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미사의 준비운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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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황진영 | 작성일2001-05-19 | 조회수612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미사의 준비운동
여러분은 주일 미사 때 주로 어떤 노래를 부르십니까? 물론 성가를 선택하는 분은 따로 있으니까 신자들은 사회자가 지정하는 번호만을 성가책에서 찾아내어 부르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시겠지요? 그런데 성가 가사의 내용과 그날 미사의 분위기 또는 주제가 잘 맞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진 적은 없으신지요?
다해 연중 제 30주일의 복음은 루가 18:9-14입니다. 스스로를 의인으로 여기는 바리사이와 자신을 죄인으로 여기며 감히 하느님을 뵈올 용기도 가지지 못한 세리에 대한 비유의 말씀이 이날 복음의 내용입니다. 따라서 이날 미사의 주제는 "하느님으로부터 의인으로 대접받으려면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입당 노래를 성가책 16번 <온 세상아 주님을> 이란 곡을 선택한다면, 과연 누가 입당 노래에서 그 날의 주제를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미사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을 여러분들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즉, 복음 선포를 정점으로 하는 "말씀 전례"와 감사기도 및 영성체로 이루어진 "성찬 전례"가 바로 미사의 가장 중요한 두 부분입니다. "성찬 전례"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기념하고 재현하는 것이므로 예수님이 결정적으로 다시 오실 때까지 항상 반복될 것입니다. 그러나 "말씀 전례"의 핵심인 복음은 언제나 내용이 바뀝니다. 바로 이 복음이 그날 미사의 주제가 되는 것입니다. 성 아우구스띠노 시대, 즉 4세기에는 주례자가 입장하면 바로 성서를 봉독하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오늘날 우리 미사에서 볼 수 있는 입당송이나 본기도 그리고 대영광송은 없었던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교회는 "말씀 전례"를 바로 시작하는 것이 신자들에게 무리라는 것을 깨달았으니, 준비운동도 안한 사람보고 곧바로 수영하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신자들이 그날 미사의 주제인 복음말씀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고, 이를 위해서는 "말씀 전례"를 바로 시작하기 전에 복음을 조금씩 맛보여 주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같은 사목적 배려에서 교회는 입당송과 본기도의 내용을 복음과 일치시키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입당송이 처음 미사 안에 도입될 때는 정해진 시편을 계속 사용하다가 차츰 그날 복음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간 역사를 살펴볼 때, 교회의 사목적 배려가 눈에 띄게 나타납니다.
교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고 난 후 그분의 몸을 먹는 순간, 즉 영성체를 하는 순간에도 다시 한번 그날 미사의 주제인 복음을 신자들이 상기하도록 배려하였으니, 영성체송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영성체송의 내용은 바로 그날 복음에서 따오는 것이 하나의 관례였다는 사실에서도 이러한 교회의 사목적 배려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 한국 교회는 보통 입당송과 영성체송을 성가책에 나오는 노래로 바꿔 부릅니다. 아직 본격적인 전례음악이 우리나라에는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입당과 영성체 때 부르는 노래가 입당송과 영성체송을 대신하는 것이라면, 그 노래의 기능도 마찬가지로 신자들에게 그날 복음을 미리 맛보이고(입당 노래)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하는(영성체 노래) 것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날 복음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노래를 선택한다면, 이는 전례의 묘미를 살지리 못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영성체 때 우리가 흔히 부르는 노래는 사실 성체조배를 위한 것들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을 모신 우리가 그날 들은 말씀을 목상하는 것이 합당하지 성체조배를 하는 것이 옳은 일이겠습니까?
입당과 영성체 노래를 그날 복음에 맞게 고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더라도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적어도 그날 복음에 가까운 성가를 고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김인영 신부 지음 "제대와 감실의 싸움" 中... (분도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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