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천 부평3동성당 교중미사참례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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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정 | 작성일2000-11-19 | 조회수1,029 | 추천수8 | 반대(0) 신고 |
(서른 세 번째 전례성가 순례기)
외화내빈(外華內貧)
개인이나 회사, 조직이나, 국가나......
실속없이 거품에 취하여 그릇치지 않는가 반성해야 합니다. 미사 때 마다 위정자를 위한 기도를 바치지만 아직 부족한가 봅니다.
성가 가족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연중 제 33주일이고 공교롭게도 저의 미사 참례기 33회 째입니다. 긴 순례항해를 마치고 이제 모항에 들어와 닻을 내리려 합니다.
오늘 순례한 성당은 - 인천교구 부평 3동 성가정 성당입니다. 주교좌 답동 성당은 지난 봄에 순례한 바 있고 가장 전례성가가 활발한 곳을 찾다가 전임 신부님(김선호 신부님)이 교구 전례음악연구소를 개소했으므로 그 분위기가 남아 있으리라 판단되어 가게 되었습니다.
부평 3동성당은 지리적 환경이 썩 좋지는 않은 듯 합니다. 1982년에 설립되었는데 뒤에는 고가 도로가 있어서 차량행열이 그치지 않고 옆에는 무슨 예식 홀과 호텔이 성업 중이고 앞 길은 비포장 샛길이고 노후 단독 주택가라서 시골 기분이 납니다.
그래도 성당에 도착해서 보니 마당에 성모상이 있고 아치형 동굴에 라틴어로 SANCTA MARIA ORA PRO NOBIS(성모 마리아여, 우리위해 빌어 주소서)라는 동판 글자가 붙어 있습니다. 성당 내에도 똑같이 되어 있지요.
성전에 들어가 보니 사방 벽과 천정이 목재로 마감되어있고 천정이 약 5미터로 낮은 편입니다. 공명이 좋다고 할 수는 없겠고 반면에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입니다. 좌석 수는 유아방까지 600석 정도이고 2층 성가대석은 불과 25석 정도됩니다.
미사 때 보니 신자들이 거의 찼고 성가대는 약 15명 규모의 여성 장년 성가대입니다. 한 사람, 지휘자만 남자인데 혼자 까운을 안 입은 것이 눈에 띕니다. (전국 지휘자들이 언제, 성가대원들만 입게하고 지휘자는 까운을 안 입기로 단합했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2층 성가대에 가 보니 처음엔 실망이 앞섰습니다. 지휘대 옆에는 조그만 일제 키보드가 놓여 있고 전자 오르간은 뒷편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어서 혹시...이 성당도 생활성가판이 아닌가? 잘못 온게 아닌가 걱정을 했습니다. 그 작은 성가대석에 마이크는 4개나 되고.... 다행히 교중미사엔 다른 성당처럼 가톨릭성가집에 오르간을 쓰더군요. 아마 저녁 청년미사용 인 듯 합니다.
정각 11시에 교중미사 시작! 입당성가는 성가집 34장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를 부른다. 2절까지 부르는데
성가대와 신자가 다 같이 틀리게 부른다. 마지막 마디에서(생명이라) 쏠--- 쏠 파레도---- 가 되어야 하나 쏠---파 미레도----로 부른다. (다같이 틀리니까 차라리 낫다. 본인들은 맞는줄 알고 찬미한다.)
미사곡은 미사곡 하나 김대붕 곡으로 쉬운 곡이다. 악보에 지시되지는 않았지만 성가대와 신자가 한 악절씩 교창을 잘 한다. 그런데 대영광송에 가서는 가사배열이 바뀐 것이 아직 익숙치 않아 혼란스럽다. 신자들은 노령층이 많아서 그렇겠지만 우물 우물 하는 것 같고......
화답송은 독서자가 낭송으로 시작하여 다같이 읽고 마쳤다. 복음환호송 알렐루야는 성가 366장을 노래하고 성가대가 독송 부분을 2부 합창으로 부르는데 단부로 부르는 것이 더 낫겠다. 앨토가 화음을 정확히 넣든지, 튀어 나오지 말았으면 ...한다.
봉헌성가는 성가 332장 "봉헌"을 부르는데 신자들은 거의 안 부르니 성가대 특송처럼 되었다.혼성 4부로 작곡된 합창곡을 여성 2성부로 부르니, 뭔가 허전하다. 그것도 커지고, 작아지고 강하고, 약하고 하는 표현 없이 부르는 것을 듣자니 슈베르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2절을 마치고 성가 512장"주여 우리는 지금"을 다 함께 1절을 부르니 차라리 낫다.
주례사제는 감사송을 노래로 하셨다. 성가에 조예가 있는 분이라고 일단은 ..... 다른 환호송들을 모두 노래로 하긴 했는데 신명이 안난다.
성체성가는 성가 172장"그리스도의 영혼", 505장"최후의 만찬", 180장"주님의 작은 그릇"을 합창/제창했다. 퇴장성가는 성가 432장"주여 날 인도하소서"를 부르고 끝났다.
후주는 없었다.
오늘 부평3동 성당은 신자 수 4천 5백명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번듯한 혼성성가대 하나 없는 실태가 마음 아프다. 서울, 부산, 대구의 큰 성당들이 성음악미사를 드리고 그레고리오 성가와 다성음악을 연주한다고 해도 열악한 환경의 성당에게 먼 나라의 부자성당 얘기에 불과하다. 이를 어쩐다?
사소한 문제같지만 집고 넘어가야 할 곳도 몇 군데 있다. 성가 가사를 옛 것과 혼용한다. 예컨데... 주님의 기도에서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를 "말게 하시고"로 불렀고 "주님께 나라와 권능과"에서 나라와 권능을 나라와 권세로 부른다.
맺으며... 서울에서 멀지 않은 인천교구의 부평 3동성당을 순례하고 금년 봄에 답동성당 순례한 것을 상기해 보면 과연 전례음악이란 무엇인가? 를 생각케 합니다.
-장엄한 창미사는 인원과 재정지원이 풍부한 성당만 가능한 것일까? -장엄한 창미사가 아니라도 신자 수는 늘게 되어있으니 걱정없다 일까? -수준 높은 전례성가는 지방에서 볼 때 부자 성당, 부자 신자, 그들만의 잔치일까?
[후기: 그 동안 부족한 전례성가 순례기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에서 김 빠뜨리시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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