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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절]한국 정교회 예배참관기
작성자김건정 쪽지 캡슐 작성일2001-04-15 조회수1,030 추천수5 반대(0) 신고

한국 정교회 부활절 성찬예배 참관기

 

1. 들어가며

 

한국 정교회의  큰 예배에 두 번째로 다녀왔다.

2000년 2월 27일 한국 정교회 선교 100주년 기념 예배(미사)에 다녀 온 후 우리 게시판에

참관기를 올린 바 있다. (관심이 있는 분은 먼저 읽어주실 것을 권한다 게시번호:#1108)

 

가톨릭 교회와는 1054년에 로마 교황과 콘스탄티노풀 총대주교간에 상호 파문을 하므로서

결별했지만  동방교회와 화해하려는 노력이 싹을 티우고 있다.

 

서방교회로 지칭되는 로마 가톨릭은 하나이다.

동방교회는 희랍정교회의 총대주교가 정신적 대표일 뿐이지 여러 정교회가 독자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즉 그리스 정교회, 러시아 정교회, 키프러스 정교회, 세르비아 정교회,

루마니아 정교회, 시나이 정교회, 구르지아 정교회, 불가리아 정교회 등 이다.

우리나라에는 1900년 1월에 러시아 사제가 진출하였다가 철수 하고 1950년 한국 전쟁으로

그리스 군종신부에 의하여 재건되어 오늘에 이른다. 교세는 7개 성당, 사제 7명 및 신도

2,400 명 정도이다.

한국 정교회의 전례는 러시아 전례와 그리스 전례가 혼합되어 있는데 그리스 전례에 가깝다고 한다. 가톨릭과 마찬가지로 부활절이 최대의 경축일이므로 전례 연구에 좋은 기회이다. 특히 가톨릭 전례력(그레고리우스)와 달리 율리우스력을 쓰므로 해마다 성탄과 부활 날자가 달랐는데 올해는 부활대축일과 날자가 같아서 4월 14일(토)자정부터 예배에 들어갔다.

 

그래서 저녁 8시 서울 당산동 성당에서 부활성야 미사에 참례하고 바로 아현동 정교회로

향했다.

 

2. 교회 모습과 성가대

 

한국 최대의 정교회인 둥근 돔 형식의 이 성당은 좌석 수 불과 200 여개의 작은 교회이다.

동방교회는 십자가와 이콘(성화)는 발달했지만 십자고상은 없다. 우상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방 벽은 이콘으로 도배되어있다시피 하다.

 

2층에 성가대석이 있지만 신도석으로 쓰이고 성가대는 아래층에서 노래하게 되어있다.

즉 아래층 우측에서 바로 옆에 있는 사제와 긴밀한 전례를 거행한다.

작년과 비슷한 모양인데 정교회의 음악은 특이하여 송영자(독창자)가 노래를 하고 성가대원은 화음만 넣는다. 두 시간 반 동안 약 100 곡 이상을 지치지않고 부른 듯 하다.

우리 눈에는 참으로 이상하게 보인다.

 

즉, 여성 독창자가 풍금(전자 오르간이 아님)을 타며 혼자 노래를 하고 10명의 성가대

(여자 4명, 남자 6명, 모두 청년)는 앨토와 테너, 베이스를 맡는다. 테너는 가끔 2중창을

하기도 하는데 성가대만의 특송이나  제창 인도 기능은 없고 사제와 "대화구"를 주고

받는 것이 주 임무이다. 예배시간 두시간 내내 쉴 새 없이 노래한다.

 

송영자의 독창 능력이 빼어나고 동그란 돔 형식의 건물구조 때문에 소리가 돌아서

나오는지 신비롭게 들린다. 정교회의 음악은 비잔틴 성가로 분류되는 철저한 전례음악이다. 복음성가나 코랄 같은 곡은 얼씬도 못한다. 1900년에 러시아가 선교단을 한국에 파송할 때

3명을 보냈다고 한다.

 

신학박사인 수사신부  1명,

보제(부제)           1명

송영자(성가 지도자)  1명  으로 되어 있다. 그만큼 전례음악을 중요시 한다.

 

3. 부활성야 전례

 

한국 가톨릭 교회는 사목적 판단으로 대개 저녁 8시-9시에 성야미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정교회는 어림도 없다. 어떻게 그렇게 하느냐? 하며 자정까지 기다린다.

밤 11시 40분부터 빛의 예식을 위하여 주교(그리스인)와 신부 6명 등이 폐쇄형 제대

(지성소라고 함. 가톨릭은 개방형)에서 아름다운 문을 열고 나와 촛불을 분배한다.

그리스 주교가 "와서 지지 않는 빛을 받을지어다" 하면 불씨를 받기 위하여 신도들이

앞으로 나아가서 각자 붙여 온다.

촛불도 우리와 다르다. 어린아이 팔뚝 처럼 굵은 초가 아니라 손가락 처럼 가느다란

초에 종이 컵을 중간에 끼워 촛 물을 방지하는데 예배가  끝날 때 까지 들고 있다.

촛불을 다 붙이면 모두 밖으로 나아간다. 밖에서 우리 성지주일 처럼 예식(부활선포)

을 하고 부활찬가를 부른 후 자정이 되자 타종을 하고나서 입장한다.

 

2층에 자리를 잡고 내려다 보니 약 200명의 신도 중 러시아, 그리스 등 외국인과

한국인이 절반씩 되는 것 같다.

 

a. 가톨릭과 다른 점(전례)

-사제와 성가대의 노래(시편성가 비슷...)위주---신도들은 듣기만 한다.

-사제는 수시로 제대에서 나와서 향을 뿌린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사제는 모두 성가 전문가 급이다. 신학교 교과과정에 음악시간이 매우 많은 듯 하다.

-사제는 결혼 할 수는 있으나 독신을 더 권장한다

-신도의 성서 낭독은 없다.

-미사보(여성) 안 쓴다.

-기리에(끼리에)곡은 여러 가지가 있다. 부활절이라 경축조 라고 하여 빠르고 신나게

 노래한다.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를 예배중 수 십번을 한다.

-아멘도 매우 많이 한다. 같은 음으로 된 노래인데 당연히 쉽다.

-사제의 성서 낭독과 예배 경문도 노래로 한다. 중요한 구절 끝에 성가대가 기리에 나

 아멘으로 화답한다.(예배 후 공지사항이외에는 말로 하는 게 없다고 보면 된다)

-성부, 성자, 성신께 성호를 수십 번 긋는다. 순서도 달라서 이마. 배, 오른 쪽 어께,

 왼쪽 어께, 그리고 가슴에 손바닥을 댄다.

-알릴루이야 도 수 없이 노래한다.   

-영성체는 빵가루를 티스픈으로 떠서 먹여 준다. 손으로 영하기는 불가능.

-영성체 후 옆에 서있는 복사가 축성된 빵 조가리를 줌(비 신자라도 먹을 수 있음)

-삼성송(쌍뚜스) 후에 무릅을 꿇을 때 바닥(카페트)에 아예 업드린다.

-우리가 라틴어에 친숙하다면 정교회는 그리스어와 러시아(슬라브)어에 친숙하다.

  특히 그리스인들은 신약성서가 그리스어로 씌었음을 강조한다.(이해가 간다)

  전례용어와 경문에 그리스 용어가 쓰이고 러시아인들이 특송처럼 러시아 부활성가

  를 부른다.

 이 모든 전례 행위가 우리와 무관한 것이 아니고 옛 조상들의 전례모습이리라....생각한다.

 

b. 가톨릭과 같은 전례

-성서는 공동번역 성서를 쓴다.

-주님의기도와 신경은 그러므로 거의 같다.

-성찬예배 순서는 가톨릭과 같다.

-성모 흠숭이 각별하다. 이콘을 보면 예수님보다 성모님이 더 많은 것 같다.

 

오늘 성찬예배는 정교회에서는 부활성야 예배가 아니라 정식 부활절 예배이다.

우리의 미사와 거의 같은 형식인데 완전한 성음악 미사이다.

한국 가톨릭 처럼 라틴어 성가를 하네, 못하네 하는 시비가 없다. 그리스어, 러시아어

노래도 있고 토착화 한다고  전례를 바꾸지도 않는다. 교회 설립 당시 오순절에

사도들이 만든 전례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하여 정교회(Orthodoxy) 라는 자긍심을

가진 사람들이다.

 

4. 마치며...

 

작년 2월과 금년 4월 두 번에 걸쳐 정교회 전례를 관찰하며 느낀 바가 있다.

아직 글로 공표할 단계가 아니므로 차후로 미루기로 한다.

다만 우리도 로마 가톨릭 교회의 라틴 전례는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00년 후 우리 후손들이 변형된 전례(성가와 동작)에 대하여 옛 것을 그리워 하는 일은 없을까?  보물 같은 그레고리오 성가가 없어져서 음악사 에서만 그런 것이 있었다고 기억할지도 모를 일이다. 마치 우리가 불과 수십년 전의, 진정 우리의 것인 "천주가사" 를 잃어 버리고 국적 불명의

팝송에 주님 기도 가사를 붙여 미사때 노래하며 좋은 성가라고 오해하는 것 처럼 말이다.

 

부활시기 50일간 내내 부활의 기쁨을 만끽하며 행복하게 사십시오 !

 

부활대축일에

서울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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