느낌이고요.....

 

서울에서 김 빠뜨리시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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