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 게시판

제목 서울 논현동성당 미사참례기
작성자김건정 쪽지 캡슐 작성일2000-11-12 조회수1,312 추천수9 반대(0) 신고

(서른 한 번째 전례 성가 순례기)

 

성가 가족 여러분 잘- 지내셨습니까?

 

1. 옛 말이 하나도 그른 것 없나 봅니다.

 

권력가의 하인 세도가 하늘을 찌르 듯 한다더니 권력기관의 위생원이

수 억원의 수입을 챙기는 것을 보고, 들으며 반 평생을 국가와 민족에게 봉사하고

만기 전역시 통보된 퇴직금 액수를 상기하니 선량한 국민으로서 분통이 터집니다. 에-라...이.. (신자가 욕하면 안됩니다).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퇴직금도 못 받는 사람들 생각하면....십자가 고상이 또 생각납니다.

 (예수님): 나 보다 더 억울하냐?

 (나)    : 아, 아닙니다 주님!  저는 행복합니다!

 

오늘은 연중 제 32주일입니다. 모처럼 10주 만에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성당을

순례했습니다. 지방에 사는 분들은 실감이 잘 안날것이지만요, 서울 사람들은

눈치가 참 빠릅니다. 논현동? 그 부자 동네,  부자 성당?.... (맞습니다).

강북 지역 같으면 달동네가 되었을 터 인데 늦게 개발된 지역이라 일류 기업체, 벤처

기업 및 부자촌이 형성된 동네입니다. 테헤란로(서울 벤처 벨리) 주변이지요.

 

성당에 가 보니 대지 약 800평에 건평 약 1천 6백평의 매우 큰 성당입니다.

콘크리트 4층 골조에 매끈한 적벽돌을 외장으로 썼고 언덕위에 위치하여 아름답게

보이지만 바로 코앞에 산더미 같은 아파트인지 상가 건물이 건축중이라 입 맛이

씁쓸합니다.

 

2. 이 성당은 1976년에 설립되고 지금 성전은 1988년에 축성되었지요. 신자 수는 약 6천 명으로 많지만 서울 강남 치고는 중간 쯤 될까...?

지하 2층 차고는 좁아서?  늦게가면  댈 엄두가 안나고 지하 1층에는 회합실이 많다.

교리공부하는 성인도 수 십 명이고 남성 모임도 있다. 활발하다고 느껴진다.

 

 이 성당의 저력은 내가 성가대 연습실을 보고 실감했다. 그랜드 피아노가

있고 사방 벽은 방음 보드로 마감되어 있다. 방도 커서 웬만한 학교 교실처럼 크다.

이런 좋은 환경을 나는 처음 보았다. 여기 성가대도  "살판 났네" 이다.

장장년성가대, 청장년 성가대와 청년성가대, 학생 성가대가 있다.

 

성전에 올라가 보니 천장이 8각형 구조로 과천 성당과 비슷한데 더 크고 아름답다.

좌석은 약 6백석인데 유아방과 2층 성가대 약 100석을 더하면 약 800석은 되겠다.

성가대에는 전자오르간과 피아노가 좌 우에 있고 나중에 파이프 오르간을 설치할 공간이

있을 것 같다.

무릅틀이 있는 좌석에는 가톨릭성가집(단선부)와 미사통상문이 악보와 함께 비치되어있다.

좋은 전례 성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다 갖춰진 환경이라고 보겠다.

 

10시 경 성가 소리가 들려서 본당에 들어가 보니 마침 학생 미사가 끝나는 중이다.

망설이다가 들어가 보았는데 안 들어가고,안 보는 것이 더 나을 뻔 했다.

(오늘 주제의 핵심이 아니므로 말미에 후술하기로 하고 넘어간다)

 

10시30분에 교중미사가 시작되었다. 성가 연습이나 성가 교육, 또는 공동 기도문

없이 바로 들어갔다. 성가 번호는 주보 말미에 금주, 내주 모두 게재되어 있다.

매 미사 마다 똑같은 성가를 누군가가 정해주고 그대로 하라는 뜻인데 좀...그렇다.

왜냐 하면 미사 마다 신자 연령층과 성가대 수준이 다르고 지휘자가 전례음악을 모르면 지도 신부나 지도 수녀가 곡을 정해 주기도

하지만 대 논현동은 그런 상황이 아닐텐데....

 

2층 성가대를 올려다 보니 약 30명의 장장년(장년 보다 더 씨니어급)의 혼성인데 남성이

8명 정도이고 성가대가  흰 까운을 입어서 거룩하게 보인다. 그런데..딱 .한 사람이 안 입었다. 누구게?

---> 남성 지휘자이다.

 

입당성가는 가톨릭성가집 433장"주님은 나의 목자"를 성가대 합창과 신자 제창!

이 곡은 오늘 영성체 송과 같은 주제이다.

시펀가사를 그대로 옮긴 곡인데 선율 첫 박이 못 갖춘 마디이다 보니  성가대와 신자가

잘 안 맞는다. 반주와 다른 3성부는 갖춘마디이고..... 2절까지 노래하고 끝났다.

결국 공동체가 제창하는 곡으로는 썩 좋은 곡이 아닌듯...하다는 얘기이다.

 

미사곡은 한국판 국민미사곡이랄 수 있는 이문근 신부 곡(자비송 325장 이후)이다.

성가대의 혼성 합창과 신자들의 교창이 잘 이뤄진다.

 

그런데 대영광송에 가니 또 신경이 곤두 세워진다. 그 잘 못 된 악보 영향으로...

(오늘이 대영광송 마지막 얘기입니다)

다섯 번 째 악절 (성가대) 주님을 기리나이다...에서 신자석에 있는 성가집에는

8.8.4 로 되어 있는데 성가대가 1997년 악보로 4.8.8로 부르니 그 다음 악절을 (교우부분)

신자들도 4.8.8로 부른다. 성가대가 부르는대로 따라 부르는 신자들에게 틀렸다고 말 할수

있겠습니까? 이 혼란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누가 책임 질지....갑.갑.합니다.

쿵! 쿵!( 제 가슴을 치는 소리입니다)

 

다음은 화답송이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한데 나는 본능적으로 귀가 쫑끗해 있다.

제 1독서를 마친 후 성가대에서 화답송 후렴을 합창한다.

 

오늘 가사는 "주님을 찬양하여라, 내 영혼아"로 짧은 후렴이다.

성가대에 이어서 전 공동체가 똑 같이 반복하여 노래한다.

후렴이 짧아서 잘 부르는 것이 아니고 쉽고 좋은 선율(성가집 392장 그레고리오 성가 악보로서 제2선법)에 가사를 붙인 것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제사 제대로 부르는 화답송을 여기서 듣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독송 부분을 남성 독창으로 1절부터 4절까지 부르는데 인상적이었다.

늘 기대하던 시편창법으로 듣는이 입장에서 가사 전달이 잘-되도록, 낭낭한

음성으로 잘 불렀기 때문이다. 이 남성단원은 지휘자로부터 잘 배운 것이 틀림없다고 본다.

후렴은 성가대와 공동체가 함께 불렀다. 그렇다. 구태어 어려운 후렴을 만들어 주보에 인쇄하지 않아도 그레고리오 선법을 활용하여 얼마든지 별도 연습없이 잘 부를 수 있는 것이다.

화답송에 관한한 논현동 성당(교중미사)는  가히 교과서적이고 모범 답안이라 할 수 있다!

 

복음환호송으로 알렐루야도 365장 ,매우 쉬운 알렐루야를 합창하고 남성 독창으로 잘

맺었다. 아주 아주 잘하고 있다. 해설자가 일어나라고 안 했지만 모두 알아서 일어났고...

신앙고백도 흔히 하는 짧은 사도신경이 아니고 긴 신경을 합송했다.

 

봉헌성가 전에 봉헌송을 성가대가 여기서 노래하는 것도 처음 들었다.

봉헌송은 필수적인 의무는 아니지만 두 봉헌자가 예물을 드릴 때 조용히 있는 것 보다

훨씬 좋다.

봉헌성가는 성가집 211장"주여 나의 몸과 맘"을 3절까지 합창/제창하고 끝났다.

다른 환호송들, 신앙의 신비 환호, 아멘 등 모두를 정석대로 노래로 부르고 성체성가로 넘어 간다. 다 좋은데 주님의 기도 후 "주님께.(.즉 389장)은 8부의 6박 겹박자인데 좀 느리지 않은가.....하는 느낌이었다.

성체성가로 성가집 180장"주님의 작은 그릇"과 170장 "자애로운 예수"를 부르고 성가대 특송이 있다. 내 목에서는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기대했던 대로 라틴어 다성음악이다.

알렉산더 귈망(guilmant)의 아베 베룸 이다. 생소한 프랑스 작곡자인데 좋게 들린다.

여성음이 나이티가 안나게 곱고 테너가 힘이 넘치고 베이스가 몇 명 안되는 것 같은데

저음을 잡아준다. 이런 특송은 주님께 성가대가 특별히 올리는 예물인데 잔치집에서

음식은 결국 사람들이 먹듯이 신자들이 듣고 성화되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퇴장성가는 59장 "주께선 나의 피난처"를 2절까지 합창/제창했다.

후주는 ....없었다.

 

[오늘 오르간 반주가 틀린곳은 없겠지만 음색 변화가 없는 것 같다.

입당부터 퇴장까지 똑 같은 음색을 고정하여 연주 한다면 잘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성가 180장은 음색을 바꿔 봤으면...(원래가 오르간 곡..) 하는 곡이고 특송도....]

 

오늘 논현동 교중미사는 이상적인 전례를 시범 보이듯 했다.

성가대의 역할이 분명하고 물 흐르듯 하는 창미사가 봉헌되었다.  

큰 성당이 왜 좋으냐? 성가대에 적절한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성가대 투자는

성당이 부자라서 가능한게 아니라 주임신부님의 의지 여부에 달렸다.

 

 3. 아까 학생미사 풍경을 좀 소개하겠습니다.

성체성가때 복음성가 소리가 들려서 갸우뚱하며 잘 알아서 선별된 곡 이려니 하고

지나쳤습니다. 퇴장성가 또 복음성가 노래소리가 나기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고등학생 남녀 8명이 흰 까운을 입고 맨 앞줄에서 성가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아주 양호한 전례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학생 약 50명에 어른 약 150명 정도의

미사입니다. 그런데 연주자가 안 보여요....

 

 노래하며 율동을 하는 데 노래는  거의 안 부르고 앞에 나와서 지도하는 선생들을 따라 유희를 합니다.

그런데...노래는 어디서 나오냐 하면...

녹음기에서 나옵니다. 녹음기요...카세트 말입니다.   

 

대 논현동 성당 주일 학생미사에 녹음된 복음성가에 맞춰 율동을 퇴장성가로 한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알기로 미사 전례음악에 기계적인 장치에 의한 음악은 쓸 수 없습니다!!.

(김종헌 신부님이 올리신 자료가 있지요?)

물론 퇴장성가는 미사 후 이지만 성체성가나 봉헌성가, 마찬가지입니다.

 

[추기: 논현동 주일학교 어느 선생님으로 부터 나중에 메일을 받았습니다. 노래하며 율동을 한 것은 기도의

또 다른 표현이며 영어로 액션 송이라고 한다고 하므로 부기 합니다]

 

주일학교 교사도 전례성가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학생들이 커서 전례성가를 카세트 음악으로 할 수 있다고 잘 못 알면 위험한 일입니다.

전례성가는 잘 못 길을 들면 불감증에 걸리고 미사 자체를 가볍게 볼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어른 신자들은 덤덤히 서 있는 사람, 먼저 나가는 사람, 그래도 끝까지 남아서 율동을

따라 해보려는 사람 등 각양 각색이지만 입은 꼭 다물고 있지요.퇴장 예식이 경건하지가 않아요...

학생이라고 복음성가를 잘 아는 것 같지 않으니 문제입니다.

 

4. 논현동 성당은 여러면에서 부러운 것이 많은 성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in spite of...) 성당 앞 쪽에 고성능 스피커가 4개나 있지요

.신자석을 향해서....신자석 앞좌석에서 들으니 성가대의 육성 노래가 들리는 것 보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가 훨씬 커서 참 맛이 떨어집니다. 얼핏 들으면 학생 미사에 카세트 음악 듣는 것 같아요...

 이정도 크기의 성전에 30 명 규모의 성가대라면 마이크는 필요 없다고 봅니다.

다만 시편 성가 독송 부분은(독창자의 성량이 작을 경우) 볼룸을 약간만...올릴 수 있다면 도움이 될것입니다.

 

5.전례성가 순례기를 많이 쓰다 보니 가끔 e 메일이 들어 옵니다. 모두 반갑지요.

그런데 단소리 보다는 쓴소리에 민감하여 불평을, 즉 억울하다는 사연도 있습니다.

 

  -왜 하필이면 성가대가 최악인 상태일 때 와서 보고 가느냐?

  -왜 하필이면 마이크가 고장일 때 와서 보고 가느냐?

  -왜 하필이면 지휘자가 결석한 날 와서 보고 가느냐?

  -왜 미리 전화라도 한 통  하고 오지 않느냐?

 

이에 대한 저의 대답은, 평신도로서 좀 황송하오나...

 

"늘 깨어 있어라..."[마르코:14:4]...입니다.

 

6. 늘 하던대로 (제가 온 것을 귀신도 모르게) 살짝 지하 주차장 쪽으로 내려가다가 잠시 화장실에간 아내를 기다리는데 ....그만 이 곳 지휘자(남영철 세바스티아노, 엊그제 무지카 사크라 연주회 지휘자) 눈에 띄었지 뭡니까?  하- 그 참...

이 분 표정이 참 예술입니다. 마치 선녀가 목욕모습을  나뭇꾼에게 보인 장면의 비유랄까?

나와는 안면식이 있지만 제가 전례성가 순례기에  관한 한 "비 타협적" 인 사람인 것을 아는 지라

반가와 하며 단원들과 커피를 권해서 잘- 마시고 덕담을 하고 나왔습니다.

[공식적으론 남영철 형제는 한국 세실리아 성음악 협회 사무총장이고

저는 동 전례분과 위원장 이긴 합니다. 지난주  가톨릭 대상을 받은 박재광님이 회장.. ].   

 

성가 가족 여러분!

오늘 논현동 성가전례 어떻게 느끼 십니까?

참으로 쉬운 듯 해도 어려운 분야입니다. 문제는 많은 성직자와 관계자들이 전례와 성가는 쉬운 것 으로

오해하고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습니다. 상당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지요.

 

오늘 교중미사는 완전한 창미사를 봉헌 하고도  65분 걸렸습니다.

묘하게도 지난주 통계를 보니 주일 미사 참례자 수가 1,568명입니다.

건평이 1,600평이니  한 평당 1명인 셈이지요.  이 중 많은 분 들이 주일미사만 나옵니다.

이 분들에게 미사 시간 몇 분만 길게 하더라도  오늘처럼 장엄한 노래미사를 봉헌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미사 시간이 길다고 불평하는 분은 오지 말라고 해야 합니다. 주일에 한 번

하느님 찬미하러 와서 몇 분 길어진다고 혼자 불평하려면 성당에 왜 옵니까? 주일의 개념부터 재 정립해야..

 

오늘은 뒷 글이 길어 졌습니다.

노오란 은행잎이 예쁩니다. 한 개 쯤 잘 생긴 놈 골라 사랑하는 분께  선물해 보시지요

(논현동 어느 주일 학생 처럼...)

 

서울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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