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폴리포니 앙상블" 리허설 참관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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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성가정성가대 | 작성일2000-12-07 | 조회수1,078 | 추천수9 | 반대(0) |
"폴리포니 앙상블" 정기연주회 리허설 참관기
한달 전 우리 본당 주보 소식란에 "폴리포니 앙상블" 제7회 정기연주회 안내가 나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우리 본당 주보에 이 연주회가 공지되는가 궁금해서 기사를 자세히 보았더니 연주회 장소가 바로 우리 본당이었다. 가톨릭성가 홈페이지의 "성가게시판"을 통해 소문으로만 듣던 그 유명한 합창단이 우리 본당에 와서 연주회를 연다는 것을 생각하니 큰 횡재를 한 기분이 들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혹시 비슷한 이름의 다른 합창단이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생겼다. 그래서 이곳저곳을 수소문해보니 진짜 "폴리포니 앙상블"이 온다는 것을 확인했고, 지난 주에는 지휘자인 김동조 안드레아 형제님이 "성가게시판"에 리허설 안내까지 올리는 것을 보고는 횡재를 세 곱으로 받는 기쁨을 느꼈다. 세 곱의 횡재라고 표현한 까닭은 우리 본당에서 갖는 리허설 세 번 중에 두 번을 참관할 수 있고, 또 연주회 당일에도 참관하니 모두 세 번의 연주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수요일. 우리 본당에서 폴리포니 앙상블의 리허설이 있는 첫날이다. 나로서는 첫 번째 횡재를 챙기는 날인 셈이다. 연습시작 시간이 오후 8시로 되어 있었지만, 분명 늦는 단원들도 있을 것이고 타본당에 와서 연습하려면 준비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 생각해서 빨라야 30분 정도 지나 시작하겠거니 예상하고는 8시 30분에 성당에 가서 대성전(2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중에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계단 복도에는 듣는 이의 마음을 파고드는 은은한 울림이 퍼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 흥분된 마음으로 대성전 문을 여는 순간 나는 이 울림의 주인공들이 바로 "폴리포니 앙상블"임을 확인하였다. 바로 그들이 우리 본당에 와서 저기 제대 앞에 서서 아름다운 화음으로 그분을 찬미하고 있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대성전에 들어섰다. 예행연습이라고는 하지만 단원들에게 분심을 주지 않으려고 살며시 들어가서 제일 뒷열의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다시 내 마음을 파고드는 그 울림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Hassler 미사곡 가운데 Agnus Dei의 종결부를 연주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벌써 Agnus Dei를 연주하고 있다면? 그렇다면, 이들은 이미 거의 정시에 연습을 시작한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자 내 마음을 파고들던 그 울림은 더 감동적으로 내 심금을 울려왔다.
모두 15명으로 구성된 형제단원들이 제대 앞 계단 위에 둥글게 호를 만들어 서서 소리를 뿜어내고 있었다. 대성전에는 이들의 연주를 참관하고 있는 사람이 자매님 한 분과 (아마도 부지휘자이며 오르간 솔로 연주를 하기로 되어 있는 이윤정 요세피나 자매님일 것임) 나뿐이었다. 지휘자와 혼연일체가 되어 만들어 내고있는 이들의 소리는 조금도 흩어지지 않고 내 귀와 가슴으로 직접 날아와 꽂혔다. 중후한 베이스 음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내 온 몸이 함께 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소문으로만 듣던 카운터 테너의 소리는 직접 들어보니 혼이 전율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테너와 바리톤도 윤택한 소리를 내면서 빈자리가 없이 꽉 차있는 절묘한 화음을 이뤄내고 있었다. 사람의 목소리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악기라더니 바로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이로구나 싶었다.
그들은 분명 아마추어들로만 구성된 합창단이었지만 연습도 실전과 같이 하는 프로같은 아마추어였다. 그들은 각자가 처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겸손하게 자신을 봉헌하면서 천상의 소리를 만들고 있었다. 한국 가톨릭 전례음악의 현장에는 많은 장애와 어려움이 있지만 그 모든 어려움을 딛고서 찬미의 노래를 바치는 그들은 우리에게 감동적인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저희가 정성껏 부르는 찬미의 노래가 저희 자신을 겸손하게 봉헌하는 작은 몸짓이 되게 하시고 듣는 모든 이에게는 평화와 축복이 되게 하시며 당신의 끝없는 영광을 외치는 기도가 되게 하소서." (폴리포니 앙상블 홈페이지에서)
후기
이 글을 쓰는 목적은 감히 음악평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본당에서 있었던 "폴리포니 앙상블"의 리허설을 지켜보며 느꼈던 감동을 함께 나누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아직 두 번 더 남은 리허설과 이번 토요일 밤에 있을 연주회에서 더 많은 감동을 더 많은 성가가족들이 함께 나눌 수 있도록 꼭 전하고 싶어서입니다. 대림절 첫 주간에 우리 본당에서 열리는 "폴리포니 앙상블"의 정기연주회 - 주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은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크신 은총에 감사드리며 저는 오늘도 그들의 연주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연주회에 많은 성가가족들이 모여서 함께 주님을 찬미하고 감사를 드리며 사랑과 감동을 나누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2000. 12. 6. 깊은 밤에 아직도 전율을 느끼면서
성가정성가대 나눔터지기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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